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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우리 사회의 건물 중에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곳이 어디일까? 도서관? 행정 기관? 대형 마트? 병원? 교도소? ... 물론 이런 건물들이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눈에 띈다. 그러나 학교 건물은 단연코 앞선다. 왜냐면 공장과 같은 획일화된 사각형 건물로 비교적 넓은 운동장 부지를 가진 것이 눈에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마치 군대의 막사나 교도소, 수용소의 건물과 비교되듯 규격화되고 단편적이며 재래식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건물로서의 개성과 매력이 없는 일본제국시대의 건물로 다소 혐오 시설과 다름이 없다. 그런 건물이기에 내부의 교실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학교의 역사가 오랜 건물일수록 그 정도는 심하다. 오죽하면 한때 그 속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나 교사들이 자존심을 접고 “○○공장”이라거나 “○○교도소”라고 칭했을까? 그런 학교의 모습이 이젠 변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화된 학교 건물에 대해서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이란 명목으로 새롭게 탈바꿈을 지원하고 있다. 그 배경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10대 핵심 과제 선정으로 학교 공간의 혁신과 디지털 및 친환경 기반 학교 전환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국비 5조 5000억 원 및 지방비 13조 원 등 총 18조 5000억 원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40년 이상 경과된 노후 학교의 50%에 달하는 건물 2835개동의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 신설된 학교라 해도 교과교실제나 미래학교, 혁신학교로 교육사업이 지정되면 공간 혁신 사업의 대상교가 되어 혁신적인 모습으로 내부 공간이 바뀌고 있다. 여기엔 적지 않은 교육예산이 투입되고 학생, 교사,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의 집단지성이 반영되어 혁신 학교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외형은 재래식의 무미건조한 모습을 유지하나 내부는 교육하기에 적합한 환경친화적, 인간친화적인 모습으로 변모되고 있다.

 

최근의 한 사례를 들어 보자. 필자는 아침 일찍 등교하여 면학에 열중하는 한 1학년 학생과 대화를 나누었다. “안녕~ 아침에 일찍 왔네?” “예, 조용히 공부하려고요.” “그래? 여기선 공부가 잘돼?” “예, 쾌적해서 공부할 마음이 나요” “와~ 다행이네. 계속해서 열심히 할 거지?” “예, 공부 습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코로나로 열심히 공부 안 했어요.” (……). 학교에서 지역 구청의 예산(총 6000만 원)을 지원받아 설치한 본교의 스터디 카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곳은 아침엔 면학을 위한 조기 등교 학생들의 학습 공간으로, 낮에는 교사들의 과별, 학년별 회합이나 소그룹 스터디, 연수, 기획회의를 위한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야간에는 동아리 학생들이나 교과별 학술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주제 탐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각 학년의 면학실이 별도로 있지만 그곳은 다소 시대적인 감각이 떨어지고 무거운 분위기가 압도하는 관계로 면학하기에는 그다지 즐겁지 못한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신세대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먼 공간으로 추락하기도 하였다. 대신에 복도나 실내의 여유 공간 곳곳에는 간편하게 설치한 테이블과 소파를 갖춘 시설 주위에서 학생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공부하거나 각종 진학 정보 책자를 읽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 내부의 공간은 정서 순화 및 다목적용 기능을 가진 시설들이 갖추어지면서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학교생활의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학교가 서서히 내부에서부터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학교 공간은 더욱 혁신의 모습과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공간 혁신에 필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학생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비록 좁은 공간이라도 학교는 학생들이 꿈을 꾸며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꿈을 꾸는 데 다소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 즉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면적이 좁으면 조그만 화단이나 텃밭을 만들고 그래도 부족하면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자연 생물이 자라는 것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 다행히도 일부 학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를 앞서 실행하고 있다. 교과서 지식만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는 교육, 식물을 키워 정서를 순화시키며 생명의 탄생을 경험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을 기르게 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여유와 넉넉함을 줄 것이다. 둘째,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낡은 시설이라도 편안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청소하는 방법을 지도하여 체계적으로 청결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공공시설에 대한 의무와 민주질서의식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셋째, 예술과 체육 활동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교의 예체능 시설은 스트레스를 풀고 피로회복을 하여 학습에 더 몰입하게 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운동장을 잘 활용하여 학생들이 운동하는 습관을 갖추도록 해주어야 한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또한 평생을 사는 체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이로써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집중력이 향상되고 생각도 자유로워지며 창의력도 증대될 수 있다. 예술적 감각 육성은 이제 학습 못지않은 중요한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른바 지⋅덕⋅체의 전인교육의 기반이 된다.

 

결국 학교는 자유롭고 즐거워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최우선이다. 과거처럼 학생들을 통제하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장소가 아니라 그들이 다양한 꿈을 꾸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운동하고 자신의 인격을 연마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 과거의 공부가 불편한 장소에서 오래 참고 견디던 것이었다면 이젠 여유롭고 편안한 정서를 유지하며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는 학생들의 마음과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학습에 전념할 수 있다. 이제 교육 당국은 보다 열린 마음과 자세로 선진국 학교의 그린스마트 스쿨 운영 사례를 많이 듣고 배워서 우리 교육 현장에 맞게 혁신을 도모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교육예산의 확보를 위해 국민적 총의(總意)를 모아 슬기롭게 실행해야 한다.

 

학교는 우선 하드웨어적인 혁신으로 외형적인 디자인부터 다양하고 멋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모시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오래 머물고 싶은 학교, 배움에 애착을 느껴 언제든지 찾고자 하는 곳으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 속에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콘텐츠, 즉 소트프웨어의 개발을 통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각종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로써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교육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매년 4만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을 배출하는 현재의 학교를 예방하는 일차적인 조치이며 나아가 청소년이 꿈과 끼를 가꾸며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학교의 공간 혁신, 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며 21세기형 융합교육, 평생교육을 위한 유연하고 창의적인 학습, 쉼, 놀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학교의 종합적인 교육·복지 공간으로의 변신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공간 및 주민의 재교육 공간 등으로 변모시켜서 학교가 또한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회복하고 나아가 지역 활성화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