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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중심 교육의 새로운 접근

최근에 학교 교육을 포함해 모든 교육 분야에서 역량중심 교육을 말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히 교육은 학생들이나 학습자들의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넘쳐나고 있다. 얼핏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엄격히 들여다보면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무엇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학교 교육의 맥락에서만 보면 역량이 교육을 통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말하는지, 수업 시간에 가르쳐야 할 내용을 말하는지, 나아가서는 역량 개발과 관련한 수업 방법과 평가가 따로 존재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본문에서는 역량중심 교육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이제 와서 자주 등장하는지,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역량이 길러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역량중심 교육 의미의 확장
역량이라는 용어는 본래 직업 훈련이나 산업교육 분야에서 사용돼 왔다. 특히 OECD가 역량의 개념을 매우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안하면서 우리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것으로 학교 교육목표나 내용선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경우 역량은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당면한 문제해결능력 내지 적용 실천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배경에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에 대한 적합성의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될 수밖에 없게 됐다. 왜냐하면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는 여러 교과에서 많은 지식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삶의 개선이나 만족감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량중심 교육이 매력적인 수사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상식적인 어법에 의하면 역량교육은 기존 지식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역량교육은 소박하게 말하면 단순히 지식을 위한 지식습득 교육이 아니라 그 지식을 특정 상황이나 맥락에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력이 높은 교육을 말한다. 이 의미가 극대화되는 부문은 기술이나 직업 및 산업교육 분야라고 볼 수 있다. OECD나 교육을 경제적, 투자 관점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일찍이 Edmund C. Short(The Concept of Competence, 1985: 2-6)는 여러 견해들을 종합하여 역량(competency)을 ▲행동이나 수행(performance) ▲지식이나 기능의 통제자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능력(capability) ▲사람의 자질(quality)이라는 4가지 관점으로 정의했다. 첫 번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행동이라는 것은 대상의 유목이고, 하나의 수행(통합된 행동의 조합체)은 또 다른 대상이며, 구체적인 행동과 수행에는 논리적 혹은 경험적 연관성이 있다. 두 번째 관점에서는 어떤 행동이나 수행 이상의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수행의 숙달에 대한 충동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하는 가운데 역량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관점에서는 역량을 공적인 어떤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역량의 판단이 수월성에 대한 공적인 기준이나 준거를 사용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 번째 관점에서는 역량을 개인적인 자질로 보는 것이며, 일단 특정한 자질이 바람직한 것으로 가려지고 확인되면, 그런 자질들을 가진 개인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직업에서 주어진 직무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거나 기대되는 준거에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해주는데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를 의미한다. 이 경우 역량은 특정 직무의 성공적인 수행과 관련된 능력이다.

 

그런데 역량의 개념은 원래 직업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등장하였으나 요즘에는 매우 포괄적인 교육목표로서 논의되고 있다. 이 개념의 확장에는 OECD의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된 것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


학교 교육을 넘어서는 역량
교육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역량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그 공통적인 것은 기존의 교과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매우 복합적인 상황 속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즉, 어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행동하거나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역량에 대한 협소한 의미, 즉 특정 직무와 관련된 한정된 능력의 의미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정 직무에 한정된 역량의 의미, 즉 특정 직무의 성공적인 수행과 관련된 능력으로서의 역량은 개념적으로 확장 중에 있다. 이제 역량에 대한 논의는 직업 사회와의 관련을 넘어서고 있다. 역량은 인간의 사회적 삶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삶 전체의 맥락에서 역량이라는 용어는 외국의 경우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바, 생애기술(life skills: ILO, OECD, UNESCO), 핵심기술(core skills, key skills, common skills: 영국, essential skills: 뉴질랜드), 핵심능력(key competencies: DeSeCo, 호주, 뉴질랜드, 등), 일반기술(generic skills, 미국), 핵심자질(key qualification: 독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OECD는 DeSeCo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것을 확장적으로 제안하고 있다(OECD, 2003;2005). DeSeCo 프로젝트에서는 역량을 직무 수행 성과를 알아보기 위한 장면을 넘어서 일상생활 혹은 복잡한 사회적 장면에 적용할 수 있는 생애 핵심 능력으로 그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식, 인지적·실제적 기술, 동기화, 가치, 태도 및 정서와 효율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여타의 사회적․ 행동적인 구성 요소들의 연합’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역량을 직업 장면에서 일상생활 및 사회적 장면으로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상과 같이 역량에 대한 다양한 개념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역량은 지식, 기술, 태도 및 가치 등이 통합된 총체적 특성을 지니며, 특히 수행에 근거하거나 학습가능성, 가치지향성, 맥락을 강조하고 실제 적용을 중시한다.


