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책은 인생의 도반

 

책은 약과 같아서 좋은 책을 읽으면 우둔함을 치료할 수 있다."

  (書猶約也, 善讀之可以醫愚) 『설원』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 -도스토옙스키

"내가 알고 싶어한 모든 것은 모두 책에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경우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에머슨

 

독서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세상이 스마트해질수록,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인간의 삶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사람들은 더 영악해졌고 더 편해졌지만 더 외로워졌고 아픈 사람들로 넘친다. 이해타산은 더 빨라졌고 인정은 메말라졌다. 세상은 좁아졌고 정보는 공공재가 되었다. 지식이 지혜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정보의 바다에 갇혀 허우적대다 끝나는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서, 손바닥만한 거울에 비친 세상, 자동화의 물결에 떠밀려가고 있다. 스마트기기가 더 많고 우수해지면 인간의 삶이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져서 더 인간적인 세상이 올 거라 믿었는데, 시간은 더 없어졌고 사이버 범죄는갈수록 지능적이다.

 

우물가에만 가도 동네 소식을 다 알고 서로 위로하고 나누며 살던 시대에는 가난했지만 돌봄과 여유가 있었다. 이웃집 아기 엄마가 바쁘면 옆집 할머니가 아무런 대가 없이도 돌봐주던 인심, 수제비죽을 끓이면 이웃집까지 다 돌렸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오직 휴대폰 창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나마 그걸 소통이라고 해야 되나?

 

누가 어디서 무엇을 먹고 여행을 다녀오고, 사진도 가공처리하여 보여지는 자기 모습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이제 모두 사진 전문가가 되었다. 도대체 사생활이란 게 없다. 아무때나 울려대는 소음이 귀찮아서 문자 외의 어떤 기능도 열어두지 않는 나 같은 휴대폰 울렁증을 지닌 사람에게는 휴대폰은 거추장스런 물건일 뿐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내 나름의 인간관계 정리법이다.

 

  인간의 DNA는 진화를 멈춘 것은 아닐까? 안으로의 여행은 뒤로 한 채 바깥 세상을 향한 탐구에만 열을 올려온 인류의 미래나 개인의 삶에 위기가 눈 앞에 와 있는 느낌이다. 책을 멀리 하며 살고 있으니, 허약한 내면 위에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넘친다. 한두 마디 말만 나눠보면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목소리도 크고 따지기도 잘한다. 차분한 대화가 힘든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도서관은 생계를 위한 공부에 매달린 사람들로 붐비고 서점에선 책이 팔리지 않는다. 책은 지식을 넘어서는 지혜의 보물 창고임에도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 풍조가 두렵다. 이 책은 그러한 삶의 위기를 염려하여 중국에서 내놓은 저작물이다. 위협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 가를 보여주듯 독서로 운명을 바꾼 인류 문명의 파노라마를 3년에 걸쳐 제작한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한 책이다.

 

2018년 ‘책의 해’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은 성인 59.9%, 학생 9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에 비해 성인은 5.4%, 학생은 3.2%가 감소했다.

 

이처럼 ‘독서의 위기’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세계 경제 대국 2위로 급부상한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중국신문출판연구원이 제12회 전국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성인의 종이책 독서 비율은 58%이며, 일인당 하루 독서 시간은 14.11분, 연평균 독서량은 4.58권으로 나타났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가적으로도 독서 진흥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인류 문명의 3대 성과는 문자, 제지술, 인쇄술이다. 유가가 더하기라면 도가는 빼기이다. 오로지 이익과 명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인생의 분노와 불우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바로 노자와 장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83쪽)

 

공자는 '인 仁'이다. 그는 인간은 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고 지식과 덕을 겸비하는 것이 바로 마음과 정신의 동력이다. 노자는 '도 道'이다. 선이 아니라 진 眞이다. 그는 사람이라면 응당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 만족하며 긴장을 풀고 사는 것이 정신세계의 해방과 구원의 체계이다. -(85쪽)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에 제지술, 인쇄술을 포함한 4대 발명품은 아라비아인들의 손에 의해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 세계로 유입되었다. 나침반은 대항해 시대의 시작에, 화약은 유럽 자산계급의 승리에, 제지술과 활자 인쇄술은 위대한 르네상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34, 135쪽) 

 

한 사람의 지식구조에 결함이 생기면 그의 영혼이나 성격 그리고 사상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그 결함을 제때에 고치지 못하면 단편적 지식을 맹목적으로 믿고 굳은 사고를 하게 된다. 사상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굳어버린 사람에게는 약도 없다." -(158, 159쪽)

 

인간을 바꾸는 네 가지 방법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라고 한 오마에 겐이치의 의견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좋은 책을 읽는 것! 어쩌면 앞의 세 가지보다 좋은 책 한 권이 인간을 바꾸는 데 더 이바지하지 않을까?

 

독서의 힘을 비축하기에 겨울방학은 최고의 시간을 선물한다. 2019년에는 이 나라 곳곳에서 독서의 힘으로 내면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넘쳤으면 좋겠다. 우주의 별만큼이나 신비하다는 인간의 뇌 속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만드는 데는 책이 일등공신이다. 여행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뇌를 행복하게 한다. 책 속에는 더 심오하고 미묘한 맛으로 오래 가는 행복을 안겨주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행복의 수준도 다르다.

 

독서는 뇌 속에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다. 길을 낸 뒤에 여행을 떠나 맛집을 탐닉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것이 최상이겠다. 차선책으로 미세먼지로 나들이 하기가 어려운 추운 날, 집안 일과 새벽 청소를 끝내고 샤워를 하고, 곁에는 가르릉거리는 고양이가 누워 있고  FM 라디오 음악을 낮게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 되고도 남는다.

 

 다시 서재에서 책을 고른다. 

 지역 도서관을 향하는 발걸음이 즐겁다.

 이 겨울 어떤 책을 만나 독서의 힘을 키울 것인지 설렌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자판 곁에서 쌕쌕 잠자는 우리 집 고양이 꿈이는 말이 없어도 통하는 친구이자 철학자다. 매 순간을 검소하게 깔끔하게 자신을 가꾸고 즐기는 녀석은 시간을 즐기는 고수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자신만의 자유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종이 책보다 자연의 스승들이 더 현명하다. 고양이 한 마리, 빈 가지로 서 있는 배롱나무도 내겐 스승이다. 심안이 열려야 보이는 스승들은 찬 바람과 미세먼지로 얼룩진 겨울 날씨에도 생의 찬가를 부르며 내게 속삭인다.

이 겨울도 금방 지나간다’ 고,

‘책에서 얻은 마시멜로로 바로 지금 행복해지라’고!

 

교단에서 만나는 마지막 겨울방학 독서라서 더욱 달콤하다. 행복을 파는 가게에서 가장 비싼 물건은 책이 분명하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고수들이 숨겨 놓은 보석 같은 한 문장을 찾는 순간의 내밀한 기쁨을 맛볼 수 있으니, 책은 인간을 바꾸는 비밀 병기가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니 한 세상을 사는 동안 내 생각을 키우고 바꾸는 데 꼭 필요한 여행 가방 속에 담아야 할 첫 물건은 책이 분명하다. 최상의 친구는 말조차 필요 없으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