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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2020. 자유인의 서재 ①>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가르침과 배움으로 행복한 2020년을!

책의 오솔길에서 세상과 의미 있는 충돌을 시작하며

 

 만일 인간을 좀 더 창의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젊은이들에게 틀에 박힌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기보다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장 피아제 

 

 나는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데 살다 보니 사는 길이 곧 죽기 위해 살아가는 길이라고 깨닫는 순간마다 아득해집니다. 살지 않을 수 없는 삶,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니! 가만히 있어도 시간에 떠밀려 파도에 밀리듯 저절로 닿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죽기살기로 내닫다 지쳐 쓰러지고, 어떤 이는 스스로 삶을 던지고 어떤 이는 아무렇게나 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래도 眞理는 있다며 道를 찾아 조심스럽게 걷다가 발견한 지름길로 인도하기도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王道도 샛길도 없음에도.

 

죽어서도 살고 싶은 인간의 희망이 종교와 철학을, 문학을 비롯한 예술을 낳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희망이 도를 넘어서 욕망이 되는 순간 세상을 뒤흔드는 재앙을 가져온 것도 인간입니다. 그러니 어떤 이는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 아닌 지구의 멸망을 가져올 좀비라거나 최악의 생명체라고 일갈하기도 합니다.

 

어느 길로 가든 결국 같은 곳에 당도하는 외진 길, 어느 길이 좀 더 빠르고 화사해 보일 뿐 마지막 문은 모두 한 門으로 귀결됩니다. 지금 지구 상에 사는 사람 중에서 지금부터 백 년 뒤에도 살아 남은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그 허무함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도토리 키 재기와 같은 삶을 지구별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분투하며 사는 게 우리들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동안,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행복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좋을 듯합니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와 가리키는 방향이 각기 다르겠지만 공통분모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고 싶은, 자존감을 지키며 최대한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정신적 물리적 환경을 추구하는 삶일 것입니다.

 

인간다운 삶, 행복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교육은 최고의 길을 안내합니다. 서두에 인용한 장 피아제의 교육에 대한 직언 속에 모든 길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 길을 안내하기 위해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열두 번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는 인간으로서 공부하고 싶은 뇌를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주워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몇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우리가 바로 실현할 수 있는 것 중에 운동이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신경세포가 많이 만들어집니다. 지난 20년간 많은 연구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신경세포는 계속 만들어지며, 운동을 할수록 신경세포가 더욱 많이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창의적인 발상을 주로 자전거 위에서 했다고 하지요? 격렬하지 않은 운동, 자전거 타기나 산책은 창의적인 발상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꾸준한 운동이 여러분의 뇌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만들어 나이가 들어서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둘째, 수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젊을 때 많이 주무세요.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뭔가를 무리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의 뇌는 자는 동안 낮에 있었던 정보 중에서 쓸데없는 것들은 버리고 의미 있는 것들은 장기 기억으로 넘기는 일을 합니다. -219쪽

 

운동과 산책, 수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강의 내용이 공감이 가는 이유는 알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아니 하지 않는 내 탓입니다. 가장 좋은 책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쉽게 쓴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이며 친절함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에서 연구자라는 직함을 달고 전문지식에 낯선 독자들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쓴 글을 읽는 일은 달갑지 않습니다. 세상을 선도할 책임이 있는 학자나 연구자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최대한 쉽게 강의할 수 있을 때 그 진정성으로 독자 곁에 남을 수 있기 떄문입니다.  진리는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접하기 쉽습니다. 친절하고 쉽게 가르치는 재주는 교실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교단에 서 있는 동안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의미 있게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길은 지난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틀에 박힌 지식과 태도를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 현장에서 적극적인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겨울방학 동안 1년 농사를 지을 씨앗을 부지런히 비축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가슴 한 곳 깊은 곳에 다람쥐처럼 숨겨놓은 도토리 씨앗들이 잘 자라길 빕니다.  

 

이제는 다 비운 채 아이들 곁을 떠난 자유인의 서재에서 인생 2막의 에너지가 담긴 문장을 찾아나섭니다. 니체의 말처럼 '피로 쓴' 문장을 만나 수혈할 수 있기를! 책은 하산길에 뽑은 최고의 도반이니 그 우정이 영원하길! 삶의 걸림돌도 디딤돌로 만들어주던 책에게 감사하며 책에게 받은 글빚을 갚고 싶어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가르치는 자의 수고로움이 배우는 자에게 앎의 기쁨으로

선생님과 제자가 행복한 2020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열두 달 위에 열두 발자국 길을 아름답게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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