현재 학교 교육의 변화
역량의 개념과 그 기원에 대한 논의를 보면 매우 다양한 접근들이 가능하며, 그것들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직업과 관련한 요구만이 아니라 사회적 삶의 맥락 차원에서 정의되면서 그 개념에 대한 논의는 상당 부분 진전되어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단순히 기술과 직업적 요구와 관련된 논의로부터 보다 거시적으로 사회적 삶의 맥락 차원으로 역량의 의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역량은 기존의 지식과 기능, 가치와 태도 등을 통합하는 것으로 그 양과 질에서 상이한 차원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개념적 확장과 동시에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역량에 대한 확대된 개념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학교 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역량교육에 대한 흐름은 몇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 기존 지식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지식교육의 목표가 Bloom 등이 말하는 지식과 이해 수준을 넘어서서 적용-분석-종합-평가의 수준으로 옮아가는 교육을 의미한다.
둘째, 자유교육의 전통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역량이라는 것이 특정 기술이나 협소한 적용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지식을 내면화한 자유인의 정신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 역량교육은 자유 교양인을 기르는 것이지, 특정 기술에 통달하는 마스터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단순 지식과 기능의 마스터와 자유 교양인 함양이라는 대립적 구도를 넘어서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특정 상태를 전제하고 그 상태를 인간이 성취해야 할 바람직한 기준으로 설정해 도달하는 교육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소위 핵심역량, 기본역량이라고 설정해 그것들을 특정 방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체제적 접근을 말한다. 현재 한국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최근 들어 학교 교육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과 관련해 역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존의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만으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고, 소위 기존의 전통적인 자유교육에 대한 적합성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이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종래의 인문적 자유교육만으로는 삶의 구체적 장면에서 필요한 실제적 요구나 직업을 위한 경제적 요구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주요 내용으로서 교과 지식이 아닌 새로운 차원인 역량을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제안은 생애능력과 직업기초능력을 규명하고 이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들과 맞물려 매우 타당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논의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나라의 경우(예를 들어 호주, 캐나다, 영국 등)는 전체 교육과정을 역량중심으로 개정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되어 있는 6대 핵심역량, 즉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사고 역량’, ‘심미적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은 교육과정을 통해 학습자들이 함양해야 하는 역량으로 각각의 의미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관리 역량은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핵심역량이다. 둘째, 지식정보처리 역량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셋째, 창의적사고 역량이란 폭넓은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넷째, 심미적감성 역량이란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역량을 말한다. 다섯째, 의사소통 역량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여섯째, 공동체 역량은 지역, 국가, 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량을 말한다.


총론에 명시되어 있는 핵심역량은 개별 교과의 성격이 반영된 교과별 핵심역량을 도출하는 토대가 되며, 교과 교육과정의 핵심역량은 단편적인 내용 위주의 지식이 아닌 실제 생활에 필요한 능력으로 규정되어 있다.


맺음말
학계와 관계 당국의 기대와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방안, 예를 들어 교육과정 재구성 및 분석과 해석, 수업방법의 변화, 평가의 적용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수업 지도안의 목표 칸에 역량이라는 단어를 기입한다고 역량이 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는 여러 요인들이 혼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핵심역량과 교과 내용을 통합시키는 데에 관련된 어려움일 가능성이 높다. 교과 교육과정 문서에 핵심역량을 교과 목표와 관련지어 제시하는 일이나 내용 체계표에서 교과 역량과 관련된 내용을 제시하는 일은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나 수업 장면에서 성취기준인 목표와 핵심 역량, 교과 내용 등을 통합하여 가르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전과는 다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 핵심역량과 교과 내용을 어떻게 엮어야 하며 무엇을 염두에 두고 어떠한 도구를 가지고 이들을 통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교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조인숙․ 강현석, 2017).


학교 교육의 장면에서 역량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뉴질랜드의 능력 접근법과 교과 지식의 진정한 이해를 가져다주는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 이유는 이 방식 속에 진정한 수행과제를 해결하는 수업 과정을 통하여 과정중심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교수평가 일체화가 가능하며, 기존의 협소한 적용력을 넘어서는 역량의 의미를 극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최근에 미래 혁신교육으로 회자되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 시스템 속에도 백워드 설계를 통해서 학생들이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고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의 전이를 통해 내 지역, 국가, 국제적인 맥락에서 인간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역량중심 교육이 형식적 논리로만 보면 역량이 교육목표, 내용, 방법, 평가에도 다 반영되어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추상적 선언을 넘어서야 한다. 즉, 구체적인 교육과정 중심의 실천적 혁신 노력 속에서 역량중심 교육을 이야기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