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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학교폭력, 국민도 언론도 ‘학교 편은 없다’

워크숍이나 연수에서 만난 교장선생님들의 단골 주제는 골치 아픈 학교폭력 사안이나 민원에 관한 하소연과 푸념이다. “우리 학교는 몇 달째 계속되는 민원이 있어서 학교의 교육력 낭비가 심각하다”, “우리는 다행히 올해 학교폭력사안이 하나도 없다”, “학부모가 교육청·교육부·국가인권위원회·청와대 등에 계속 민원을 내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조사하러 오고 자료를 제출하느라 학교가 마비됐다”, “민원으로 교감·생활지도부장·담임교사가 모두 병가를 내버렸다” 등의 이야기가 오간다.


서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수수방관하며 학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청이나 교육부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학부모)의 시선은 다르다. 냉담하다. 학교는 학교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하고, 소극적으로 처리하려 하고, 피해학생의 보호보다는 가해학생을 감싸고, 사안처리 절차도 제대로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언론 역시 학교의 비전문성·온정주의·불공정성을 문제삼으며 학교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이 문제인지 법과 제도가 문제인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제도 개선 방향은 학교·교육청·교육부와 같은 행정기관, 국민, 국회가 협의하여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에 필자는 앞으로 지면을 통해 학교가 어려움을 겪는 학교폭력 민원의 발생 유형·원인·해결책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무쪼록 필자의 경험이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학교는 왜 학교폭력 ‘은폐·축소’의 온상이 되었을까?
학교폭력 관련 민원의 대부분은 학교폭력 은폐·축소와 관련된 것들이다. 학교폭력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대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성폭력·성적조작·인사비리와 같은 수위의 징계 감경 제외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다(「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제2항 7호).


교육부와 교육청이 발표하는 학교폭력예방대책에는 학교폭력 은폐·축소를 근절하기 위하여 ‘학교를 강하게 옥죄는 방안’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국민들은 학교를 학교폭력 은폐·축소의 온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첫째, ‘법과 절차에 따른 사안처리는 비교육적이다’라는 교육현장에 깊게 뿌리박힌 인식에 기인한다. 둘째,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조치될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또는 거부감’이다. 셋째,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한 담당 교원들의 업무부담 등으로 ‘학교는 사안처리 절차대로 처리하는 것보다 서로 원만하게 화해하여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은폐·축소’와 ‘화해를 통한 교육적 해결의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학교폭력 은폐·축소와 화해나 분쟁조정을 통한 교육적 해결은 외형적으로 차이가 없다. 다만 관련 학생(대부분은 신고 관련 학생) 측에서 학교의 진심을 알아주고 상대방과 서로 소통이 된다면 화해·분쟁조정으로 원만히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학부모 또는 학생이 ‘그냥 이대로 끝내기에는 뭔가 억울하고 그렇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학교가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교는 억울하다.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라, 화해하려고 노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의 노력을 학부모가 인정하면 ‘교육적으로 잘 종결’한 것이고, 학부모가 ‘은폐·축소’로 인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힘은 힘대로 빠진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관련 민원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해서 문제가 된 경우보다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경우가 훨씬 많다. 현재 법률과 매뉴얼에 따르면 극히 일부의 경미한 사안1을 제외하고는 학폭위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과 원칙대로 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교육적인 처리방법이다. 학교폭력사안은 학폭위를 개최하여 처리한다면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방법, 법과 원칙대로 하는 것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했다고 징계 또는 처분을 받는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폭력사안인데 학폭위가 아닌 선도위원회를 개최하여 처리한 경우다. 학폭위를 열지 않고 바로 선도위원회를 개최하는 경우는 물론 학폭위를 개최해 선도위원회로 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모두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학폭위에서 조치를 받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선도위원회를 개최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학폭위를 개최하여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폭력예방법)」에 규정된 가해학생 조치가 아닌 ‘구두사과’와 같은 법률에 없는 임의적인 조치를 하는 경우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폭력에 대해 반드시 가해학생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가해학생 조치를 하지 않는 것도 학교폭력 은폐 또는 축소로 간주될 수 있다.


셋째, 관련 학생들에게 ‘서로 합의했고,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각서(합의서)를 받고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은 경우다.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해결 사안에 해당하는 신체·정신·재산상의 피해가 없는 경미한 사안은 서로 화해를 했다면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로 싸워서 상처가 발생했다거나, 우발적·일회적 사안이 아닌 지속적인 괴롭힘이라거나, 심각한 성폭력과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유로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았다면 이는 학교폭력 은폐·축소로 간주될 수 있다.


학폭위 개최를 전제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학폭위가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교육적으로 항상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없다. 또한 학폭위를 개최하고도 재심이나 행정심판, 소송이 제기되어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많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항상 학폭위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현실에서는 학교가 사안의 경중, 관련학생 간의 관계, 화해의 정도, 학교를 신뢰하는 정도 등을 고려해 학폭위 개최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학폭위 개최를 전제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 서로 진정으로 화해하고, 향후 분쟁 가능성이 없으며,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예외적으로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고 담임교사 또는 학교장 종결사안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