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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하늘이 내린 땅, 세종에서 노닐다

 

우리나라에서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문화‧자연‧교통‧관광 등 인프라가 고루 갖춰진 활력 넘치는 도시다.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 대거 둥지를 틀고 있으며 대통령기록관, 국립세종도서관 같은 건축물은 독특한 양식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종시의 전신 연기군은 일찍이 백제부흥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곳이다. 새 도시가 들어선 것도 어쩌면 이곳의 예사롭지 않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세종은 물이 풍부하다. 금강은 세종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젖줄이다. 도시 한복판에 조성된 세종호수공원은 금강을 끌어와 만든 인공호수로 세종시민들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축구장 62개를 합친 규모의 호수공원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크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으며 중심에 있는 수상무대섬은 금강의 물결이 만든 조약돌을 형상화했다.

 

곳곳에 있는 축제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도 눈길을 끈다. 속속 들어서는 아파트단지와 건물들은 호수와 어우러져 제 나름의 특색으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다. 행정타운 중심에 자리한 밀마루 전망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종시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시야가 좋은 날에는 세종시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공주와 조치원읍도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즐거움이 있는 체험과 맛

 

새롭고 즐거운 도시, 세종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면 이번에는 외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가까운 베어트리파크로 간다. 잘 꾸며진 10만 여 평의 공원(수목원)에는 향기를 발산하는 온갖 꽃들과 아름드리 향나무를 비롯해 수 백 년 된 느티나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와 주목 등이 청신한 기운으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1000여 마리의 비단 잉어떼가 노니는 오색연못과 반달곰과 꽃사슴, 원앙, 공작새 등을 볼 수 있는 동물원,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서있는 중앙공원, 산책로가 일품인 삼림욕장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별도로 마련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가능하고 철따라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수목원 내의 웰컴하우스에서 촬영한 ‘왜그래 풍상씨’를 비롯해 ‘마이 프린세스’, ‘상어’, ‘로봇이 아니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고급스러운 저택이나 별장으로 나왔다. 
 

 

베어트리파크 인근 운주산 기슭에는 옛 어른들이 담갔던 전통 장류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만든 뒤웅박고을(전동면 베일길 90-43)이 있다. 수천 개의 장독대에서 고운 햇살과 맑은 바람을 마시며 장맛이 익어가는 풍경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가을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장독대는 뒤웅박 장독대, 가족 장독대, 지방별 장독대, 어머니 장독대 등 테마별로 종류가 다양하다.

 

이곳의 장류는 ‘장수마을’로 불리는 청송리에서 생산된 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써 전통 방식으로 담근다. 뒤웅박고을 안에 있는 장향관에서 전통 장류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뒤웅박정식A 4만5000원, 뒤웅박정식B 3만8000원, 뒤웅박정식C 3만3000원, 장향정식 2만8000원(평일만 가능). 입장 요금 무료.

 

신비하고 기묘한 봉산 향나무

 

조치원에서 고복저수지 방면으로 조금 가면 봉산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세종시에서도 봉산리는 문화재가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한복판 농가 뜰에 천연기념물인 봉산향나무가 있고 봉산영당, 최회효자문, 전주이씨열려문이 한동네에 자리하고 있다. 봉산영당은 조선시대 초기의 문신 제정공 최용소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며 봉산향나무는 조선 중종 때 강화 최씨 최완의 아들(최중룡)이 서울에서 내려왔다가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약 460년의 나이를 먹은 이 나무는 지상에서 갈라져 우산처럼 가지를 벌렸는데 원줄기가 얽히고설키면서 이리저리 꼬인 모습은 용이 머리를 치켜세운 듯 한 모습이다. 사방으로 뻗어 수평을 이루고 있는 가지를 여러 개의 받침대가 받쳐주고 있다.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을 비롯해 울릉도 등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제사 때 향을 피우는 재료로도 쓰인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잘 자라면 온 마을이 평화롭고, 나무에 병이 들면 마을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믿고 있다.   

 

맨발로 걷는 상쾌한 기분

 

향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세종팔경의 하나인 오봉산(五峰山) 입구가 나온다. 봉우리가 다섯 개(목형봉, 화형봉, 토형봉, 금형봉, 수형봉)라 해서 이름 붙은 오봉산(높이 262미터)은 외지 등산객들도 자주 찾아오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여느 산에서 보기 드문 맨발 등산로는 붉은 흙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아주 좋아서 등산의 재미를 더해준다. 산 정상까지 맨발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쑥쑥 기운이 샘솟는다. 피톤치드 향기를 맡으며 걷는 웰빙 삼림욕은 삶에 지친 이들을 평안으로 안내한다. 
 

