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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교권’, ‘교권침해’는 학교에서 흔히 쓰는 용어다. 그런데 교권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뭔가 맴도는데 간결하게 콕 집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교권침해’는 말 그대로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하면 간단하다.

 

그러면 ‘교권’은 무엇일까? 교권이 무엇인지 물으면 일반적으로 교사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교권에 해당하는 교사의 권리는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수업권’이라고 할 것이다. 보통 학생들은 학습권이 있고 교사들은 수업권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면 수업권은 무엇일까? 수업을 할 수 있는 권리,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제3자(관리자나 동료교사 등)에 의해서 방해받지 않고 교사의 소신 또는 독자적인 교육관에 따라 수업을 할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는 수업권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수업권의 의미 및 학습권과 수업권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아래와 같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25298 판결】
학교교육에 있어서 교원의 가르치는 권리를 수업권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교원의 지위에서 생기는 학생에 대한 일차적인 교육상의 직무권한이지만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학생의 학습권은 교원의 수업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권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교원의 수업권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학생의 학습권은 개개 교원들의 정상을 벗어난 행동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교원의 수업 거부행위는 학생의 학습권과 정면으로 상충하는 것인바, 교육의 계속성 유지의 중요성과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보거나 학생·학부모 등 다른 교육당사자들의 이익과 교량해 볼 때 교원이 고의로 수업을 거부할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되지 아니하며, 교원은 계획된 수업을 지속적으로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위 판결은 학원 비리 척결을 이유로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수업 거부 행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수업권은 교육상의 직무권한이며, 학습권의 실현을 위해 인정되는 부차적이고 보충적인 권한으로 봤다. 즉,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므로 교사가 있고 수업권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권과 수업권이 충돌한다면 학습권이 우월한 지위에 있고, 교사의 수업 거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 1992. 11. 12. 89헌마88 결정】
학교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가르치는 권리를 수업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연법적으로는 학부모에게 속하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신탁받은 것이고, 실정법상으로는 공교육의 책임이 있은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교사의 지위에서 생기는 학생에 대한 일차적인 교육상의 직무권한(직권)이지만, 학생의 수학권의 실현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양자는 상호협력관계에 있다고 하겠으나, 수학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다 존중되어야 하며, 그것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로 행사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는 수업권도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제약을 받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초ㆍ중ㆍ고교의 학생은 대학생이나 사회의 일반 성인과는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부족하므로 지식과 사상ㆍ가치의 자유시장에서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스스로 책임지고 이를 선택하도록 만연히 방치해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검인정교과서를 사용하던 때에 어떤 교사모임이 교과서로 사용하기 위한 책을 만들었다. 저술한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기 위해 검인정을 받고자 하였으나 국가가 검인정을 해주지 않았다. 이에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와 같이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수학원(학습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수업권은 제약이 필요하고, 보통교육단계의 학생은 가치와 지식을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교사의 주관적 소신에 따라 자유로운 내용으로 수업을 할 수 없고 정해진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이라고 할 수 있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수업권을 독자적인 권리로 인정하지 않고 학습권 실현을 위한 직무상의 권한으로 봤다. 교사가 수업을 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면 학생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은 교사를 위해서, 교사의 수업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지식 함양, 인격 함양을 위한 것이므로 교사에게 수업을 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교사가 가진 수업권은 정해진 수업 시간에 교과서 내용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며 주관적 소신이나 교육관에 따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교권의 개념을 설명하는 법률은 없다. 다만 일부 시·도가 제정한 교권조례에서는 교권이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례 교권의 개념
인천광역시
교권확립헌장 운영 조례
"교권"이란 학생에 대한 교원의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국민의 자녀교육권을 위임받아 교원 자신이 가지는 전문교과에 대한 지적능력, 높은 수준의 덕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진리와 양심에 따라 외부의 부당한 지배나 간섭이 없이 자유롭게 교육을 행할 수 있는 권리로 교육법규에 근거하여 수업권, 교육과정 결정권, 교재 선택 활용권, 강의내용 편성권, 교육방법 결정권, 성적 평가권, 학생생활지도권, 학생징계요구권 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교권"이란 학생에 대한 교원의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국민의 자녀교육권을 위임받아 교원 자신이 가지는 전문교과에 대한 지적능력, 높은 수준의 덕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진리와 양심에 따라 외부의 부당한 지배나 간섭이 없이 자유롭게 교육을 행할 수 있는 권리로 교육법규에 근거하여 수업권, 교육과정 결정권, 교재 선택 활용권, 강의내용 편성권, 교육방법 결정권, 성적 평가권, 학생생활지도권, 학생징계요구권 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충청남도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광주광역시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교권"이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 및 교육권 등 교원의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모든 권한을 말한다.
"교권"이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 및 교육권 등 교원의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모든 권한을 말한다.
울산광역시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

 

인천, 충남 교권보호조례의 교권의 개념으로 들고 있는 수업권, 교육과정 결정권, 교재 선택활용권 등은 교사 개인에게 인정되는 ‘권리’가 아닌 직무상의 ‘권한’이다. 이에 광주, 울산은 명시적으로 교권은 권리가 아닌 권한이라고 정의를 했다. 이와 같이 판례 및 법률이 설명하는 교권은 교사의 권리는 아니다.


교권의 개념을 교사의 ‘권리’가 아닌 교사의 ‘권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주는 학원 강사나 과외 교사와 달리 인성교육을 통해 인격 함양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교사는 다른 직업보다 고도의 윤리성, 청렴성, 도덕성이 요구되며, 사회에서 교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서 존중을 받는다. 그런데 교권을 교사의 권위라고 본다면 ‘교권침해’는 교사를 존중해야 하는 도덕적(도의적) 책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제재를 가하는 근거가 약해진다. 효도를 하지 않았다거나 착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교권은 학교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개념이지만 법적으로 접근하면 권리가 아닌 권한에 가깝고, 법적으로 보호되는 가치가 아닌 사회적으로 존중해주는 도덕적 가치에 가깝다. 이에 최근 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교권침해’가 아닌 ‘교육활동 침해행위’라는 용어를 도입했다. 기존의 교권보호, 교권침해는 교사 개인의 지위나 권리를 대상으로 한다면 교육활동 보호는 교사의 교육활동, 수업을 보호하는 것으로 느낌이 사뭇 다르다. 관리자(교장, 교감), 상급기관(교육청) 또는 동료교사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있을 때 교권침해를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는 인정받기가 어렵다. 교권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이 보호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교권은 교사가 스스로 주장해서 얻어지거나 교사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권리가 아니라 교사들이 묵묵히 교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학생, 학부모 등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고 존중을 받을 때 자연스럽게 획득하는 권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