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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도서실, 책만 읽는다고? 경쾌한 상상이 숨 쉬는 ‘글빛뜨락’

서울잠동초등학교

 

“똑같은 집, 똑같은 학교, 그리고 학원. 답답한 네모꼴에 우리 아이들의 학창시절이 담겨있습니다. 딱딱하고 규격화된 공간에서 어떻게 자유롭고 경쾌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다채로운 형태미가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룬 곳, 우리 학교 도서관이 꿈을 이루는 지혜의 샘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잠동초등학교 도서실에서는 50여 명의 학생이 시간도 잊은 채 창가에서, 계단에서, 다락방 구석에서 책 속에 빠져 있다. 은은하면서도 상쾌한 원목향, 산뜻한 파스텔톤의 벽면, 책장에 가득한 2만여 권의 책들,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곳, 그곳에 꿈이 자라고 있었다.

 

학교와 학부모 의기투합... 최고의 도서실 탄생

잠동초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도서실 ‘글빛뜨락’이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지난 4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시작했던 도서실 리모델링이 5개월여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교실 두 칸을 합친 정도 크기의 글빛뜨락은 말 그대로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하나가 돼 만들어낸 작품이다. 낡고 오래된 도서실, 삐걱대는 책장 사이를 오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이 학교 김경신 교장선생님이 리모델링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신호탄. 이어 학부모들로 구성된 도서실 명예교사 ‘생각두드림팀’이 동참했다. 명예교사들은 도서실 리모델링 TF를 꾸려 설계부터 디자인, 시공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펼쳐온 명예교사들이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엄마들은 역시 강했다. 한번 마음먹자 도서실 리모델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엄마부대’는 발품을 팔아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들을 누볐다. 서울 시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도서실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북카페는 물론 인근 공립도서관과 외국사례까지 참조했다.

 

 

책 읽는 곳에서 정서발달 도움 주는 감성공간으로

마침내 9월, 학생과 학부모들의 소박한 바람으로 만들어진 글빛뜨락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평범하던 출입문이 비정형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호감도를 높였다. “알라딘 마술램프처럼 저곳에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도서실에 대한 아이들의 고정관념부터 바꿔주고 싶어 색다르게 꾸몄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이다.

 

글빛뜨락 안으로 들어서자 교실 두 칸 크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쾌적했다. 높낮이가 다른 물결형 천장과 가을 햇살 가득한 통유리창, 도서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원형 계단,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다락방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연구결과를 보니까 천장 높이에 따라 학생들의 집중력과 창의력에 차이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쪽 면은 천장 높이를 낮춰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높여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학부모 강기원 씨는 아이들이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천정의 높낮이를 달리하고 물결형태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도서관 공간도 저학년·중학년·고학년 특성에 맞게 존을 설정했다. 초등학생이지만 1학년과 6학년은 정신적·신체적 격차가 크다. 당연히 성향도 다르다. 엄마들은 이점을 주목했다. 옹기종기 모여있기 좋아하는 저학년들을 위해 2층 다락방을 만들었다. 은은한 조명이 더욱 편안하게 해 주는 다락방, 뒹굴뒹굴 책 읽기 딱 좋은 곳이다. 도서실 가운데는 둥근 원형의자가 만들어져있다. 그리스 시대 아크로폴리스의 축소판처럼 여겨졌다.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도서실 벽면은 통유리창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져 자연친화적 멋스러움을 더했다. 도서 대출 데스크는 널찍하다. 빌려 간 책을 반납하는 학생들이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엔 직선이 드물다. 곡선의 미를 살려 정서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사각지대가 나오지 않도록 책과 가구들을 세심하게 배치했다. 도서실을 알리는 글자 하나, 게시판 하나에도 색상과 디자인을 달리해 동심의 발랄함을 불어넣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여 분 짧은 놀이시간에도 글빛뜨락엔 ‘고객’들이 넘쳐난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가득한 곳. 그래서일까. 글빛뜨락의 또 다른 이름은 펀(FUN)한 도서관이다. 즐겁다는 의미도 있고, 늘 상 보는 ‘뻔한’ 도서관이 아니라는 의미도 있다.

 

글빛뜨락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김 교장은 학부모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현장 소장님이 그러는데 이번처럼 힘든 공사가 없었대요. 엄마들이 매일 공사현장에 나오다시피 하면서 못질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통해 진땀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학부모들은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자재와 가구·조명기구도 직접 골랐다. 전체적인 통일감을 주기 위해 디자인·소품·사인물 계획까지 세심하게 따졌다고 한다. 엄마의 마음 가득한 도서실, 맘(mom)들이 아이 맘(heart)을 이끈 도서실 글빛뜨락은 그렇게 탄생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함께 만든 도서실, 아이들 눈엔 어떻게 비쳤을까. 6학년 송희진 군의 첫마디는 “신기해요”였다. “분위기가 바뀌니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책도 잘 읽히고요. 앉아서 책 읽는 게 편해져 어린 동생들도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송 군은 책만 읽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상이라며 즐거워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만 오고 가는 공간은 아니다. 학부모도 교사들도 즐기는 공간이다. 지친 몸을 달래는 쉼터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공간도 된다. “글빛뜨락이 초등학교 시절 영혼이 따뜻했던 곳으로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학부모 이성숙 씨는 “학교와 학부모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잠동초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어벤저스급 드림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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