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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딜레마, ‘이론은 달고 현실은 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가장 큰 화두는 ‘과정중심평가’의 적용이었다. 교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과정중심평가? 그게 뭐야?’, ‘과정을 평가하라는 건가?’, ‘수행평가와 같은 뜻인가?’, ‘평가의 또 다른 방법 중에 하나인가?’ 교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개념이 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과정중심평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 학교에서는 ‘지필평가와 과정중심평가’를 양립해서 쓰고, 다른 학교에서는 과정중심평가가 ‘과정중심 수행평가’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했다.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다 보니 과정중심평가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정책이 됐다. 이것이 우리 초등학교 교사가 처음 만난 과정중심 평가의 모습이다.


사실 ‘과정중심평가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평가하는 것’이며 이는 지필평가, 서술형평가 등 평가방법과는 다른 용어다. 하지만 기존의 학업성취도평가 즉, 지필평가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교사들에게 쉽게 적용되기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16년 1~2학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었고, 필자는 당시 2학년 담임교사를 맡게 됐다. 학기 초 진단평가를 치르고 채점을 하고 있는데, 동학년 교사가 학년 협의회를 요청해 왔다. 국어 진단평가에서 한 문항이 발단이 됐다.

 

과정과 결과가 함께 평가되는 교실
‘버스에서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바른 인사말을 쓰시오’라는 문항이었다. “정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안녕하세요’라고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우리 학교 2학년 학생 중 두 명은 시험지에 ‘사랑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는 아이라면 그랬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그 당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학교마다 인성교육실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본교는 그 과정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만났을 때 인사는 ‘사랑합니다’, 헤어질 때 인사는 ‘행복합니다’라는 규칙을 정하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학생은 답을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던 것이다. 정답으로 인정을 해야 할지, 오답이라고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어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이 문항은 국어과 말하기 영역의 성취기준인 ‘상황에 어울리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다’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학생이 적은 답으로는 성취기준을 제대로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고 결국 다음 날 두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 아이는 성취기준에서 제시한 것처럼 상황에 맞게 인사를 잘하는 아이였고, 한 아이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살펴보았고, 과정중심평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지필보다 학생의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성취기준의 비중이 확대돼 있었다. 따라서 수행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과정과 결과가 함께 평가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정중심평가가 이뤄지는 초등학교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교사에게 교과서는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니라 교수-학습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예전처럼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기에는 가르칠 것도 많고, 평가할 것도 너무 많다. 그래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요소와 기능을 추출해야 한다.


또 성취기준 중에서 기록과 연계돼야 할 성취기준을 선별해 학년별로 평가계획을 수립하고 평가기준과 평가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추출된 학습요소와 기능, 평가계획을 바탕으로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내용과 학습활동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교사의 일방적 지식 전달식 수업에서 학생이 학습활동의 중심이 되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토의·토론학습, 프로젝트 학습, 조사학습 등을 적용해 구술평가·서술평가·보고서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업도 계획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차시 수업에서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평가가 이뤄져야하는 차시 수업에서는 평가방법이 적용된 수업이 실시된다. 학습과정 중에서 교사는 교수-학습과 평가를 동시에 실시한다. 아울러 학습과정 중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평가결과를 기록하고 평가에 활용된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혹시 수업중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이 있으면 추후 지도를 하고 2차 평가를 실시한다. 분기별로 평가결과에 대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지하며 이때 성적표에는 그동안의 학습결과와 학습활동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기록해 발송한다. 이에 따라 학생은 일회성 지필평가 폐지와 활동중심수업으로 학업 부담이 줄어들었고, 학부모는 자녀의 상태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과정중심평가가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누구나 꿈꾸는 바람직한 학교의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교실의 모습도 그럴까?