 

산 들머리에는 발바닥을 지압하도록 옥돌이 깔려 있어 인기다. 세 개의 마을(봉산리, 송정리, 고복리)이 둘러싸고 있는 이 산에는 예전에 안선사와 흥천사란 절이 있었다고 한다. 중턱에 있는 약수터에서는 매년 기우제와 산신제를 지낸다. 산이 가파르지 않고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물을 가득 담은 고복저수지와 조치원읍내, 세종시내, 금강, 미호천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은 왕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봉산에서 내려와 서면 고복리 쪽으로 가면 낚시터로 유명한 고복저수지(일명 용담지)를 만나게 된다. 고복저수지는 원래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가물치, 붕어, 잉어, 메기 등 어종이 풍부해 낚시터로도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부터 낚시 행위가 금지돼 현재는 할 수 없다.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쉴 수 있는 너른 잔디밭이 있고 저수지 위로 놓인 나무데크길과 전망 좋은 카페, 각종 조각 작품을 전시해놓은 조각공원도 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일주도로도 인기다. 중간 지점에 있는 정자 민락정에 오르면 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저수지 주변에 한방오리와 메기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도 드문드문 들어서 있어 허기를 달랠 수 있고 고려시대 원나라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연기대첩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아담한 절집 

 

고복저수지에서 전의면 다방리 쪽으로 올라가면 아담하고 소박한 절집, 비암사가 나온다. 비암사에 다다르기 직전, 새로운 체험거리가 있다. 이른바 주변 지형에 의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깨비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비암사는 통일신라 말기 백제부흥운동을 펼치다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산사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에 젖어볼 수 있다. 경내에는 수령 몇 백 년은 됐음직한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극락보전은 팔작기와집 다포계 건축물로 조선 후기의 화려한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1960년 극락보전 앞의 3층 석탑에서 발견된 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국보 제106호), 기축명 아미타여래제불보살석상(보물 제367호), 미륵보살반가석상(보물 제368호) 등은 귀중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국보와 보물은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구름이 머무는 운주산   

 

세종 여행에서는 운주산(높이 460mz)도 한 몫 한다. 전의면 소재지에 솟아 있는 이 산은 오봉산처럼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구름이 머무는(雲住) 산답게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다. 산에 길게 걸쳐 있는 운주산성은 분지형의 산세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치를 보여준다. 둘레 3210m, 폭 2m, 높이 2∼8m로 축조된 성안에는 3개의 우물터가 남아 있으며 중턱에는 넓은 공터와 함께 밭의 흔적도 보인다. 예전에 꽤 많은 사람들이 성안에 살지 않았을까 싶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등산로를 따라 1시간쯤 올라가면 운주산성 입구에 다다른다. 
 

운주산성은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한 후 풍왕과 복신, 도침 장군이 선두가 돼 크게 떨치고 일어났던 백제부흥운동의 최후 본거지로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산성이다. 주춧돌로 다시 쌓은 동문지, 서문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성곽은 무너져 흔적만 남아 있다. 운주산 정상에 오르면 ‘백제의 얼 상징탑’이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 또한 탁월하다. 천안시와 청주시, 그 너머의 독립기념관이 아스라하고 맑은 날에는 아산만까지 보인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여행객이라면 운주산 중턱(광장)까지 승용차로 올라간 다음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약 10여 분이 걸린다. 

 

 

세종을 빛낸 화가와 교과서 이야기

 

동면 응암리는 화가 장욱진(1917~1990)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선생은 ‘까치’, ‘마을’, ‘자화상’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1963년 서울을 떠나 남양주 덕소에 화실을 짓고 1990년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장욱진의 그림은 소소한 일상과 향토의 아름다움을 절제된 형태로 화폭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성품이 말해주듯 그림 하나하나에는 순진무구한 정신세계가 녹아 있다. 특히 ‘까치’는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렸던 장욱진 선생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선생은 평소 두꺼운 종이나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즐겨 그렸다고 한다. 생가 뒤 산자락에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탑비를 세워 놓았다. 세종시는 2022년까지 장욱진 생가를 새롭게 복원하고 기념관도 건립한다고 한다. 
 

장욱진 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교과서박물관(www.textbookmuseum.co.kr)이 있다. 교과서는 소중한 교육 문화유산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고대 이후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교과서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교과서 제작과정과 인쇄기계, 세계교과서, 북한교과서, 특수교과서, 미래교과서 등을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의 교실 밖 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관람 시간: 09:30~17:00(입장 마감 16: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료: 무료. 김초록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