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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허, 줄 위에서 바라보니 왕도 별게 아니로구나!

-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

우리나라 영화사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사극 영화 중 천만 관객을 불러 모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를 뒤늦게서야 보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왕의 남자란 제목만 보고는 그리 재미있어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리포터는 완전히 영화에 빠져들고 말았다. 장면 하나하나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아, 나의 오해였구나!’라는 미안한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영화, 왕의 남자에는 모두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더불어 연기력이 탄탄한 조연들이 그들을 완벽하게 뒷받침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 외모가 수려해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광대 공길이. 천하를 다스리는 하늘같은 왕이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는 슬픈 권력자 연산군. 왕을 손안에 넣고 더 큰 욕망을 채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기생 장녹수. 그리고 영화의 감초격인 칠득이와 그의 동생들.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광대가 되겠다며 왕도 줄 위에서 바라보니 별것이 아니라고 호통을 치는 장생의 자유로움과 배포. 타고난 아름다움 때문에 원치도 않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팔아야 하는 공길이. 생모를 잃은 슬픔으로 항상 가슴 속에 분노와 응어리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폭군 연산. 천한 기생 출신이지만 연산군의 생모 폐비에 대한 그리움을 이용해 그를 좌지우지하며 절대 권력을 누리는 녹수.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주인공들 모두가 자유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란군이 코앞까지 당도했는데도 장생과 공길이의 자유롭고 신기한 줄타기를 넋을 놓고 구경하는 연산군 역시 자유와 사랑을 무지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다. 왕으로서 누릴 수 없는 자유로움을 광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던 연산과 그것을 질투하는 녹수.

이 때문에 생기는 궁중 암투를 보면서 처음에는 녹수가 밉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왕의 남자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이 영화의 토대가 되는 연극 대본도 읽어보았는데, 녹수 역시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녹수가 오히려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고 감동을 주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리포터는 그동안 재미있는 영화를 수없이 봐왔지만 이번 영화처럼 엔딩이 올라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 진한 여운이 남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영화, <왕의 남자>는 필자에게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이처럼 훌륭한 영화를 제작한 이준익 감독과 출연 배우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이처럼 훌륭한 웰메이드 영화가 계속해서 탄생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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