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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서도 같은 동서양의 동화들 그 속엔 어떤 비밀이?

마르코폴로(Marco Polo)의 <동방견문록>이 있기 전부터 이미 어떤 형태로든 ‘동서양의 교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를 넘어서는 교류의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의 기록이 없다 보니 아직까지 장님 코끼리 만지는 형국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흡하지만 허황후와 쌍어문의 기록과 흔적을 만지며, 그저 ‘가야의 김수로왕이 저 멀리 아유타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전래동화가 전하는 재밌는 사실
우리는 매우 비슷한 내용의 전래동화를 만날 때, 동서양이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사람의 심리와 정신이 일치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그리고 중국의 섭한 아가씨와 비단신발은 거의 비슷한 내용을 전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특히 신데렐라는 ‘재를 뒤집어 쓰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항상 아궁이(부엌) 앞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의미하기 도 한다.

 

앞선 글에서도 한번 거론했지만, 전래동화 속의 남아와 여아는 일종의 ‘발달과업’을 갖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집을 떠나 모험을 하고, 위기에 처하고, 힘겨운 고행길을 걷다 드디어 영웅의 호칭을 얻는다. 여자아이들은 ‘여성이 되기’ 위한 과업 즉, 밥하고, 빨래하고, 바느질하고, 물을 긷는 등 여자로서 걸어가야 할 과업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성장의 한 고개를 넘어서게 된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얘기하면 너무 터무니없는 ‘과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의 오랜 시대 배경과 각 지역의 문화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의 발달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부엌일인데, 바로 이 ‘부엌’이 ‘재를 뒤집어쓰고 밥을 하는 공간’이다. 또한 그 공간은 바로 ‘어머니의 공간’으로 얘기된다. ‘신데렐라’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들은 범세계적으로 발견할 수 있어,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개구리 ‘왕자’와 개구리 ‘신선’의 닮은 듯 다른 결말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작품들이 발견된다. 일본의 하고로모(羽衣)와 몽골의 천녀설화 등이 조금은 다른 듯 비슷하게 전래된 민담이며 동화들이다.


위에 설명한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삶과 정신에 맡게 외국의 동화를 번안된 것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구리 왕자’는 1926년 처음으로 조선어로 출간된 심의린의 동화집<조선동화대집>에서 ‘개구리 신선’으로 번안됐다.(김경희(2016),  심의린의 동화 운동 연구). 잠깐 ‘개구리 왕자’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옛날 옛적 늘 황금 공을 가지고 노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공을 연못에 빠트렸고, 연못 속에서 살던 개구리가 찾아주게 된다. 그 후 개구리는 궁을 찾아와 ‘공주와 함께 같은 식탁에서 밥 먹기, 한 침대에서 잠자기’의 소원을 요구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공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문전박대를 하지만 ‘약속은 소중한 것’이라는 왕의 명 덕분에 개구리는 공주와 함께 밥을 먹고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공주는 침대 안에 들어온 징그러운 개구리를 내동댕이 쳤고, 그 덕분에 마법이 풀린 개구리는 왕자로 변신하게 되어 둘은 결혼하게 된다. ‘개구리 신선’은 ‘왕자’가 ‘신선’으로 변했을 뿐 ‘개구리 왕자’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이다.

 

이후 개구리 신선의 행보는 개구리 왕자와 동일하지만, 마지막은 조금 다르다. 그림동화의 ‘개구리 왕자’에서는 화가 나 벽에 개구리를 던진 덕분에 오히려 개구리가 왕자로 변신하고 공주가 행복한 결말을 갖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개구리 신선’에서는 끝까지 거부하며 이불을 뒤집어쓴 금애의 행동으로 인해 신선으로 변한 개구리가 혼자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금애의 후회로 이야기가 끝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현실적 좌절과 방황·불안 등을 잠재우기 위해 가능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많다. 유럽과는 다르게 조금 늦게 ‘동화’의 개념이 정착되기는 했지만, 전래동화는 여전히 민담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민담은 대체로 어른들의 입을 통해 구술되고 구전되었는 데, 이것을 ‘동화작품’으로 옮겨 적는 1920년대 중반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결말의 교훈성을 조금 더 깊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자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
‘개구리 신선’과는 조금 다른 듯 비슷한, 우리나라의 ‘옴두꺼비 장가간 이야기’라는 동화가 있다. 보통 ‘두꺼비 아들’, ‘두꺼비 아들 장가들기’ 등으로 얘기되는데, 두꺼비가 멋진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 작품은 1940년 화계 박영만에 의해 편집된 <조선전래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식이 없던 어느 부모가 오랜 기도 끝에 겨우 자식을 낳았는데 두꺼비로 태어난다. 기절초풍할 상황에서도 부모는 ‘이것이 팔자다’ 생각하고 이 옴두꺼비를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드디어 장가들 때를 맞게 된다. 그런데 두꺼비가 느닷없이 동네 유지인 김 좌수의 딸과 결혼시켜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부모는 김 좌수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좌수는 세 명의 딸을 불러 누가 두꺼비에게 시집을 가겠는지 묻는다. 이때 셋째 딸이 시집을 가겠노라 자청하게 되고, 첫날밤을 맞이한다. 두꺼비는 커다란 가위를 가져와 “이 가위로 내 등덜미를 쭉 베어주시오”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두꺼비는 그 가죽을 벗고(탈피하고) 사람으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언니들의 신랑들과 경쟁을 벌이고, 오히려 완전히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잘살게 된다.

 

두꺼비, 개구리, 쥐, 뱀 등등 혐오스럽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동물들은 왜 유독 남성으로 등장할까? 아마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성, 여자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옴두꺼비 장가든 이야기’는 다른 버전에서는 서양의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처럼 일종의 ‘금기 깨기’와 ‘신랑 찾아 삼만 리’ 부류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여기서는 ‘껍질을 벗다’는 개념의 ‘탈피(脫皮)’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한 단계를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특히 결혼의 ‘완성’을 위한 일종의 전제조건으로 이 ‘탈피’의 과정이 사용되
고 있다는 것이다. 위 ‘개구리 왕자’, ‘개구리 신선’ 역시 이런 ‘탈피’의 과정을 결혼 완성의 중요지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유사점을 알 수 있다(물론 그 완성을 보지 못하는 개구리 신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런 생각들이 문화·풍속의 차이를 넘어 동양과 서양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며, 우리와 서양의 ‘같고도 다른’ 이야기를 통해 상호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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