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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지금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짙은 초록의 유월이 숨 가쁘게 성장을 향하여 달음질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땅 위에 불과 한 뼘 정도 될 듯한 죽순은 며칠 사이에 폭풍 같은 자람으로 하늘을 찌를 정도다. 기다림의 임계점을 지나 땅껍질을 뚫고 자람을 시작하는 죽순의 모습을 보니 숙연해진다.


지금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수능을 준비하는 둘째 아이의 방에서 마주치는 문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되뇌며 변화를 위한 채찍으로 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울고 실망할 일이 무수히 많을 것이지만 결과는 아직 모른다. 단지 쉽게 포기하지 말고 그렇다고 과욕도 부리지 말며 알고 즐기고 행하는 마음으로 시간의 길을 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성취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정치가를 꿈꾸며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들도 절실한 마음으로 뜻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성취는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그것은 임계점을 향하는 준비의 시간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임계점이란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바뀔 때 온도나 압력 즉 상태변화를 가지는 지점을 말한다.


임계점을 향한 기다림의 시간으로 대표되는 식물이 대나무중의 최고라고는 모죽(毛竹)이다. 주로 중국과 한국, 일본에 자생하는 대나무인 모죽은 씨를 뿌리고 5년 동안 아무리 물과 거름을 주고 보살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쯤 지나고 죽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때쯤 순이 나기 시작하여 하루에 70센티미터씩 6주 동안 쉼 없이 자라 30가 넘는 거목으로 자라 웅장한 자태와 화려한 위용을 과시하게 된다.


학자들은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숙한 자리에서 사방으로 10리가 넘게 퍼져 있었다고 한다. 5년의 세월 동안 그 엄청난 성장을 위해서 뿌리를 뻗으며 견고하게 내실을 다졌다. 이것이 대나무를 자라게 했던 능력이다. 그리고 그 어떤 태풍에도 전혀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주변 십 리가 넘는 땅에 기초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 준비의 기다림도 마찬가지다. 이는 물을 끓여 보면 알 수 있다. 물은 100도에 끓기 시작하면 온도는 더 올라가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그 온도를 박차고 상승하며 기체로 승화된다. 이 순간이 가장 뜨거운 순간이자 값진 선물의 시간이다.


기다림에 대한 눈으로 우리 주변을 본다. 많은 이들이 큰 노력을 하고 난 후 바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물이 끓기 시작하는 임계점은 물의 양에 따라 다른데 대개 자신의 임계점 앞에서 멈춰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물이 99도에서 1도가 모자라면 그 1도를 높이기 위한 절대적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1도를 높이는 시간을 못 기다리고 또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기다림에 인색한 것이다.


성취한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 중 한 가지는 임계점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으며 그 임계점이 지날 때까지 지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그 임계점까지 많은 고통과 실패가 있더라도 임계점 이후의 결과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려운 과정 역시 여유를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자주 미치는 능력이다. 이는 몰입하는 힘을 말하는데 뜻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성취에 대한 몰입의 열정으로 행하는 모습이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절실함이 쌍두마차의 역할을 하면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임계점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임계점 근처에서 포기를 고민한다. 이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 조금만 더 묵묵히 견뎌 변화의 시간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끈기와 지혜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지금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수능을 앞둔 수험생, 선거의 열기에 휩싸인 후보자들. 힘들지만 거리를 두고 자신을 관조해 보는 방법도 임계점을 지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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