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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설안전원 출범, 이젠 가래로 막을 거 호미로 막죠”

[인터뷰] 박구병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에게 듣는다

지난 1948년, 교육시설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복구 지원 및 각종 재난예방사업을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올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지난해 연말 「교육시설법」이 공포되고 1년간의 경과 기간을 거쳐 올 12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박구병 교육시설재난공제회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안전원 설립 의미를 설명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시설 복구에서 탈피, 재난과 재해로부터 교육시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사전예방과 안전교육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선제적 사전 대응이야말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어린 학생부터 교직원까지 기본에 충실한 안전의식을 고취, 재난 발생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현장과 이론 양쪽을 두루 섭렵한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과거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성수대교 붕괴를 보며 재난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후 건설·시설 안전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및 우면산 산사태, 강변 테크노마트 흔들림 등 대형 재난현장의 사고수습과 복구를 지휘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각종 재난현장을 지휘하면서 산업분야 백서 발간에 참여했고, 모두를 놀라게 한 제천 화재사건 당시에는 정부조사단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서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새출발

올해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에서 교육시설안전원(이하 안전원)으로 탈바꿈한다. 어떤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공제회는 재난으로 입은 학교시설물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안전원 출범을 계기로 교육시설 및 안전관리, 재난대응, 복구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공제회가 사단법인이었다면 안전원은 「교육시설법」에 근거한 법정기구라는 사실도 차이점이다. 아울러 그동안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교육연구시설들을 100% 지켜낼 수 있게 된 것 역시 의미가 크다.”

 

재난사고 때마다 철저한 대비 없이 안일하게 대응하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종종 있었는데.

“재난피해가 발생하면 언론에서 종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제목을 단다. 아픈 지적이다. 때문에 안전원은 시설 복구보다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전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교육시설법」에 명시된 16개 안전원 주요 업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90%가 예방 관련 내용이다. 예컨대 교육시설 노후도를 평가하는 정밀안전진단이나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보는 ‘학교시설안전인증제’ 등도 수행한다. 또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처럼 학교 주변 시설 공사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듯 모든 교육시설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보완할 부분은 무엇인지 깐깐하게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우리 임무다.”

 

교육시설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에 통과됐다.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시설을 제공하자는 한결같은 마음이 모두에게 통한 거 같다. 그런 숭고한 명분에 여야 가릴 것 없이 흔쾌히 손을 들어 줬다. 아울러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비롯 교육부 실무 주무관까지 혼연일체가 돼 법 제정에 도움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전예방만 잘해도 재난 복구 경비 7~8배는 절약

재난예방은 광범위하고 보이지 않는 불특정 상대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인적·물적 지원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의 목표는 교육연구시설 재난 예방분야 최고 전문기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은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해·재난 예방활동 전문가 중심으로 부서를 확장하고 학교 시설 내구연한은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는 조직도 있어야 한다. 교육시설 관련 실태를 누적관리하는 교육시설통합정보망 또한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내·외 재난관련 기관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선제적 예방활동에 집중할 경우 재난 복구에 소요되는 경비의 7~8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가래로 막을 거 호미로 막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 예방교육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지난해 크고 작은 재난사고에도 불구, 인명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교직원들의 신속하고 지혜로운 대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분들의 헌신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교직원의 지시에 침착하게 대응해준 학생들도 칭찬하고 싶다. 이런 사례서 보듯 재난 대비 및 예방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 공제회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재난 예방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유치원생 등 학생들에게 재난 안전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교재도 개발하고 버스를 개조해 실내 교육도 시킨다. 일명 찾아가는 연수 등을 통해 연평균 10만 명 정도가 교육을 받는다. 어린 시절 안전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재난으로부터 평생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면역체계를 가질 수 있다.”

 

교육현장에는 자주 나가보는 편인가?

“지난 2018년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상도유치원 붕괴사고가 터졌다.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공제회가 지원할 것은 무엇인지부터 살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현장에 ‘긴급대응반’을 급파하는 등 가장 빠르게 대처했다. 개인적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재해나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을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야 정확하고 신속한 복구대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200여 회 학교현장을 방문, 시설물들을 점검했다.” (박 회장 휴대폰에는 재난에 관한 모든 뉴스들을 언제든지 모니터링하는 앱이 장착돼 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고 현장 발로 뛰는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

국내 최고 재난관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직접 학교 교육시설을 둘러보니 어떤가?

“제일 큰 걱정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다는 점이다. 지은 지 2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 학교의 50% 정도 된다. 40년 이상 된 건물도 14%에 이른다. 노후화된 학교 건물들은 현재의 시설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위험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학교들은 시설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학교시설 안전 및 유지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필요한 재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걱정이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 모 초등학교 화재사고는 필로티 구조가 문제가 됐다.

“많이들 우려하시는 데 필로티 구조는 사실 공간활용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역시 불연재 처리를 하거나 소화시설이 잘 갖췄다면 크게 우려할 게 없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구조물들은 내진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둥 배치의 방향과 크기를 조정해 안전성을 높였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다.”

 

화재사고 당시 공제회에서 시설 복구뿐만 아니라 실험기자재 등 파손된 교구까지 보상한 것으로 들었다.

“학교시설 및 교구 등 재산목록을 공제회에 모두 가입하면 재난사고 시 전부 보상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선택에 따라 시설복구만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학교처럼 모두 항목에 가입돼 있으면 학습에 필요한 교구는 물론 교과서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심지어 급식실이 피해를 입으면 급식비도 보상해 준다. 2021년부터는 포괄적 공제 시스템을 통해 학교 재산목록에 등재된 물품 모두를 보상할 계획이다.”

 

강원도 산불피해 때 가장 신속한 복구활동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사실 이게 핵심이다. 재해나 재난으로부터 학교시설이 손해를 입었다 해도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교육은 중단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응급교육이 가능하도록 긴급복구비를 지원, 임시교사를 가설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한다. 선지원금이라고 해서 학교가 손해를 입었으면 묻고 따질 것 없이 먼저 복구비를 지원하고 이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강원도 고성지역 산불사건 때 현장에서 즉시 복구비를 선지급한 사례도 있다. 다른 부처들은 행정 절차를 일일이 거치는 바람에 예산 내려가는데 만 2~3주 걸린 반면 우리는 즉시 지원으로 복구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3월이면 임기 반환점을 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재난이 발생해도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사전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어린 학생부터 어른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철저한 안전의식을 심어주고 싶다. 예컨대 우리 공제회에서 만든 ‘안전달력’ 이란게 있다. 매달 학교에서 체크해야 할 안전점검 내용이 탁상달력 뒤에 함께 기록돼 있다. 이것만 보면 그달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거해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처음엔 반응이 어떨지 몰라 소량 제작했는데 막상 배포하고 보니 일선 학교행정실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이처럼 소리 안 나는 안전문화 확산에 힘쓰고, 기본에 충실한 안전의식 고취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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