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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과 평화교육, 접점과 쟁점

평화와 통일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국민의식은 지난 시기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 말하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세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불필요성에 대한 응답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평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든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고 평화를 당면의 현안으로 더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를 근거로 평화를 앞세우고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 돌려놓는 것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의 관계,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내용, 교육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날 평화와 통일의 교육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평화와 통일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있는 학교 통일교육의 현주소와 함께 평화통일 교육의 쟁점과 과제를 살펴본다. 특히 빠르게 변해가는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시각과 대북관을 학교교육과정에 어떻게 접목 시켜 나가야 할지를 모색해 본다. 통일안보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지금, 학교 통일교육은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이제 70여 년의 긴 분단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오랜 숙원이자 사명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그만큼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국민적 과제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육 분야는 일대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통일교육이 강조해오던 가치들이 이제는 평화·통일교육이라는 새로운 아젠다로 대체되었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은 2018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간해오던『통일교육지침서』의 명칭을『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으로 변경하고 평화·통일교육의 목표와 과제, 중점 방향, 교육 방법 등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발행물의 명칭을 ‘지침서’라고 표현하는 대신 ‘방향과 관점’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하향식 통일교육에서 탈피하여,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평화·통일교육이 새로운 통일교육의 방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기존의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인데,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의 이해와 공감의 여부가 현 정부의 통일교육 정책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일교육이 한반도의 분단 해소를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평화교육은 인류의 보편가치인 평화적 공존에 주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에 대한 접점과 쟁점에 대해서는 이하의 내용에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정의

일반적으로 통일교육이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통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고, 올바른 인식과 논리를 제시하여 교육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장차 통일의 과정에서 필요한 실질적 통합 능력을 함양(涵養) 시키기 위한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통일교육은 남북이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는 통일교육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남북한 간 평화공존을 실현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룩하는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과 동시에 통일국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제반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기초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에 평화교육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나 지역, 인종을 초월하여 인류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상태를 추구하는 정신이다. 평화교육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소극적인 평화에 국한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교육이다. 즉, 사회구조적인 폭력을 극복하고, 폭력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평화의 의미를 지니는 교육이다. 결국 평화교육은 갈등을 극복하고 공존과 협력, 포용과 상생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교육 내용

통일교육은 각 시대별로 반공교육, 통일안보교육, 통일교육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어오면서 기본방향 및 내용을 달리해 왔다. 기존의 통일교육을 쟁점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 반공교육과 통일안보교육,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위한 통일교육, △평화공존에 기초한 통일교육으로 요약할 수 있다.

 

통일교육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특징들을 살펴보면, 특정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통일교육도 그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통일교육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면서 정부 친화적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연유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교육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평화교육의 내용에는 갈등과 평화에 대한 개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힉스(D.Hicks, 1993)는 평화교육을 평화에 관한 지식과, 평화를 만드는 기술, 그리고 평화에 관한 태도라는 3가지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평화에 관한 지식은 평화의 정의와 이에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평화 의식을 함양시키는 방안으로 비판적 사고, 공감, 협력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자세 등이 제시된다.

 

평화교육 내용의 주요 특징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기초하여 통일의 과정과 방법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폭넓은 의미에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평화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으로서 협력과 갈등을 연령별로 구분하여 ‘각 연령에서 인지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과 ‘평화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열린 토론을 통해 공감의 장을 마련하는 교육법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평화교육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교육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육의 핵심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육의 실천에 있어 그 방향성과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교육의 일관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현 단계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는 ‘평화교육’에 대한 논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시민교육의 장으로 전환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닮은 점과 차이점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닮은 점은 두 교육 모두 한반도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통일교육은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치를 완화하고 남북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교육으로 분류된다. 한편, 평화교육은 주민들 간의 적대심과 갈등을 해소하여 평화적인 통일 및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이다. 평화교육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인종, 국가, 성, 종교 등에서 표출되는 갈등을 극복하고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 공존과 협력을 추구하는 세계 평화를 위한 교육인 것이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는가에 따라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다르게 건전한 안보관과 균형 있는 북한관을 목표이자 가치로 여긴다는 점이다. 통일교육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기초로 설정하는데, 이는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보는 것을 뜻한다. 즉, 이는 가치판단이 아닌 사실에 대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건전한 안보관 역시 인류 보편적인 민주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사실과 현재에 기반을 둔 사실에 대한 판단을 중시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체제 우위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수반되고, 상호 비방과 군사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소모적인 노력을 지속하게 하는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평화교육의 가치는 ‘약자와 타자를 변호하는 평화개념’에 기초한다. 따라서 평화교육에서의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약자와 타자로서 인식된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목표와 가치의 차이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점을 낳게 한다. 즉,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기초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론을 표방하고 있다면, 평화교육은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바탕으로 인류 보편적인의 평화론을 상정(想定)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을 향한 교육으로서의 목표와 교육 내용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일교육은 상대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집착하고 남북한의 상황에 주목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통일교육은 남북한의 현실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평화교육은 그 교육의 영역이 동북아의 갈등을 넘어 인류 보편의 영역으로 확대된다는 강점을 가진다. 결국 전 지구적 차원의 혐오와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적 상태와 긍정적 신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구축시킬 수 있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쟁점과 과제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은 접근하는 방향성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기존 정부에서 추진되어 온 통일교육은 분단 극복과 통일을 중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목적성이 강하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평화교육은 남과 북의 평화적 공존과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통일의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현 정부와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차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통일이라는 목적과 결과를 추구하다 보니 안보에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관용의 정신으로 협력과 공존을 중시하고 평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의 쟁점은 바로 ‘안보’와 ‘평화’라는 두 개의 가치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분단의 역사가 만들어낸 고착화된 ‘안보의식’과 ‘평화의식’의 균형을 유지·설정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흔을 간직하고 있다. 안보의식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변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보는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안보와 평화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평화를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나누어 설명한다. 평화의 논의에 있어서는 폭력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폭력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 행복과 지성 등을 강제하며, 또한 인간의 자아실현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도 폭력에 기인한 것이다. 갈퉁은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를 ‘소극적 평화’라고 하고, 인간의 행복과 자아실현이 가능한 평화적 상태를 ‘적극적 평화’라고 정의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는 적극적 평화이다. 이 시점에서 현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대북 정책 역시 적극적 평화를 실현하려는 일환으로 평가하고 싶다. 적극적 평화는 상대에 대한 관용과 수용, 인정과 공존을 지향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평화교육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평화주의적 의식의 함양과 민주시민교육이다. 통일교육의 대안으로 ‘평화교육’, ‘평화·통일교육’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