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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한국인은 열정적이다. 그 속성이 지나치게 강해서 기질적으로 ‘냄비근성’이라 불린다. 순간적으로 끓어올랐다 식어버리는 냄비의 특성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기에 과거 한국인의 애국심은 유별났다. 애국은 과거시대엔 화끈한 국민의 정신을 지배한 언어였다. 현재에도 여전히 그 뜻은 숭고하다.

 

자신의 조국에서 당연히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나 책임은 애국적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면 태국기만 봐도 눈물을 짓던 시절에 애국은 그야말로 자발적인 행위의 발로였고 조국을 향한 가슴이 뜨거워지는 동력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지금은 ‘애국’ 하면 과거 전체주의 시대나 냉전시대의 반공교육 잔존물처럼 여긴다. 그나마 그런 애국심이 죽어가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인 행동으로는 맞는 말이다.

 

얼마 전 한글날은 국경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휴일로 부활이 되기도 했다.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운 한글의 위상을 실감한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역사를 가슴에 품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국기를 게양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각 가정의 대문이나 아파트에는 국기를 찾아볼 수 없다. 필자는 주거지의 아파트와 인근 공원 주변의 아파트를 산책길에 유심히 관찰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드물게 눈에 띄는 국기는 오늘날 국민의 애국심을 가늠하는 척도로 보인다. 먹고 살기 바쁘고 피곤한 국민에게 국기게양이야말로 아주 특별한 애국심이 아니곤 하늘의 별 따기 식이 되어 버렸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행동은 마음의 반영이다. 이제 국경일에 국기게양은 국민행동 수칙의 목록에서 사라진 것 같다. 말로는 다들 애국자이다. 또한 주말이면 광화문엔 엄청난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을 이룬다. 그런데 그 많은 태극기가 가정에서는 사라졌다.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의 애국심이 행동으로 나타나기를 국기 게양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그러나 가슴 뭉클한 애국의 선행도 있다. 필자가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시내를 지나던 길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한 남자 어르신이 한 쪽 다리를 절면서 지팡이를 짚고 넓은 시민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곳곳에 부착된 불법전단지를 수거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정차한 상태에서도 짧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어르신의 선행봉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몸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도 공원 산책로 가로수 및 횡단보도의 경계석에 교묘하게 부착된 불법전단지를 일일이 떼어내고 계셨다.

 

그뿐 아니었다. 횡단보도 한 쪽 공원구석에 놓인 쓰레기봉지에 떼어낸 각종 전단지를 차곡차곡 집어넣고 더불어 주변을 청결하게 정리를 하시었다. 잠시 지켜보는 입장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결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봉사를 자처하여 하는 것일까? 그 어르신은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연륜으로 터득하신 게다. 아마 자신의 봉사가 애국이라는 행동으로 구별되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우리의 삶은 이렇듯 애국이라는 행위로 의식하건 못하건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학교에선 국경일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계기교육을 통해서 국경일의 의미와 국민의 행동을 교육한다. 물론 태극기 게양은 기본이다. 이것이 국가가 할 수 있는 국민교육의 한 방법이다.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언론과 방송매체는 국기게양에 대해 국민의 의식을 지속적으로 고양시켜야 한다.

 

이는 낡은 사고라 폄하하기 전에 국민으로서 권리 주장과 함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행위이다. 지하에 계신 선열들이 작금의 조국을 바라보면 어찌 생각할 것인가? 유아적 단순사고로 돌아가 보아도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말로만 하는 애국보다, 어르신의 선행봉사처럼 국가를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는지 다시금 자신을 성찰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