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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말의 힘, 그 너머의 존재감

말은 양날의 검이다. 말을 잘 사용하면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잘 못 쓰면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나 말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자기표현의 시대에 그 영향력은 어디서나 파장이 크다. 평소 EQ의 감수성을 발휘하여 말을 잘함으로써 대인관계의 폭을 넓혀 성공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헛소리를 구사함으로써 오해와 미움을 받거나 심지어 막말이 되어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말을 많이 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아서 무능과 오만함의 대상으로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말은 이중성을 가지고 인간관계나 업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말의 힘을 느끼는 사례를 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이 수상이 돼 국가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아무런 예고 없이 처칠의 숙소를 방문했는데, 그때 처칠은 목욕 중이었다. 무안해진 루즈벨트가 방문을 닫으려고 하자 처칠은 "괜찮습니다. 들어오십시오. 영국의 수상은 미국 대통령에게 아무 것도 감출게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로 루즈벨트는 처칠을 친구 이상으로 신뢰하게 됐다.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그의 말 한마디가 상대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고, 처칠은 결국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언젠가 모 방송에서 ‘말의 힘’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말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 실험은 두 통에 쌀밥을 나눠 넣고 하나에는 ‘고맙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인 후 예쁜 말만을 들려주고 나머지 하나에는 ‘짜증나’라는 이름과 더불어 ‘짜증나, 미워, 넌 왜 이러니’라는 부정적인 말을 한 달 동안 했다. 그러자,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고맙다’라는 말을 들은 밥은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누룩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짜증나’라는 부정적인 말은 들려준 밥은 썩어버리고 말았다. 이 실험은 말의 위력과 파괴력이 엄청남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우리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도 다시금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필자 또한 말이 주는 효과를 크게 경험했다. 힘든 수험생활에 지친 고3 민지(가명)에게 어느 무더운 여름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치고 힘든 요즈음에 샘은 민지를 위해 기도한다. 늘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네가 좋다^^. 화이팅!” 입시스트레스에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자주 찾던 민지는 그 시간 이후 점차 생기를 되찾아 무더위를 잘 넘기고 졸업 시까지 학급활동에서 필자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다. 또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결과를 얻었다. 또 다른 필자의 경험을 보자. 어느 오후 무렵에 전철로 서울 시내를 통과하던 중이었다. 배낭을 맨 외국인 부부가 5~6살 정도의 아들을 데리고 승차했다. 지친 아이는 객실 안쪽을 응시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몇 정거장을 지나 중간 좌석의 승객이 자리를 뜨려 하자 꼬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잽싸게 가서 앉았다. 그러자 아이의 아빠는 그 자리는 바로 앞과 주변에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우선순위가 있기에 네가 앉을 자리가 아니라는 말을 했다. 아이는 매우 싫었지만 아빠의 말에 순응하며 일어나 아빠에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이런 아들을 온몸으로 감싸고 “Oh, good boy!”라고 말하던 그 짧은 말은 자녀교육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최근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례로 정치인들의 말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는다. 형태 없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고 신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을 칭찬하고 존중해 주면 미담이 덕담이 되지만 남을 비방하고 험담만 늘어놓으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은 적개심뿐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그 너머에서 긍정, 부정의 커다란 존재감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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