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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에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코로나 19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사상 초유의 개학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까지 얼마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상수로 자리잡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불가피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수업이 정착된 이후부터 학교 교육에 빠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학교라는 제한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수업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더 이상 오프라인에 집합하는 공간으로만 국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교사에게도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식의 온라인 교육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합한 방식의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여 학습자와 피드백 수업하는 교수학습모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이번 온라인 개학 경험을 통해 이미 겼었지만 앞으로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될 것이다.

 

사회에서는 지식 내용 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하는 능력을 보다 중요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과’ 구분은 약화되고 여러 교과 지식을 융복합적으로 문제해결에 사용하는 실용성을 좀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

 

교수-학습방법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분과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실용적이고 융합적인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도록 재편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다시 말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 교육은 기존의 ‘지식 내용 습득’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짚어본다. 교사의 역할부터, 교육환경의 변화, 교육과정의 변화, 그리고 교실 수업의 새로운 변화를 현장교사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부는 갑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일선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을 위한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기 위한 도구들을 짧은 기간 동안 배우고 학습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 왔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온라인 수업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그 목적과 초점이 출결 체크와 진도 나가기에 맞추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지금까지 오프라인 수업을 실시해왔던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매우 단기간에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제작한 양질의 온라인 수업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EBS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교재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유도하고,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학교를 고려하여 설계·운영되고 있는 학교·교사·학생 수준의 교육과정 다양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이러한 외부 조건과 환경의 영향을 활용하여 보다 더 나은 교육 방향을 모색하고 사고의 전환을 마련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 교육의 목표는?

우선, 우리는 현재 교육상황을 교육목적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 역량을 국가 수준에서 도입하였고, 학교 학습을 사회로 연결하여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서 적용하고 새로운 상황에서 부딪치게 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하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교육과 관련된 모든 구성원으로 하여금 교육의 목적이 지식 전달과 적응이 아니라 새로운 사태, 새로운 상황에서 복잡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가?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배운 것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공통 소양의 강조와 함께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시켰다. 과목 선택권이란 학교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 여러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의 교육정책으로 제시된 고교학점제 역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여 학생 맞춤형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주도성(Agency)’이라는 아이디어가 있다.

 

주도성은 OECD에서 제시한 ‘학습 틀 2030(Learning Framework 2030)’에서도 강조된다. 학습 틀의 중심에는 ‘학습 나침반’이 제시되는데,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항해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학교 교육은 물론 전 생애를 거쳐 주도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들은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예측-실행-성찰로 구성된 역량 개발 사이클을 제시하는데, 이는 역량을 개발해 갈 수 있는 학습 과정으로 정의된다. 또한, 교사, 또래,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공동 에이전시(co-agency)’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다.

 

학생 주도성의 아이디어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어떻게 학교 교육을 개선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는 교육과정의 측면으로, 과목 선택형을 넘어서서 생성형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들에게(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교에) 교과 메뉴판을 주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였다. 초·중학교의 경우 과목 선택보다는 수준과 흥미에 따라 활동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학생 주도성에 초점을 둔다면 과목을 메뉴판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메뉴 혹은 과목 메뉴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위에서 말한 자기 주도성의 한 표현이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혹은 친구들과 협력하여 자신이 원하는 학습을 담은 ‘클래스’를 개설하고 다른 학생들과 탐구하고 서로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학생들이 주도하고 교원들은 협력과 지원 역할을 한다면 학교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전의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한 명의 교수자가 일 방향으로 다수의 학생들을 바라보고 자신이 학생들보다 더 먼저 더 많이 알게 된 것을 전달하였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학생들은 동일한 주제나 강좌에 대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생성한 자료를 접하고, 전문가들의 강의나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즉,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구나 지식에 접근하고, 지식을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접근성과 평등성이 보장된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지식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경력 교사가 신규 교사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신규 교사와 경력 교사가 서로에게 배우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학교 안에서도 경험의 양과 경력에 따른 위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지식과 교수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이제는 교육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 생성형 교육과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수업의 측면이다. 학생에게 학습의 주도권을 넘기기 위해 다각도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환경에서 수업의 주도권은 교수자에게 있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 학습의 주도권은 학생에게 있다. 온라인에서는 복합적인 양식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교사와 학생, 학생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온라인 학습환경에서 학생은 스스로 학습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상시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학생의 학습환경은 바뀌었는데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를 그대로 복사해서 재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에 교육의 초점은 출석을 확인하고 강의 재생 시간을 몇 분으로 해야 하는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 수업 몰입과 집중이 중요

우리는 학습을 지식의 ‘축적’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학습은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들을 서로 연결하고 패턴을 파악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지식은 정보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며 이러한 네트워크는 학습을 통해 강화되고 확장되면서 점점 깊어진다. 따라서 학생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사는 학생의 선지식, 선경험, 오개념을 파악하고 새로 학습하는 내용을 이들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는 개별 학생이 어떠한 선지식 그리고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강조점은 오프라인에서도 중요하지만, 개별화 학습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더더욱 학생 개개인에 대한 학습 정보의 파악이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수업 환경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조력하면서 함께 가기가 힘들다. 환경의 특성상 학생들이 혼자 배우게 되는 상황이므로 학생들이 수업에 몰입하고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교사들이 강의 영상을 잘 만든다고 해도 오랜 기간 강의 영상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해온 사기업에서 만든 영상보다 잘 만들기 어렵고, 영상을 화려하게 잘 만든다고 해서 학생들의 몰입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화려한 영상 기법보다는 양질의 학습 콘텐츠가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끈다고 할 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자가 수업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자

인간은 본래 능동적이고 적극적 학습자이다. 어린아이도 스스로 자기 지식을 활용하고, 자기 학습을 점검하여 적절한 전략을 선택한다. 그러나 학교에 와서 ‘연결성이 없는’, ‘깊이가 없는’ 교육내용을 ‘넓게, 많이’ 학습하게 되면서 이러한 능력이 점점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매우 어린 시기부터 개념적 발달이 가능하고, 초인지적 능력을 지녔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떠한 질문을 하고 어떠한 자료를 제시해야 학생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높은 수준으로 사고하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단순히 어떠한 자료, 어떠한 지식을 줄 것인가를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실재성과도 연결된다. 실제성과 실재성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실제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주는 것, 예를 들어 수학에서 연산을 가르치거나 사회과에서 특정 개념을 가르칠 때 시장에 간 상황을 제공하여 역할 놀이를 해보게 하는 것은 실제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굳이 조장하지 않더라도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충분히 학생이 몰입할 수 있게 교수·학습을 구성한다면 실재감 있는 맥락이 형성된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구술이 아닌 문자 텍스트로 소통이 이루어지므로 학생들에게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사고해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수업시간을 오프라인 공간에서처럼 시수에 맞게 설정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내내 학생들이 그 가상공간에 있게 강제하는 것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그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효과적이지 않다.

 

온라인 환경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떠한 수업 도구와 자료를 쓰게 할 것인가, 어떻게 수업시간을 통제할 것인가와 같은 관리 마인드는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가진 학습자 주도성과 개별 교육과정의 실현이라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지니고 있던 지식과 학습에 대한 가정을 반성하면서, 질적으로 높은 학습 활동과 개별 학습자 맞춤형 수업설계를 통해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 대체가 아닌, 오히려 오프라인 수업을 이끌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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