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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오월에 돌아보는 가르침의 자리

푸른 오월! 가정의 달, 감사의 달에 신록의 합창을 대하기가 심히 부끄러워진다. 초등학교 일학년 급식시간이다20 명이 넘는 아이들의 담임인 일학년 선생님에겐 하루 중 제일 힘든 시간이다. 한 명 한 명 급식지도를 하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자신의 밥은 식은 지 오래다. 그래도 숟가락 들려고 하면 마주 앉은 아이들끼리 다툼을 벌인다. 상황을 보면 싸울 일도 아닌데 먹는 모습이 웃긴다고 놀렸다 하여 수저를 던져버린다. 배려와 참을성, 감정조절능력이 부족함에 일어난 일이다. 3~4학년에서도 볼 수 있다. 수업 도중 고함을 지르더니만 순식간에 서로 뒤엉켜 주먹질이다. 이유는 쳐다보지 말라고 했는데 기분 나쁘게 자꾸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사건을 수습한 후 갈수록 삭막해지는 아이들의 정서를 생각하니 앞길은 뿌옇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 조금이라도 성가시고 힘든 일은 싫어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러면 이런 상황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구한말 장지연이 펴낸 일사유사(逸士遺事) 나오는 이야기이다. 호조판서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그런데 어느 날 과부인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 달라고 간청을 한다. 이유는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 살게 되어 부잣집 사위로 가게 되었는데, 처가에서 뱅어국을 먹다가 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일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고 열흘 만에 사치하는 마음이 생겼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서리보다 더 낮은 직으로 옮겨 쌀 몇 말만 내려주어 굶지 않고 살기만 해 달라고 간청했다한다. 어머니의 현명한 판단으로 소중한 아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대게 아이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 부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지면을 달구고 있는 화제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 재벌 삼세 갑질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한항공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유지를 받들었다면 결코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석(靜石) 조중훈은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에서 기업은 인간이 만들고 그 사람들로 구성되는 조직의 힘에 의해 육성, 발전되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기업은 곧 인간이며 인화(人和)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것을 망각한 삼세들의 행동거지는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서 이런 행동거지의 출발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가진 자로서 금수저만 물려주는 것이 부모가 자녀를 생각하는 최우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작금의 현실은 본다. 가르침보다는 귀여워만 하고 내 아이만 최고로 생각하는 게 다반사이다. 음식을 먹거나 행동하면서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둔다. 나무라야 할 일을 오히려 잘한다고 하고 꾸짖을 일에 오히려 웃는다. 이런 성격은 철들고 나서도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안고 교만이 습성화되어버린다. 뒤늦게 부모가 잘못을 알고 고치려고 해도 자식은 날로 성냄과 원망이 늘어 끝내 패덕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면 지금 우리 부모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자식에게 바른 가치판단과 행동의 곧음을 훈계하기보다 경쟁 사회에서 상위 1%에 들게 하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 그러니 인성교육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비싼 학원을 보내 좋은 대학만 가면 부모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런 생각이 지금의 현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공자는 어려서 이룬 것은 천성과 같고 습관은 자연과 한가지라고 했다. 부모가 바른 본을 못 보이니 자식에게 가르침이 바로 서질 못함을 말하고 있다.


공교육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인격으로 대우하자고 체벌을 금지하니 선생님이 잘못을 나무라면 쌍욕을 하고 주먹질이며 교권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입시에 목숨을 거는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은 먼 시골에나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고 스승의 권위는 더 이상 없다. 단지 돈 내고 배우는 학원 선생에게 있을 뿐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암울하다. 이제 깨어야 한다. 경쟁보다는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를 갖게 하고 바른길과 판단으로 내 주변을 생각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인성을 심어야 한다. 그것은 삶의 첫 장인 가정에서 부모의 올바른 교육관이 자녀의 모델이 됨을 새겨 실천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매년 맞이하는 오월이 더 찬란하게 빛나며 살맛나는 우리나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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