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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청소년 비행도 심하면 ‘병’ 이다

청소년 정신건강❶ _ 품행장애



아이들은 누구나 사춘기가 되면 짜증이 많아지고, 반항적 행동을 하며, 친구들과 자주 다툰다. 순종적이기보다는 반항적이고, 올곧게 나가기보다는 삐딱하게 엇나간다. 어쩌면 십 대 청춘들의 특권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춘기 반항’이라기엔 조금 ‘도’가 지나친 아이들이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 르겠는 아이들. 교육자로서의 한계와 회의까지 느끼게 하는 이 아이들은 사실 사춘기가 아니라 품행장애라는 ‘병’에 걸린 상태일 수 있다. 품행장애는 사춘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행동이 아니라 뇌 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한 학교에 적어도 한두 명은 꼭 있는, 제발 우리 반에 배정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빌게 되는 ‘품행장애 학생’에 관해 살펴본다.


사춘기 VS 품행장애

품행장애는 일반적으로 남학생은 10세에서 12세 즉, 초등학교 5~6학년 때 시작되며 중학교 때 최고조에 이른다. 여학생은 14~16세 즉, 중학생 때 나타나기 시작해서 고등 학교 1학년까지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중2병’이 나타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증상 역시 어른들에게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우울한 경향을 나타내며, 성적이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사춘기 증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사춘기가 왔나 보다’ 혹은 ‘드디어 중2병이 시작된 게로구나’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서 시간이 지나 ‘철들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품행장애는 사춘기 증상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춘기’로 봐주기에는 좀 과하다 싶다면, 1학년 때는 안 그랬던 학생이 어느 순간부터 폭력적이고 반항적으로 변했다면, 별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무단결석이 잦아졌다면, 툭하면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품행장애를 한 번 의심해 봐야한다.


물론 섣불리 품행장애라는 꼬리표를 달아줘서는 안 된다.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겪는 성장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행장애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병이 아니다.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친 채 오랜 기간 아이를 방치한다면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또래관계, 사회생활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상담기관이나 병원과 연계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사춘기와 구별되는 품행장애의 특징

● 품행장애의 초기 단계 _ 늦은 귀가는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일단 품행장애의 첫 증상은 ‘늦은 귀가 시간’이다. 품행장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13세 이전 즉, 초등학교 때부터 허락 없이 밤늦게 집에 들어오거나, 외박·가출을 했으며, 무단지각·조퇴는 물론 무단결석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본인은 그저 더 놀고 싶었을 뿐인데 이를 자주 지적받고 야단을 맞으면 ‘화’가 난다. 야단맞기 싫어 시작한 거짓말은 자신을 더 곤란에 빠지게 한다. ‘화난 마음’이 ‘충동성’과 만나면 화학 반응이 일어나듯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규칙을 일부러 어기며, 공부와는 담을 쌓는다. 자기만 보면 잔소리하는 부모를 피해 집을 나와 버리고, 입만 열면 ‘교칙위반’을 말하는 학교 따위는 싫어진다. 어른들의 말은 ‘불(화난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격이 돼서 ‘분노 감정’이 끓어오른다. 그래서 가출을 하고 무단결석을 한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늦은 귀가’인 셈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무단지각·무단조퇴·무단결석이 잦은 학생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무단결석 자체만 혼내기보다는 상담을 통해 원인을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Wee클래스나 병원과 연계하여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품행장애의 중간 단계 _ 분노감정이 충동적·습관적으로 나타난다

품행장애가 진행되면 충동으로 인한 분노감정을 습관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아이들은 늘 가슴 속에 ‘화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차분하다가도 교사의 사소한 지적에 ‘분노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채 아무 거리낌 없이 욕설을 하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책상을 걷어차는 등 행동이 거칠어지고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낸다. 가출 과 무단결석은 더욱 잦아지고, 또래관계는 수평적이라기보다 수직적으로 이뤄진다. 세상의 불만은 죄다 가진 아이처럼 툭하면 시비를 걸고, 싸움을 일으킨다. 자신이 피해자인 듯 씩씩거리며 분노 감정을 폭발시킨다. 특히 남학생은 또래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반항행동과 일탈행동을 더욱 심하게 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거센 분노 표출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빈도가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쟤가 다혈질이라서 그렇다’며 성격 문제로 여기고 방치한다는 점이 다. 그러나 다혈질 성격이라고 해서 모두가 분을 못 이겨 밖으로 뛰쳐나가고, 폭 력적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 반 학생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반항적이거나 폭력적이라면, 성격적 차원이 아니라 품행장애를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다음 다섯 가지 항목에 해당되는 학생이 있다면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 성격이 급하거나 흥분을 잘하고, 본인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적이 여러 번 있다.

□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어른과 논쟁을 자주 한다.

□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여겨 억울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상대방에게 거친 말과 폭력을 쓴다.

□ 이렇게 해도 분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자해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품행장애의 마지막 단계 _ 신체적 잔혹함

마지막 특징은 ‘잔인함’이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중학생들의 폭력사건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품행장애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폭주하게 된다. 신체적으로 잔혹함을 보이며, 무기를 사용하고, 파괴와 침입을 막무가내로 하는 범죄 행동을 보인다. 특히 품행장애는 공감능력 이 매우 떨어진다.


