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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사로 산 다는 것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학기 초 개인적인 문제로 병가를 낸 학급에 문제가 있어 벌써 일곱 번째 교사로 내가 부임을 했다. 교무부장이란 이유로 어쩌면 막중한 사명감과 단위학교의 평화를 생각해서 정말 마지못해 관리자의 간곡한 부탁에 허락을 했지만 후회막심이다. 정말이지 교실붕괴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교사의 말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제멋대로 하고 수업준비는 아예 남의 일이다. 자기들끼리 떠들고 소리치고 발길질하고 심지어 얼굴에 주먹을 날리지 않나 여느 아이들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특별관리 대상이다.

 

“손 머리 하세요, 합죽이가 됩시다” 등 온갖 주의집중 수단을 다 동원해보고 초콜릿에 아이스크림과 사탕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강화물은 다 동원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왜 그동안 기간제나 시간제 선생님들이 심지어는 이틀 만에 그만뒀는지 그 이유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은 피구 어제는 이어달리기에 모래 놀이 그제는 동식물 관찰에 찰흙공작 등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우리 선생님 최고’란 감탄사가 연발이 될텐데 이 아이들한테는 그런 반응 및 감격이 없다. 학기초 담임교사가 학급세우기를 올바로 하고 기본생활습관 형성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깨진 유리창이 되어 오히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려는 아이들까지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따라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 따로 없다. 아침에 출근하기가 너무 부담스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관리자의 부탁에 아예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을 했어야 했는데 마음 약하고 사람좋다는 소리 듣는 나의 잘못이다.


당번을 짜서 학부모들이 매일 출근을 해서 일거수일투족 내 생활을 감시 아닌 감시를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망나니 같은 아이들이 진짜 모습을 리얼하게 봐야 일곱 번째 담임인 나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었기에 선뜻 허락을 했다. 엄마들의 마음을 사려고 매일 비싼 커피를 대여섯 잔씩 사느라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어서 교사의 권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솔직히 약간의 권위만 주어졌어도 그렇게 까불고 주의집중 안하고 내 속을 썩이는 아이들이 설치는 법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아동학대 방지법에 학생인권조례까지 등장하여 작금의 현실은 팔다리 다 잘라놓고 어디 서 볼테면 서보라는 식이니 교사의 권위는 한강 물에 집어 던진 지 오래다. 타임아웃이나 손을 들고 있으라는 정도의 제재도 할 수 없으니 아이들은 바로 ‘이때다.’라는 식으로 제멋대로다. 아니 솔직히 다 알고 있다.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교사는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히 작금의 현실은 교사로 산다는 게 얼마나 비참하고 서러운지 안 겪어 본 사람은 그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과거 한 때 교사들이 갑질을 한 적도 있었다. 인과응보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동료교사와 그리고 도중에 그만 둔 선배 교사들의 많은 대화를 나누고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나의 리더십 부재일까 아니면 교수-학습 능력이 부족한 탓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곤 한다. 오늘도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선다.


“얘들아, 오늘은 제발 선생님 말에 잘 따라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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