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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억울한 죽음이 없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 -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책이 있다. 바로 이번영 작가의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이다. 평소 임상병리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의 발견은 필자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그 이유로는 임상병리사가 혈액과 체액, 분비물 등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직업으로 범죄현장에서 미량의 혈흔으로도 범인을 찾아내는 활동도 임상병리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시대 나름의 과학적 지식으로 시체를 부검하여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부검(剖檢)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사람이 죽었을 때,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시체를 해부해 부검을 하지만, 당시에는 죽은 사람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도 사인을 잘 가려냈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현대의 부검 술식(剖檢術式)은 우선 시신의 상태에 따라 다르고 의사 나름대로의 방법도 있으나, 표준 방식은 흉복부를 양쪽 어깨부터 치골까지 이어서 Y자 형으로 절개하고, 절개부위를 정리한 후 늑연골을 절단하여 흉골을 제거해 내장을 드러낸다. 그 후 장기를 적출하는데, 심장 - 폐 - 간 - 비장 - 위 - 신장 - 췌장 순으로 적출하고, 각 장기의 무게를 잰 뒤 조직을 떼어내 육안 검사, 조직 검사를 한다. 만약 부패가 진행되어 장기가 많이 손상됐을 땐 포르말린으로 고정시킨 후 검사한다.

그다음 머리를 검사하는데, 양쪽 귀 사이를 윗머리 쪽으로 절개한다. 그리고 두개골을 절단하는데, 법의해부(法醫解剖)를 할 땐 두개골을 조심해서 제거하지 않으면 혈관에 공기가 들어가 사인을 색전증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일단 두개골의 절단이 끝나면 뇌가 나오는데, 혈관과 신경다발을 절단한 후 꺼내어 위 장기들처럼 검사한다. 검사가 모두 끝나면 나중에 남은 장기들을 뱃속에 넣고 봉합하는 식이다.

조선시대의 부검 술식의 대표적인 예로는 죽은 사람의 입속에 은수저를 넣어보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시체를 해부하여 부검을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유교사상 때문에 죽은 사람의 몸에 칼을 대지 않는 방법으로 부검을 행했다. 은수저의 색깔이 검게 변하면, <비상>이라는 독약을 먹고 죽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비상 속에는 <황>이라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술을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와 식초로 몸을 덮으면 독극물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찰밥과 달걀흰자를 섞어 경단을 빚은 다음, 죽은 사람의 귀와 코를 모두 막고 입안에 경단을 넣는다. 독약을 먹은 경우에는 경단이 검게 변한다. 또한 익사한 사람의 정수리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코, 입, 귀에서 물이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지혜로 선조들은 부검을 행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의 진단의학은 과거에 행해오던 부검으로부터 유래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대목이었다. 또한 의사의 소임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사의 소임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억울한 죽음이 없고 사전에 정확한 진단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인간 세상을 만드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한교닷컴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