감정과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상대방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면서도 ‘상대방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 저 자신의 현재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자비하게 동급생을 때리면서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이처럼 품행장애를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개인의 인생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 나아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교사와 학교관계자들의 관심과 병원으로의 연계는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품행장애 원인과 치료

그렇다면 품행장애는 왜 생기는 것일까? 모든 심리적 문제가 그렇듯이 품행 장애 역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뇌 기능 변화가 품행장애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힘을 얻고 있다. 청소년기는 심리·정서적인 발달과 함께 폭발적인 뇌 발달이 이뤄진다. 이때 ‘감정이나 충동을 관장하는 뇌(대뇌변연계)’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돕는 전두엽’ 보다 먼저 발달한다. 결국 혼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충동과 욕구, 감정을 참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삐뚤어졌거나 반항심 때문이 아니라 아직도 뇌가 발달하는 중이라서 그렇다.


일반적으로 전두엽은 만 18세가 돼야 성숙한다. ‘어른’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발급’ 시기와 동일하다. 그래서 이 무렵이 되면 아이들이 ‘철’이 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엉망진창으로 생활하던 녀석이 취업을 준비하고, 이제까지의 자기 행동을 반성하며 ‘새 사람’으로 탄생하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 이전에 부모의 강압적 태도와 잘못된 육아방법·무질서한 가정환경·학대·왕따경험 등 부정적인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면 전두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품행장애를 지닌 아이들 역시 마음의 상처가 오롯 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실제 품행장애 청소년의 40% 정도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인터넷 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른 마음의 병도 같이 가 지고 있다. 따라서 품행장애 학생의 경우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약물치료와 함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상담치료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품행장애 학생 돕기

학교에서 품행장애 학생을 돕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병원과의 연계이다. 품행장애는 전두엽 비활성화로 인해 나타나는 병이다. 스스로의 의지나 조언만으로는 증상을 해결할 수 없다. 과감하게 병원에 의뢰하여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 병원 연계는 학생의 치료뿐만 아니라 부모가 학생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에 동참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씁쓸하기는 하지만 ‘의사의 말 한마디’가 부모를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병원으로 연계하기 위해 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본교의 경우에는 학생을 처벌하는 선도위원회에서 학생의 병원치료를 조건으로 제시하여 큰 마찰 없이 병원과 연계 시킨다. 선도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학생의 경우에는 상담교사가 부모상담을 통해 ‘뇌 발달과정’을 설명한다. “○○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전두엽이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치료를 하면 학생이 차분해지고, 학업성적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하면 부모님이 안심한다.


품행장애 상담하기

두 번째는 정서적 어루만짐 즉, 상담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잘못된 행동상 황만으로 무조건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뜻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들도 처음부터 ‘괴물’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예쁨이 보인다.


하지만 말이 쉽지 보통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예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아이는 마음이 아프다. 예쁜 아이다’라고 주문을 걸다보면 어느 순간 예뻐 보인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뭐가 중요하랴. 상담교사가 예쁘게 보니까 그런지 학생이 실제 예쁜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자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관찰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스며들면서 그 아이가 마음으로 들어온다. 아마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저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아이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주면 된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팁이 필요하다.


Tip ❶ _ 말싸움은 백전백패, 페널티를 부여하자

학교에서 가장 골치 아픈 품행장애 학생은 머리가 좋고, 자존감도 평균 이상이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경우이다. 이 아이들은 비록 건강한 자존감이 아닐지라도 ‘피해자를 자신이 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머리도 잘 돌아가서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며 말솜씨도 좋다. 이런 학생들과의 말싸움은 백전백패이다.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따라서 이들의 감정이나 진실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대신 페널티를 부여하여 손해가 날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 아이를 힘들게 하지마”가 아니라 “너 이런 행동을 했구나. 안타깝지만 이걸 해야겠네”라는 식으로 말이다. 본교의 경우에는 교사 지시에 불응할 경우 방과후에 명심보감 5장을 써야 한다. 이를 또 불응할 경우 전 교사에게 배꼽인사를 하며 ‘단정한 용의복장 확인서’에 사인을 받아와야 한다. 아이들이 지독히 싫어하는 행동을 페널티로 부과함으로써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물론 이것도 불응할 경우 출석정지 처벌 후 기간 내내 교내 청소를 시킨다. 학생들이 고개를 절로 흔들 정도이다. 그래서 본교에서는 교사 지시에 불응하는 일이 거의 없다.


Tip ❶ _ 팩트만 이야기하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품행장애 학생들에게는 명확한 팩트만 가지고 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덫에 걸리고 만다. 예를 들어 “네가 그렇게 행 동하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겠니?”가 아니라 ‘네가 그런 행동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네가 가서 그 아이를 때렸느냐, 때리지 않았느냐’ 등의 객관적 사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만약 학생이 인정한다면 페널티를 부과한다.


Tip ❸ _ 사고 안 친 날 칭찬하기

‘무사고 날’ 칭찬을 하면 사고를 치려다가도 안칠 수 있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사고를 치던 학생일지라도 사람인지라 잠깐 얌전하게 있을 때가 있다. 이 처럼 사고를 안 친 날 칭찬을 하는 것이다. “어머, 우리 ○○이가 오늘은 제법 의젓하네. 무슨 좋은 일 있어?”라고 언급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진정된다. 조심해야 할 것은 “네가 웬일이니, 얌전히 있고”처럼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는 삼가야 한다. 또한 구체적일수록 효과가 크다. 예를 들면 “우리 ○○이가 오늘은 한 번도 안 혼났다며? 기특해라.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니?”라며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긍정적 상황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이 학생들에게 보이는 공통적인 장점은 ‘리더십’이다. 의사에게 칼을 쥐여주면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지만, 조직폭력배에게 칼을 쥐여주면 생명을 죽이는 도구가 되는 것처럼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 이다. 이들은 가진 리더십은 아직 긍정적 리더십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 리더십은 교육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둔다면 생명을 살리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생명을 죽이는 도구로 쓰이는 것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교사가 ‘번아웃’되지 않는 선에서 올해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