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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을 찾아서

철학콘서트 2

공경하라, 자제하라, 공부하라

 

 

설 연휴에 읽은 책 중에 단연 으뜸인 책이 『철학 콘서트 2』였다. 맹자의 혁명론에서 뉴턴의 만유인력까지 세상을 바꾼 사상가 10인의 위대한 생각을 정리한 황광우의 책이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 같은 10인의 철학자의 색다른 삶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인상 깊은 대목들이 많아서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읽은 책의 무게만큼 깊은 철학자 황광우의 해석을 음미하며 공부하는 느낌도 신선했다.

 

"나는 죽어 '행복한 섬의 나라'로 갈 것입니다. 나는 그곳에서 우리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를 만날 것이며 우리의 시인  호메로스와 해시오도스를 만나 담소를 즐기며 살 것입니다. "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남긴 고별인사 ) - 236쪽

 

죽어서도 영웅들과 시인을 만나 담소를 즐기고 싶다는 낭만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정신세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그러니 그 죽음이 무섭지 않았을 것이니 죽음을 연인처럼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철학자의 내면세계가 궁금하여 집어든 이 책은 읽을수록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철학적이지 못한 삶인지, 코앞만 보며 달려온 삶이 부끄럽다는 고백이리라.

 

이상국가.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플라톤의 바람이었다. 서구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볼테르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이 조선에서 구현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동양을 매우 부러워했다고 한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보필한 철인이었고, 세종은 왕 노릇을 한 철인이었다. 플라톤의 꿈은 조선 땅에서 이루어졌다. -8쪽

 

우리는 서구 계몽주의의 대표인 볼테르가 부러워 한 철인 왕, 세종대왕을 가진 나라다! 철학의 높은 산인 플라톤이 이상국가의 모습으로 내세운 철인왕이 서양이 아닌 조선에서, 그것도 백성을 사랑함이 지극하여 글자를 만들기 위해 조정 대신들의 눈을 피해 치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휴양지에서 몰래 훈민정음 창제에 몰두했으니.

 

한글이 아니면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 이렇게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한글의 고마움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자판을 칠 수 없다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늘과 땅의 원리, 발음기관과 조음기관을 완벽하게 과학적으로 결합한 것도 감사한 일인데, 애민사상이 하늘에 닿아 지극한 마음까지 더했으니, 세종대왕의 철학적 사유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애를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랴!

 

대한민국에 그 많은 학원이 있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학원만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배우기 쉬운 글자이니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여기에 내가 쓴 글을 올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세종대왕 덕분이다!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내가 책이 아니면 어디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으랴! 어찌 생각하는 삶을, 선생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다.

 

작가 황광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글창제의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세종대왕의 철학적이고 인간적이며 과학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철학공동체를 세우며 갈파한 공부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이가 바로 세종 임금이었으니 우리는 축복 받은 나라가 분명하다.

 

최초의 철학공동체를 세운 피타고라스, 호메로스를 질투한 플라톤, 이데아 제국을 격파한 아리스토텔레스, 여민동락과 역성혁명을 주창한 맹자, 태양을 멈춘 사나이 코페르니쿠스, 의대를 중퇴한 갈릴레이, 순결한 15억 영혼의 지도자 무함마드, 철학적 원리로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 과학혁명을 완성한 뉴턴, 시경을 편집한 공자 등 , 동서양 10인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23년 간 이집트 생활을 하다 페르시아의 포로가 되어 바빌론에서 12년을 보내고 '현자'가 되어 56세에 귀향하였다. 피타고라스가 탄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자 소문은 금세 퍼졌고, 현자를 보기 위해 군중이 몰려들었다. 피타고라스는 광장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첫 연설을 했다.

시간과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이 가는 대목이라 여기에 전문을 옮겨본다.

 

인간의 삶에서나 자연에서나 먼저 온 것이 나중에 온 것보다 우월하다. 새벽은 저녁보다 좋고, 동쪽은 서쪽보다 좋으며, 시작은 끝보다 좋다. 마찬가지로 탄생은 죽음보다 좋고, 원주민은 이주민보다 좋으며, 어른은 젊은이보다 좋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생명을 준 분들이다.

 

자제하라. 가장 욕구가 왕성한 젊은 시절은 성품이 단련되는 시기다. 자제는 몸과 마음에 좋은 , 모든 것을 줄 것이다. 자제는 건강을 지켜주고, 최상의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트로이전쟁에서 양편의 군사들이 그토록 많은 희생자를 냈던 것은 한 사람(파리스)의 자제력이 결여되어서였다.

 

공부하라. 최상의 지적 능력을 갖길 원하면서 공부하는 데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몸은 아껴보았자 사라진다. 공부를 하여 고귀한 정신을 갖게 되면 죽어도 계속된다. 모든 뛰어난 지도자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다. 힘과 미모, 건강과 용기는 다른 이에게 물려받을 수 없지만 공부는 물려받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다. 부와 권력은 유한하나 지식은 무한하다. 육체는 죽지만 지식은 영원하다.

지식의 기본은 타인을 배려하는 데 있다.

 

백견이 불여일독(百見이 不如一讀) 하는 삶을

 

철학자들이 말하는 행복론도 비슷하거나 다 다르다. 인간의 특성을 갖춘 사람도 개인마다 생각하는 행복론이 다 다르리라. 쾌락을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인 삶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단순하다. 최소한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책 속의 일자천금 같은 한 문장을 캐내는 쏠쏠한 만남의 순간에 스치는 황홀함은 그날이 그날 같은 영원한 회귀 시간의 물레방아를 무료하지 않고 버티게 하는 에너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내 곁을 지킬 단 하나의 무기는 책이 분명하다. 사람은 실망을 안겨주지만 책은 그럴 리가 없으니.

 

저자 황광우의 마지막 멘트가 메아리를 넘어 죽비소리로 다가선다. 아무래도 2019년의 숙제는 백견이 불여일독(百見이 不如一讀 100번의 여행이 한 번의 독서만 못하다.)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쩌면 여행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위안을 받은 대목이다. 새로운 풍경보다 새로운 안목을 가지라는 프루스트의 말과 상통하니.

 

"지구의 명승지를 다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아쉬운 일이듯, 책 속에 담긴 현자들의 음성을 모두 듣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그대, 아직도 고전을 읽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을 더 살아야 한다. "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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