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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만 선행학습 규제, 공교육 되레 위축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언론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교육 관련 내용은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 제17조(적용의 배제)에 따라 2018년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시행령」 제17조에 근거, 2018년 3월부터는 초등학교에서 저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됐다.


그러면 이 법령은 어떤 목적에서 만들어졌고 그 내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교육정상화법」은 초·중·고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방과후 수업에서 학교급별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평가에서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문항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학원·교습소 등 사교육 기관에서는 선행교육 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아울러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3와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서는 해당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법령이 공포될 당시 일명 ‘선행학습금지법’이라 부르면서 학교는 물론 사교육에서도 교과진도를 앞서는 학습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명백하게 설명하자면 「공교육정상화법」이 곧 ‘선행학습금지법’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학습의 주체는 학생이므로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협력학습이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자신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수업 및 평가활동은 위축됐고,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이 법(시행령 포함) 제정에 참여했고, 이 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 및 연수를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법 조항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의미를 살펴보고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굴절되었는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아울러 앞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습 활동에 제한받지 않고 활발하게 학습을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학교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간과해
먼저 「공교육정상화법」 제1조(목적) 중 ‘교육 관련 기관4의 선행교육5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함’에서 ‘무엇을 규제하는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것은 바로 ‘평가’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평가든, 입학전형에서 실시하는 평가든, 학교급별 교과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학교에서 재구성하여 편성한 교과교육과정 운영 시 다음 학기 또는 학년에 편성된 교과교육과정 내용을 앞당겨서 수업(선행교육)을 할 수 없고, 수업하지 않은 내용을 평가(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문제 출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에 주목했고, 각종 연수 시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교과서에 따른 내용을 학년별·학기별로 분할하여 가르쳤다. 중학교는 3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교과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재구성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가르치는 내용을 3년, 6개 학기 동안 인위적으로 또는 수치적으로 분할하여 가르쳤다. 고등학교는 과목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 자체적으로 교과목 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 못한 채 학기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업하고 평가했다. 즉, 학교는 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간과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지 않았으니 학생들은 교과 내 또는 교과 간 연계수업을 받을 수 없었고, 그 결과 부족한 부분을 선행학습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 교육과정 재구성은 공교육 정상화 정책의 핵심이다. 학교여건에 따른 교육과정 재구성이 없으면 평가도 개선될 수 없고, 학생들의 창의력도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만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학교의 ‘유리천장’ 아래서 학습 하게 하는 스스로의 한계에 가두어 버렸다.


두 번째로 논의되었던 부분이 방과후학교 과정이었다. 우리들은 법 제8조 1항 중 ‘방과후학교 과정도 또한 같다’라는 항목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과후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과목(과정)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다음 학기(학년)의 내용을 개설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참여는 줄어들 것이고,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선행교육을 할 수 없다는 지침에 따라 방과후학교 과정도 다음 학기·학년도 교육과정에 앞서 개설할 수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과정 참여는 줄어들었고, 사교육 시장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늘어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시·도교육청은 매 학기마다 학교 교육과정에 편성되지 않은 과목의 성취기준과 평가 문항의 내용이 맞는지 또는 교육과정에서 학습하지 않은 문항을 출제하여 선행학습을 유도하지 않았는지를 점검했다. 1차 점검은 학교  자체적으로 점검단이 구성되어 점검했고, 2차 점검은 교육청(교육지원청)별로 점검단을 구성하여 1차에서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등학교가 3학년 탐구과목의 평가 문항 중 일부를 2학년에서 학습한 내용과 연계하여 평가 문항을 제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점검단은 이 문항들이 교과교육과정과 불일치하므로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검단 사이에서는 이것이 ‘선행교육일까? 후행교육일까?’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교는 왜 그랬을까? 그것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탐구영역에서 어느 특정 과목 시험을 치르고 그것을 9등급으로 상대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고3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입제도의 굴레
마지막으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정상적인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운영되려면 무엇을 보완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 것인가?


첫째,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학교별 교과협의회를 활성화해 학교별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교실수업도 학생중심의 협력학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시·도교육청은 학교별로 교육과정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공교육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에서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깊은 고심을 해야 한다. 대입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등교육이 과연 정상화될 수 있을까? 수능 시험이 절대평가 체제로 바뀌지 않고 고등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과연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인가?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새로운 교육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고민이 있을 때,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교육개혁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방향은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개발될 때 대입제도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또 국가 수준 교육과정과 병행해 수능과 내신 반영 부분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가 교육과정 역시 강화돼야 하고, 수능과 내신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이뤄져야 한다. 학생이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진로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된지 4년,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