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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교원단체 난립은 왜곡된 민주주의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부쳐

올해 치러진 총선은 여러모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간격을 두어 줄을 섰고, 비닐장갑을 낀 채 기표를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투표용지의 길이였다. 비례정당 투표용지에는 총 37개의 정당이 나열돼 있었고, 길이는 무려 48.1㎝에 달했다. 어떤 정당인지 살펴볼 겨를도 없을뿐더러 물리적으로 너무 길어서 짜증이 났다. 심지어 이것이 선거인지, 정치적 장난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가르치며, 가장 선진적이고 고귀한 행위임을 알려주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권력을 국민의 대표에게 이양하는 과정이고 여기에 핵심이 선거인 것이다. 이러한 선거의 과정을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는 국민 다수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최근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원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 가치 부여와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전문직으로서 지위와 자격을 갖고 있음에도, 타 전문직 단체 수준의 법률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마저도 시행령 차원에서만 갖고 있어 한계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설립과 운영의 법률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법률과 제도가 그렇듯 완벽할 수 없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 자칫 민주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교원단체의 난립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필요

현재 많은 법외 교원단체(합법적으로 설립되지 않은 소규모 형태)가 교원단체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발전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생태의 구축은 중요하지만, 법률적 차원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교원단체는 분명히 교원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법외 교원단체들은 여러 부분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정 종교에 기반하고 있거나, 기존 노조에서 일부가 분리된 형태인데, 마치 자신들이 교원 대다수의 입장인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수시로 교육정책 이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설문조사만 놓고 봐도 표집 자체가 지엽적이고 너무 적어 공론이라 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수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에도 그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일부 시도교육감의 성향과 정책에 맞는다는 이유로 과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소수의 대표임에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대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법외 교원단체에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교총만을 인정하는 법은위법이라며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득권의 논의가 아니라 교원단체가 대다수 교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당의 구성이 1,000명임을 논거로 내세우면서 법외 교원단체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적 목적의 정당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근거가 될 수 없다. 일반 노동조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성의 차원에서 설명하기 위해 <표1> 자료를 참조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통계 자료를 보면, 대표성을 갖기 위해 각 직군의 구성원들이 최소 40% 이상의 가입 현황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6년 정부(교육개혁위원회)의 교육법 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원의 1/5 이상을 회원으로 확보해야 한다’는규정에 비해, 이번 발의에서 ‘최소 10%’로 정한 것은 기준을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과의 교섭 과정이다. 교원단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원의 전문성 향성과 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

 

 

법률에도 교섭 당사 주체는 성실히 임해야 함을 밝히고 있지만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정부 교섭 당시에도 교육부총리의 임기에 맞춰 진행을 한다든지, 시도교육감의 한 마디에 교섭 조인 직전에(경기도의 사례) 결렬이 이루어진다든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교원단체와의 교섭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부당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제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법률에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왜곡이 아닌 법률이 목표로 한 가치의 추구를 바라며

유학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주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천리에 따르고 인심이 부합되어 천하의 모든 사람이 함께 옳게 여기는 것이 공론이며 국시다.”

 

교원단체의 설립과 안정적인 활동을 보장해 주는 취지의 이번 법률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러한 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교원의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법률안을 이용하여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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