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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북지역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북교육감 추대위원회를 발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정신 완수를 위한 민주진보교육감 추대위원회(가칭)’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20여 개 단체 1천여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2010년 ‘전북교육감범민주 후보추대위원회’, 2014년 ‘범민주진보교육감 후보추대위원회’의 연장선상 단체라 할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이 단체는 지금의 김승환 교육감을 추대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미영 예비후보는 “김승환 현 교육감을 추대했던 일부 단체들이 비판적 지지란 옹색한 명분으로 김 교육감을 (다시) 추대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짜 진보, 실패한 진보인 김 교육감 추대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특정 후보를 편들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주장은 매우 온당해 보인다. 자신의 불리해질 입지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민사회단체 개입 자체가 정치의 중립성을 견지하고 있는 교육감선거 직선제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이 왜곡되는 선거결과에 대한 우려 역시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전북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민선언’이 25일 전북교육청에서 “일부 단체들이 진보후보 선출논의를 일방적으로 시작했다.”는 기자회견을 연 것. 심지어 그들은 “더 큰 진보, 더 큰 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도록 아름답게 퇴임하라”고 김교육감을 압박했다.

이미 아다시피 지난 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의 교육감후보 추대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가령 2014년 전북을 비롯한 여러 지역 교육감선거는 ‘박빙 승부’니 ‘피 말리는 개표’, ‘새벽까지 초접전’ 따위와는 상관없었다. 김승환후보가 아주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는데, 그런 땅 짚고 헤엄치기 선거는 좀 아니지 싶다. 너무 싱겁거나 죽은 선거라는 피로감이 더해져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서울 교육감의 중도하차에 따른 학습효과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받아 당선된 곽 교육감은 2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 선고를 받고나서다. 대법원이 단일화 조건으로 사퇴 후보에게 2억 원을 지급한 사후매수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한 것이다.

사실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추대를 받아 당선된 곽노현 전 교육감은 두 세력간 대결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추호도 그의 사후매수죄를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응당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무슨 단체나 세력의 추대를 받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곽노현 개인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먼 사람 죄인 만드는데 일정량 기여한 그 세력들이 다시 움직여 50일도 남지 않은 교육감 선거판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다. 아다시피 2007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교육감직선제에서 정당배제 원칙을 정했다. 다름 아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었다. 정당이 나설 수 없으니 정치화된 시민사회단체들도 그래야 맞지 않나?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고보니 엉뚱하게도 보수니 진보니 편을 갈라 교육감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정치로부터의 중립성이 무색하게 ‘시민후보’니 뭐니 하여 교육감 후보를 끼고 패거리지어지는 폐단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라 할 수 있다. 2010년과 2014년 진보니 보수니 둘로 쪼개져 교육감선거를 치른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 폐해는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대명제가 무색할 만큼이다. 보수쪽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아직 없으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교육감선거가 재연된다면 무엇보다도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씻지 못할 대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떼로 나서 과거처럼 누군가 추대한다면 그 또한 적폐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촛불정신완수를 위한 진보교육감 김승환후보 지지연대(가칭)’로 활동을 전환한다고 해도 이미 두 번이나 그를 추대해 당선되게 한 시민사회단체 책임 역시 만만치 않다. 석고대죄까지는 아니더라도 현 교육감의 불통과 학력저하 등 실정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해야 맞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교육감 예비후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