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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핵심은 體·德·智, 공동체 덕목 가져야 리더”

[인터뷰] 조계성 서울하나고등학교 교장

하나고등학교의 영문약자는 HNS다. 사전적으로 풀면 하나스쿨(HANA SCHOOL). 하지만 여기에는 화합(harmony)과 전진(advance)을 통해 건학이념을 성공적(successful)으로 구현한다는 교육목표가 담겨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라는 격랑을 뚫고 명문 사학으로 위치를 굳건히 한 하나고등학교. 공동체적 덕목과 협업을 강조하고 학생중심교육과정 운영과 體·德·智를 중시하는 학풍은 한국교육이 지향하는 선진교육 모델이라는 점에서 많은 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조계성 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고의 특징으로 4가지를 꼽았다. ▲사교육 없는 학교, ▲입시에 매몰되지 않는 교육, ▲학생중심 맞춤형 교육과정, ▲어려운 환경의 인재육성이 그것이다.

 

탈입시 교육 · 사교육 없는 학교가 1번 가치

사교육 없는 학교는 하나고가 추구하는 1번 가치다. 지난 2008년 설립 당시부터 ‘학생들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일관된 원칙이었다. 방법은 하나, 학교 공부만 충실히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게 해줘야 학생들이 학원을 기웃거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완전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이다. 하나고는 사실상 무학년·무계열제로 운영된다.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통해 각각 스스로 시간표를 짠다. 교과목은 기초단계부터 고급 심화과정까지 다양하게 편성돼 있다. 수학에 흥미가 있다면 선형대수학이나 심화미적분학을 공부할 수 있고 경영이나 경제학과로 진로를 정했다면 경제수학을 선택하면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설해준다. 단, 겉만 번지르르하고 운영이 부실하면 과감하게 퇴출한다. 법의학 입문과목은 대표적 케이스. 학생들이 원해서 개설했으나 내용이 너무 어려운 데다 형식적으로 치우치자 폐지해 버렸다고 한다. 선택형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 스스로 진로를 설정하고, 계획하고, 도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력을 기르는 게 본질이다. 이는 또 하나고가 추구하는 인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 보다 대학 졸업 이후 삶을 중시한다.

 

‘누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나고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조 교장은 문제풀이·정답찍기 교육으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나고가 수능 문제풀이보다 토론식·발표식·프로젝트·수행평가 위주 수업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인가”

하나고에는 대학 진학 실적을 알리는 플래카드 한 장 걸리지 않는다. 여느 고등학교들은 ‘○○대 ○명’ 하는 식으로 실적을 자랑하지만, 이 학교는 정반대다. 오히려 입학설명회 때 “SKY대학 가고 싶은 학생은 우리 학교에 오면 힘들어집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점수 올리는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교육, 미래를 이끌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라고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일까? 하나고 교사와 학생 만족도 조사는 일반 학교와 정반대 경향을 보인다. 대체로 일반 학교는 학교평가 때 교사 만족도가 높고 학생만족도가 낮지만, 하나고는 학생만족도가 교사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높다.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싶다는 3학년 박진 양은 “관심 있는 국제경제·미시경제·거시경제 과목들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공부하는 게 재밌다는 것을 하나고에서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사실 하나고는 전국형 자사고다 보니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다. 자칫 이기적 성향이 강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론 정반대. 학생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혼자보다 함께하는 데 더 익숙하다. 조 교장은 학생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공동체의식을 꼽았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덕성을 함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학생들 간 교육활동에서도 공동 프로젝트 수업과 같은 협업능력을 강조한다.

 

조 교장은 “앞으로는 지식을 흡수하는 역량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됩니다. 문제는 이것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각자 잘하는 능력을 모아 부가가치 높은 지식을 생산해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협업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신입생 선발 때 체력장 실시... ‘1인 2기’ 교육 생활화

하나고 또 체육과 예술교육을 매우 강조한다. 대표적인 게 ‘1人 2技 교육’이다. 학생들은 3년간 스포츠 한 종목과 악기 하나는 반드시 마스터해야 한다. 소위 1인 1체육, 1악기 운동이다. 특히 체육은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다. 조 교장은 체·덕·지가 하나고의 모토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고는 신입생 선발 때 체력장을 실시한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학업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이다. 매년 입시에서 10% 정도의 학생이 체력장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한다. 어렵사리 합격해도 체육 활동은 계속된다. 수영은 전교생의 필수과목이다. 학교 측이 정한 목표는 200m 수영이다. 영법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은 200m를 헤엄칠 수 있어야 졸업한다.

