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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 공약ㆍ정책도 교육 현실을 고려해 추진해야

공공의대, 한전공대 설립. 공영형 사립대 전환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국 대학입시 중심의 소모적 사교육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가계에서는 연간 20조원을 사교육에 지출하는 등 수많은 폐단이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오는  2024년까지 전문대ㆍ일반대 100여개교가 폐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여러 현실적 어려움 가운데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대란으로 인한 10년 간 의과대 학생 4000명 증원 방침, 한전공대 신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설립 등이 난제다. 정부와 여당이 지방 공공 의과대학, 한국전력 산하 한전공대 설립, 공영형 사립대 전환 등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교육공약과 교육 현실의 불일치 사례다. 향후 이와 같은 정책 혼선이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 조정에 큰 장애로 대두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지방에 공공 의대를 세우기로 하면서 대학 정원 감축 및 통폐합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방 공공 의대 신설 과정이다.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 의대를 설립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2018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가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지방에 의대를 늘리는 결정에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 의대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을 동일 기준으로 의사 기준을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아울러 지난해 탈원전 등으로 천문학적인 1조2,765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1조원 이상의 예산으로 전남 나주에 단설 공대를 설립하는 것도 단순히 대선 공약 이행이라는 포퓰리즘 정책 비판을 받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고 기존 공과대학 지원 및 양성도 열악한 상황에서 별도로 공과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차라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과대(포스텍)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에 지원을 증액하는 게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국민적 여론이다.

 

한편,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외국에서 일반화된 공영형 사립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 설립은 아직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주류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립대에 혈세를 지원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가 대학 운영비를 50% 이상 지원하는 대신 이사진의 50% 이상을 공익이사로 구성해 반 국립처럼 운영되는 대학이다.

 

외국의 공영형 사립대학 상황을 보면 영국 100%, 벨기에 55.4%, 아이슬란드 19.7%, 헝가리 15%, 노르웨이 13.6%, 오스트리아 13.3%, 스위스 11.5%, 핀란드 10.5% 등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 전체 대학중 사립대학 비율은 80%에 달한다. 이들 사립대학은 수익자 부담원칙을 바탕으로 민간의 재정에 경영을 의존하고 있다. 국내 고등교육 재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담률은 1.2%로, OECD 평균인 0.5%의 2배 이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2019년 기준 4년제 대학의 평균 운영비는 약 800억 원에 달하고 전문대학은 약 3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해 운영비의 50%를 정부가 책임질 경우 학교당 연간 최소 400억 원에서 150억 원을 지원하게 될 전망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국민 조세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심사숙고해야 하는 정책 의제다.현재 조선대, 평택대, 상지대 등이 교육부가 발주한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 검증을 위한 실증연구’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대학 중심으로 공영형 사립대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개 대학은 올해 초 교육부가 발주한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 검증을 위한 실증연구’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 추진 전에 정부가 현실에 맞는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가 국립대 성격으로 바뀌면 구성원들은 공무원화되고 재정이 눈덩이처럼 증액된다. 학령 인구 급감에 다른 지방 사립대의 미래에 대해서 장기적 관점에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사립대의 견고한 서열구조는 초·중등 교육과 대학 입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입시 중심의 소모적 학습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가계에서는 연간 20조원을 사교육에 지출하는 등 수많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오는 2024년까지 전문대는 43개, 4년제 일반대 73개가 폐교될 것이라는 전망을 교육정책 방향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공공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설립, 한전공대 신설, 공영형 사립대 추진 등 교육정책은 정부의 대학 구조 조정 정책과 어긋난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중요한 의제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후 심층 분석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 교육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고 국정 기조라 해도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정책 철회를 하고 대안을 마련해 국민적 동의를 구해 추진하는 게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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