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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자치 그 실상과 허상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양한 교육발전에도 불구하고 잦은 교육정책 변경으로 인해 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왔다. 대입제도만 보더라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변경됨으로써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왜 이렇게 자주 바뀔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교육논리보다 정치논리가 교육정책에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정책은 개인의 적성, 능력,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며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자아실현을 최대한 지원하는 교육본연의 논리 실현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치 파당적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을 결정, 시행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다른 교육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이에 교육현장의 혼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성장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 교육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핵심 공교육 단계인 유초중등교육에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을 확고히 보장, 교육 본연의 논리를 교육현장에 올바로 실행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교육자치제도의 실행이 그것이다. 교육자치는 중앙의 정치권력으로부터 지방교육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제도다. 또한 지방교육행정가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적 소양을 동시에 갖춘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게 하여 교육 본연의 논리를 지방교육에 반영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지방교육자치의 완성도를 더욱 제고하는 것이 그 지름길이다.


교육자치 실태와 문제점

한국의 교육자치는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시작됐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본질이 상당히 훼손되어 왔다. 독립적인 심의·의결기구로 시작한 시·도 교육위원회는 참여정부 때 일반의회와 일원화되어 교육의원제가 신설됐지만 결국 MB 정부 때 폐지됐다. 때문에 현재는 교육자치만을 위한 단독 심의·의결 기구 없이 비전문적인 일반지방의회가 그 기능을 행사하고 있어 절름발이 교육 자치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아직 전문적인 교육위원회 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고교 무상교육 도입 추진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은 그 나마 작은 위안이다.


교육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던 교육감은 학운위 위원이 참여하는 간선 방식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어렵게 주민 직선으로 정착됐다. 그러나 교육자치 통합론자들이 임명제 혹은 러닝메이트제를 계속 주장, 제도 존립 자체가 현 재도 위협받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의 주민 대표성을 확보하고, 주민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다 선거비용에 의한 부정,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보수와 진보 성향 후 보로의 양분, 정책방향 불일치로 인한 일반 자치단체장과의 갈등 유발 등의 문 제도 노출되고 있다. 교육감 자격 기준도 교육경력 하향(20년→15년→5년→폐지→3년)으로 전문성은 계속 약화됐으며 정당 가입 제한(비정당원→과거 2년→ 과거 1년)은 오히려 완화돼 정치적 중립 유지도 더욱 어렵게 됐다.


한편 지방교육자치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지방교육 분권을 보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각각 99%와 97%의 사무 이양률을 보여 분권이 활성화됐지만,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44%와 7%에 그쳤다. 또한 지방분권은 교육감의 지방교육권력 독점으로 한계를 맞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일반 자치와 달리 교육자치는 시·도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장에 게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시·도지사와 달리 시·도교육감은 하부로의 권한 이양 대상이 없다. 이에 교육감의 권한 독점과 권한 병목현상으로 일부 교육감의 경우 권력 남용과 비리가 발견되고 있어 전체 교육감들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교육자치 완성도 제고를 위한 대안적 논의

획일적이고, 고답적이며, 타율적인 한국 교육을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교육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자치 완성도를 더욱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다음의 대안적 논의들은 한국의 교육자치 완성도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교육감 직선제는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되 일부 문제점을 개선해 야 한다. 직선제 폐지와 대안으로 자주 등장하는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시·도 지사 추천과 의회 임명제 등은 결국 소모적 논란만 유발했으며 실제 교육자 치 발전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교육감의 대표성 등을 확보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계속 지적된 후보자의 선거비용 부담 과중, 선거비용 확보 과정에서의 부정, 당선 이후 일부 비리 노출 등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선거에 완전관리공영제를 도입해 교육감 후보자의 개별 선거운 동과 어떠한 종류의 선거비용 지출도 금지 시켜야 한다. 이 제도는 선거운동의 개별화 와 비용 지출을 금지함으로써 완전 평등선 거를 시도하는 것이다. 즉 후보자의 선거 홍 보물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거리에 부착하거나 투표자들에게 발송하고, 방송을 통해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를 직접 주관 하는 것 이외에 현수막 등을 후보자가 직접 게시하거나 자동차·확성장치 등 어떠한 형태의 선거운동과 선거비용 지출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다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후보자가 지나치게 난립할 수 있으므로 공영선거비용 기탁제를 동시 시행하여 일정 득표 이하 후보자들에게는 기탁금을 환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 원칙과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교육감 직선은 당초 의도와 달리 진보와 보수 간 정치적 갈등을 유발해 교육현장 을 정치화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정당의 대표자·간부 및 유급 사무직원의 경우 특정 교육감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그 밖의 당원은 소속 정당 명칭을 밝히거나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 관여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교육감 후보자 역시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당원 경력 표시를 포함)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동법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여 정당의 선거 관여 행위와 후보자의 특 정 정당 지지·추천 표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셋째, 교육자치에 대한 통합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일반자치단체와의 연계 협력 체제를 더욱 정교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교육복지, 평생교육, 인재 양성 등은 연계 협력의 중요 분야다. 또한 일반자치와의 교육 관련 협의회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자치단체와 교육행정협의회, 교육정책협의회, 평생교육협의 회, 교육지원사업협의회 등을 통합하고 단순 협의 기능에서 일부 학교 설립 등에 관해서는 심의·의결 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시·도지사의 교육 이해와 참여 및 지원을 확대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김흥주, 2004b. 2015).

넷째, 교육자치를 위한 별도 심의·의결기구가 있어야 한다. 교육자치만을 위한 별도 심의· 의결 기구가 부실한 교육자치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MB 정부에서 공청회나 교육계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한 교육의원 제의 교육위원회를 다시 부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섯째, 교육분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무 재배분이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정부는 교육분권으로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률 개정 불발로 미이양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지방 이양에 대한 중앙부처 조직이나 인력 및 재정 감축 우려에 대한 부처의 소극적 태도로 실제 법령 개정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미이양된 사무를 통합적으로 이양하기 위한 ‘지방교육분권 일괄 이양법’ 제정도 가능할 것이다(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 전위원회, 2015).


여섯째, 기초단위로 교육자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광역단위만의 교육자치는 교육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독선적인 권력 남용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시·도만의 광역교육자치로는 자치제가 추구 하는 지역적 특성 반영과 지역 주민의 자율적 교육 결정을 존중하기 어렵다. 교육자치단위를 시·도로 제한하는 것은 교육소비자의 다양한 교육 선택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2015). 따라서 교육자치 완성도 제고를 위해 기초단위로 교육자치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연계·협력이 급선무

최근 교육부는 교육자치 추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동으로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만들어 학교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자치정책 로드맵을 의결하였으며, 교육부 내에 설치한 ‘교육자 치강화지원팀’을 올해 다시 추진단으로 격상시켜 단장을 실장급으로 보하였다. 이는 종래와 달리 교육부가 주체적으로 지방교육자치 추진을 보다 강화하겠다 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부의 교육자치 강화 정책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 제2항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 특별법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제정한 바, 현 문재인 정부가 일부 개정하여 2018년 3월 20일 최종 확정 고시함으로써 현재에도 계속 유효하다. 문제는 제12조 제2항에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 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박근혜 정부가 채택한 조항을 현 정부도 개정없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교육자치 완성도 제고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자치 강화 정책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자치 방향도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오해를 낳게 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동 조항을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연계·협력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도로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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