 

체육과 예술의 조화는 하나고의 또 다른 키워드. 학교 건물 곳곳에 조그만 연주실들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틈만 나면 이곳에서 피아노·바이올린·플롯 등 자가가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한다. 종종 두 명 이상 협주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도 풀고 머리도 식힐 요량으로 많은 학생이 찾는다고 한다. 쉬는시간을 이용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3학년 김세원 군은 “3년 동안 클래식 피아노·플롯·수영·농구·탁구 등을 제대로 배웠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수학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튼튼한 체력과 풍성한 예술적 경험은 자신감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체와 덕이 조화를 이룰 때 지적 능력도 그만큼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하나고 학생들은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인문·사회·과학·예술 등 각 분야에 관한 토론과 연구활동을 한다. 순전히 학생들 힘만으로 모든 것을 진행한다. 지난 8월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인공지능의 윤리성을 주제로 다뤘다. 학생들이 매년 펴내는 논문집엔 형사소송법부터 가짜뉴스 대응, 물리학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고교생 저작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도서실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의 손엔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토니 모리슨의 <BELOVED>와 정치학 이론서 <마르크르라면 어떻게 할까?> 등 영문원서가 들려있었다. 이번 학기 수업교재라고 했다. “어렵지만 재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세계적인 명문고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대학 많이 가는 학교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인재, 명실상부 글로벌리더를 배출하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 교장은 “한국의 이튼스쿨이란 별칭이 부끄럽지 않게 한국교육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나고 속 하나고는…

 

한아름학당과 코딩스쿨 _ 한아름학당은 삶의 의미와 감성을 일깨우는 인문학교 과정,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학교 과정,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마스터클래스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과정은 학점제로 운영된다. 코딩스쿨은 아두이노 분야를 알아보고 복합적 학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창의적·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이론수업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매경디플로마 _ 경제·경영분야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에게 심도 있는 탐구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산업체 현장체험과 경제경영전략위크숍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 생생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하나고와 매일경제가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는 고교생 경제·경영프리미엄 교육활동이다.

 

자치법정과 공연활동 _ 하나고의 학생자치영역은 교육과정뿐 아니라 자치법정에서의 벌점 소명, 공공장소 사용예절, 학교 주변 야생동물 살리기와 같은 자발적 프로젝트까지 광범위하다. 학생자치 프로그램이 학생생활 전반에 걸쳐 있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주는 학교다. 3학년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3년간 갈고 닦은 1인 2기를 바탕으로 체육대회·요리대회·졸업공연·지방 봉사활동·자선공연 등을 진행한다.

 

학생이 주인 되는 학교 _ 학교축제·체육대회·수학여행·나가자 캠프 및 공연활동은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돼 즐기며 상호작용하는 활동이다. 평소 준비한 창작물이나 예술적 지식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자리로 모두가 역할을 갖고 주인공이 된다. 단체생활을 통해 자아를 찾고 즐김의 가치를 아는 인재로 육성한다는 교육목표를 구현하고 있다.

 

명사특강과 하나愛세이 _ 저명인사를 초청,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사회 각 분야 대가들과 만남을 통해 진로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받으며,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 특히 하나애세이의 경우 강연자와 학생이 멘토와 멘티로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생특강 프로그램도 있다. 재학생이 직접 학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강연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강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치열한 선발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생 서로가 배우고 성장한다는 교학상장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사회통합전형 _ 하나고는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선발된 학생들이 각종 장학혜택으로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 학교 측은 선발뿐만 아니라 재학 중 교육프로그램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학생들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활동 지원공간 _ 하나고는 서울 시내 자사고 중 가장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한때 우수시설학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곳곳에 233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교장실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공간을 학생시설로 개방, 자율활동공간으로 지원하는 등 유연한 학교문화를 자랑한다.

 

공부하는 선생님들 _ 하나고가 최고의 명문고로 성장하는 데에는 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이 밑거름됐다. 교사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업혁신을 위한 현장연구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또 교사아카데미를 통해 학생참여중심의 교육활동과 수업개선 및 교사들 간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하나고 교사들은 학생 맞춤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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