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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또래상담가와 고민을 나누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뛰어놀다가 '몸'을 다치는 일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친구들과 감정 싸움을 하고, 부모님 선생님과의 갈등으로 '마음'을 다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꺼려졌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

 

어른은 이해하기 힘든 어린이들의 고민

 

교직 경력이 쌓여갈수록 새삼 느끼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어린이의 생활세계와 어른의 생활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느끼는 스트레스 상황과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은 정말 천양지차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함께 생활하고 있는 4학년 학생들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활용해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다. 주로 아이들끼리 생기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냥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보기 위해 시도하기도 한다.

 

"선생님, 제 친구 사랑이(가명)가 주말에 저 말고 다른 친구랑 놀아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반 애들이 문을 열어 놓고, 그냥 나가면 화가 나요."

 

"아침에 와 보니까 제 슬라임에 먼지가 묻어 있다고요!"

 

아이들의 고민은 정말 다양하다. 나라도 기분이 안 좋았을 법한 친구 관계의 고민도 있고,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사소해보이는 고민도 있다.  

 

"희망(가명)아, 슬라임에 먼지가 좀 묻어 있을 수도 있지. 먼지는 좀 떼면 되지 않을까?"

 

아이들과 상담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책을 읽고, 연수를 받은 나이지만 상담의 기본 원칙인 공감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잘못된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선생님, 저라도 희망이면 기분 안 좋았을 것 같은데요. 희망이 슬라임은 집에서 직접 만든 거잖아요. 선생님이 직접 만든 옷에 먼지 묻으면 기분 안 좋지 않아요?"

 

또래보다 조금은 성숙한 한 친구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첫째로는 슬라임을 직접 만든 옷에 비유했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로는 나보다 훨씬 더 친구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마음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또래상담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로 이어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누가 뭐라해도 친구일 것이다. 즉, 또래관계는 어린이들의 생활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고 행복부터 슬픔까지 모든 감정을 움직이는 제1의 주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고민도 또래에게는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나를 이해해줄 것 같다는 믿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또래상담은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어 더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해준다.

 

또,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학생을 조기에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래상담가는 상담을 받는 친구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왠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하면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지만 같이 혼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는 데 또래상담가에게는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는 솔리언 또래상담이라는 프로그램 지도자 과정으로 기본과 심화과정을 이수하고, 지난 7월부터 지난 주까지 총 6번의 교육을 통해서 5~6학년 9명의 또래상담가를 양성했다. 아이들은 또래상담 수료증과 뱃지를 받고, '또래상담가'라는 자격을 가지게 되어 자부심을 가진다.

 

소수 정예멤버인 또래상담가들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내가 우리학교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생각과 친구들을 상담해주면서 자신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렌 하루를 보낸다. 우리학교 또래상담가들의 멋진 활약으로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까지 모든 교육주체가 행복하고 걱정없는 학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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