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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논술’ 하나로 꿰어 수업 레시피 만들었죠!

수업이 달라진다-⑫ 김선희 서울 명일중 수석교사의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프로젝트 수업’

까다로운 토론수업…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
디베이팅(debating) 통해 ‘경청’ 능력까지 향상
수업활동지 집으로 보내 부모와 소통도 유도
“토론교육 성공하려면 수업에 녹여낼 수 있어야 ”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토론 수업은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데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 존중하는 의사소통 역량 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 수업이 까다롭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교과와의 연계성, 토론 방식, 운영 방법 등에 따라 기대한 교육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희 서울 명일중 수석교사의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프로젝트 수업’은 ‘교사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은 없을까’ ‘독서에서 시작해 토론, 논술에 이르는 수업을 구성할 수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탄생했다. 단편적으로 진행하던 기존 토론 수업을 9차시에 걸친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평가와 기록까지 하나로 엮어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도 꾀했다. 김 수석교사는 “조각조각 진행하던 토론 수업을 하나로 꿰어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문득 ‘아이들이 토론 활동을 통해 능력이 향상됐을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자유학년제를 활용해 긴 호흡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근거만 나열하는 찬반토론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 수업은 토론에 대한 설명과 모둠 구성, 수행평가에 대한 안내로 시작한다. 8개 모둠을 구성해 두 모둠씩 짝을 이룬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인물의 죄명으로 토론하기’처럼 책을 소재로 삼거나 ‘통일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해도 된다’ 등 사회 이슈를 논제로 정한다. 토론 상대가 정해지면 대결 날짜도 정해 미리 공지한다. 학생들은 대결 전까지 찬성 측 입론과 반대 측 입론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찬성 측이 될지, 반대 측이 될지는 대결 당일 뽑기를 통해 결정한다. 
 

토론은 총 24분 동안 진행된다. 입론→반론 펴기→질문하기→최종 발언의 순서로 흘러간다. 반론 펴기는 각 팀이 2분씩 사용하고 질문 없이 상대 입론에 대한 반론만 제기한다. 질문하기는 각 팀이 4분씩 사용하되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는다. 한 팀이 상대 팀에 대해 최소 2회 이상 질문해야 한다.    
 

김 수석교사는 수업 전 마련한 ‘분석적 채점 기준(루브릭)’을 바탕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토론에서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박한다’는 성취 기준에 맞게 ▲주제에 대한 이해 및 정보 활용 ▲토론 능력 ▲경청 능력 ▲상호평가·자기평가 등을 평가 요소로 삼았다. 가령 토론 능력(5점)을 평가할 때 논리에 대한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가 명확할 경우 5점, 논리에 대한 주장은 명확하나 근거 전달이 미흡하면 3점,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거나 발언을 전혀 하지 않을 경우 1점을 주는 식이다. 한 요소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다른 부분에서 만회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모둠 활동이지만, 개별 평가가 가능한 이유다. 
 

학생들도 평가에 참여한다. 김 수석교사가 만든 토론평가표에 따라 주장의 논리성과 근거의 타당성, 발표 태도를 합산해 점수를 매기고 어떤 모둠이 우세했는지도 평가한다. 토론자들의 주장과 근거도 정리한다. 김 수석교사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모든 학생이 토론자로 한 번, 배심원으로 세 번 활동한다”면서 “토론 능력뿐 아니라 경청 능력도 길러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토론 하면 말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요. 토론을 잘하려면 상대의 말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세 번의 상호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말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도 키우고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능력과 장점도 알게 됩니다. 24분간 토론이 끝난 직후에는 토론자들을 밖에 내보내고 우수 토론자를 정합니다. 학생들의 평가는 정말 정확해요. 덕분에 결과에 대한 불만도 없죠.”
 

수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토론 수업에 대한 소감문 쓰기, 논술문 쓰기 등 글쓰기 활동으로 이어진다. 완성한 글은 메가테스트 ‘써니샘의 논술교실’에 업로드 하고 우수작을 선정한다. 이름을 가린 글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우수작을 직접 고르도록 한다. 글쓰기 활동의 결과는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기록할 때 활용한다. 김 수석교사는 “개요표 작성법과 글쓰기 방법 등은 수업 시간에 가르친다”면서 “자신의 글과 친구들의 글을 비교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설명했다. 
 

명일중 학생들은 입학 후 최소 한 학기 이상 프로젝트 수업을 받는다. 매년 5월은 토론·논술 주간으로 정해 전교생이 활동에 참여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말하기, 글쓰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재미에 빠진 학생도 적지 않다. 김 수석교사는 “이제는 학생들이 먼저 토론 수업을 하자고 조른다”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 토론을 준비하다보니 중립이 돼버렸어요’라는 말이었죠. 어떤 논제에 대해 찬성의 입장도, 반대 입장도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기특하게도 그걸 깨달았단 소리였어요. 토론의 최고봉은 협상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이 능력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수업 활동지를 모아 성장 편지와 함께 가정에 보내기도 한다. 자유학년제 운영 기간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해 할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활동지를 매개로 자녀를 칭찬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수석교사의 프로젝트 수업은 지역 학교에도 입소문이 났다. 요리 레시피처럼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토론 수업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업 계획서만 있으면 교사가 아닌 사람도 토론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그는 “수업의 성공은 교사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효능감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토론대회 같은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아요. 토론 교육이 성공하려면 수업 안으로 토론 활동이 들어와야 합니다. 더 많은 교사들이 토론 수업의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나눌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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