6~11개 교과 성취기준 이외에도 창체, 생활지도 등 할 일 태산
과정중심평가가 실시되는 교실의 선생님은 정말 할 일이 많다. 담임교사가 가르치고 평가해야 하는 교과는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11개이다. 서로 다른 과목의 수업과 서로 다른 평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뤄진다. 하지만 교사는 교육과정 성취기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체험활동, 현장체험학습, 안전교육, 범교과교육, 계기교육, 스포츠클럽활동, 준거집단, 상담, 생활지도, 학교 행정 업무까지 교육과정 성취기준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든 교과와 성취기준에 대한 평가를 내실 있게 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교사들은 하루하루 진땀을 흘리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사들은 더 바빠진다. 과정중심평가에서는 학습의 모든 과정이 근거 자료가 돼 이것을 활용하고 관리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그나마 공책이나 학습지 등 결과물로 남는 것은 포트폴리오로 만들면 되지만, 구술평가·역할극 평가 등 무형의 자료는 수업중에 사진·동영상 등으로 남겨야 한다. 학습활동도 안내해야 하고 평가 장면도 남겨야 하고, 학생 개별 평가와 피드백까지 해야 하는 교사는 너무나 힘들다. 수업 후에는 교무수첩이나 나이스에 평가결과를 기록한다. 교탁 위에는 항상 학생들의 평가를 위한 학습 결과물과 포트폴리오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덧붙여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피드백 계획도 수립해야 하고 2차 평가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이게 끝일까? 또다시 다음 수업을 위한 준비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많은 교사는 이런 노력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평가능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교육청 소속 교원은 연간 80시간 이상의 과정중심평가, 교수-학습, 교육과정, 부진아 교육 등 다양한 연수로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비록 힘든 과정이었지만 과정중심평가만 실시되면 황금빛 교육이 이뤄질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공동의 성취 기준 마련에 교사의 다양성, 창의성 해쳐
새로운 고민들이 속속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평가의 고민을 드러내는 첫 번째 사례를 보자. A 교사는 음악 시간에 ‘리코더로 <작은 별> 연주하기’를 평가과제로 제시했다. B 학생은 평소 열정이 높은 아이였지만, 이 평가에서는 ‘중’ 수준의 평가결과를 받았다. 자기 스스로 계속해서 재평가를 받았지만 ‘상’ 수준의 점수를 받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평소 학습태도와 노력이 가상해 A 교사는 B 학생에서 ‘상’ 수준의 점수를 부여했다. 다른 ‘상’ 수준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는 분명히 부족했지만 ‘상’ 점수를 줬다. C 교사는 국어 시간에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나타내기’를 평가과제로 제시했다. D 학생은 평가결과를 받고 나서 납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용은 좋았지만 글씨를 바르게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다. E 학생의 평가결과는 1반에서는 ‘상’ 수준이지만, 2반에서는 ‘중’ 수준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담임교사의 성향과 채점 기준에 따라 같은 학생 평가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학급 간, 학생 간 평가결과의 차이는 평가의 타당성·공정성·객관성·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동학년 협의회에서 평가내용·기준·방법·활동장면(학습활동)을 동일하게 계획하고 실행했지만, 오히려 교사의 다양성·창의성·자율성을 침해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말았다.


성적 하향이라는 학부모의 우려도 불식해야
과정중심평가 실시로 인한 고민거리는 교실 밖에도 있다. 바로 평가방법 변화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시험(지필평가)을 치지 않아서 우리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이고, 두 번째는 ‘점수가 아닌 것으로 우리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가?’, 그리고 세 번째는 ‘초등학교에서 과정중심평가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학부모들은 지필평가의 폐지가 곧 평가의 폐지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시험기간이나 돼야 공부하던 아이였는데 시험이 없어지면 공부를 안 할 것이고, 그럼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가장 많았다.


흔히들 4차 산업 혁명과 미래 인재 육성을 이야기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그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숫자로 된 점수만이 아이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나타낸다고 판단하거나 수업중에 이뤄지는 평가는 자녀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교사는 평가근거 자료를 계속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이 없다 해도 중학교에 가면 당장 시험을 칠 것이고 시험 점수에 따른 서열이 입시까지 쭉 이어질 텐데 그때 적응하지 못 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연수와 홍보를 지속하고 있으나 학부모의 인식이 어느 정도까지 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부모의 이해와 지지가 바탕이 되지 않은 과정중심평가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고민에도 불구, 과정중심평가가 시행되는 교실은 유난히 활기차다. 학업성취도 평가 대신 과정중심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많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엄마가 시험 점수를 가지고 친구랑 비교 안 해서 진짜 좋아요!”, “오늘 좀 못해도 내일 다시 도전해서 좋은 점수 받으면 돼요.”, “저는 시험 문제를 풀면 자꾸 실수해 점수가 나빴는데, 이제는 실수할 일이 없어요.”, “제가 제일 잘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점수만 보면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만 아는데, 지금은 내가 뭘 잘하는지 뭐가 부족한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장난칠 시간이없어요!” 등등 비교적 우호적이다. 이들의 말 속에 과정중심평가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위해서라도 과정중심평가는 끊임없는 고민과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