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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안 된 민주시민교육, 정치중립성 의문

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교육으로 간판만 바뀐것 아니냐는 낮은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민교과를 만드는 것은 자칫 학교 정치화와 교육 편향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에서 ‘민주시민학교와 비시민학교’로 나뉘어 차별이 발생하고 학생들에게 권리만 강조, 책임은 외면하게 만들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택한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기대와 우려를 담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다.

 

민주시민교육의 도입에 관하여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가 있기 이전에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정책적 무게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조직 개편에도 민주시민교육 관련 부서가 편성되었으며, 관련 토론회와 설명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발표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적 가치와 방향은 당연히 타당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시민으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없다.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건전한 사고를 갖춘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정책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민주시민교육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볼 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해야 할 문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우선 다양한 층위에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민주시민교육 방안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당위적 개념을 굳이 새롭게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앞서 밝혔지만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치는 당위적 개념이다.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고, 이미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시민교육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에는 제대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정권의 부정을 시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간의 성장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내지 못했다는 반성은 자성의 차원을 넘어 그간의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교육과정과 평가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교육부는 ‘시민 교과’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정책 흐름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시민’이 교과목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과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도덕 교과에서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루고 있었으며,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국어교과에서도 토론과 의사소통 등의 내용을 통해 민주시민적 가치를 충분히 구현해왔다. 교육과정 속에서 교과로 가르친다는 것은 교수·학습과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신적 가치이자 삶의 태도인 ‘민주시민’ 교과는 모호한 위치에 놓인다.

 

셋째, 교육의 주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

 

앞에서 지적한 부분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누가’ 가르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닌 일부 단체를 민주시민교육으로 끌어들인다는 움직임은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분명한 지식적 차원의 문제를 전문가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의적 태도의 영역을 특정한 시각을 가진 단체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교사가 양성되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학과 체계의 개편과 보완이 선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땜질식으로 기존 타 교과 교사들의 보수교육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비전의 설정과 합리적인 판단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넷째, 편향성의 문제이다.

 

앞서도 지적했다시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편향적 성격은 가장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남을 우려가 크다. 정권이 교체되고 교육감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시작된 민주시민교육은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프레임처럼 다가간다. 마치 혁신교육처럼 근본 취지와 다르게 진보의 프레임 속에 갇혀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1곳 내외로 운영될 ‘민주시민학교’에 대해 혁신학교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우려가 단순히 기우는 아니라고 본다.

 

다섯째, 민주시민의 가치 요소를 치우쳐 담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상당 부분은 ‘권리’와 관련되어 있다. 일부 시도에서 적용 중인 각종 조례들과 맥이 닿아 있다. 권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중으로 ‘책임’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박탈감의 문제가 이러한 부분과 관련이 있다. 책임감 있는 민주시민의 양성으로 방향이 잡혀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시민교육의 정착을 위한 제언

민주시민교육의 가치는 반드시 가르쳐야 할 중요한 대상이고,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적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시민사회의 정책 결정은 서로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차이와 우려를 줄여가는 합리적 방법이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을 주장하면서 정작 민주시민사회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비슷한 성향의 단체들과 구성원끼리 모여 또 다른 교육정책을 양산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로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롯이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노력할 때 민주시민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시범학교의 운영과 일방적 정책 지원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의 평등한 재구성과 운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