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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우리는 아직 젊다

생명이 세상을 엿보고 향기를 장전하는 계절이 3월이다. 3·1절 다음날, 모든 학교에서 입학식을 한다. 예전 같으면 운동장에서 줄을 서서 했을 입학식. 요즘은 강당이나 실내 체육관에서 온풍기를 틀어놓고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엄마들이 뒤편에 모여 아이를 대견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부모의 참석은 줄어들고 아이들 스스로 가방을 메고 입학식을 한다. 그리고 곧장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수업 모드로 들어간다.


새로운 세상의 시작 입학식, 무엇보다 중심은 학생

입학식은 모든 교사가 업무분장에 따라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 담당 부서에서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내 일처럼 솔선해야 한다. 요즘은 일을 맡겨도 투덜거리거나 대충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이렇듯 희생정신 없는 교사는 단순한 급여생활자일 뿐이다. 입학식 진행에 있어서 교장·교감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어야 한다. 더러 주객이 전도되어 내빈 소개나 형식적인 학교 요람, 알맹이 없는 축사만 읽어간다면 이것은 무능력의 소산이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찾아오는 정치인이 있으면 교장이 과감하게 거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찾아온 아이와 학부모에게 모든 교사는 최대한의 친절과 미소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은 하루 정도가 적당하다. 학교에 대한 설립이념·역사·교훈·교가 등 학교 구성원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 주요 부장이 필요한 부분을 잘 안내하겠지만 그중에서 교무부와 학생부의 역할이 크다. 특히 학생부는 학교의 제반 규칙을 잘 설명하여 성실한 생활을 하도록 서약문을 받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그리고 교무실과 행정실·보건실·남녀 화장실 등 시설의 위치를 알려주고, 중·고등학생의 경우 ‘공부를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강의를 하면 좋을 것이다. 가급적 전문가를 초빙하면 집중도가 높다.


입학식과 더불어 3월에는 학교운영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운영위원 중 특히 학부모 위원이나 지역위원은 신중하게 선출하되 가급적 협조적이고 봉사정신이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 더러 나서기 좋아하고 정치적인 사람이 위원을 하거나 자기 자녀 챙겨주려고 나선 부모가 위원이 되면 불편한 일들이 생긴다. 그래서 순수하게 학교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위원장 역시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호방한 카리스마와 덕망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학급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신학년의 담임은 모든 것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예년에 했으니까 올해도 그냥 하면 되겠지’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학사일정에 맞추어 학급운영을 구상해야 한다. 그중 최우선 과제가 교실환경 꾸미기와 학생 파악이다. 우선 담임이 걸레를 들고 바닥 청소와 낙서를 지워야 한다. 수리할 곳이 있으면 행정실에 요청하고 솔선하여 게시물과 급훈 같은 액자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가훈이 그렇듯, 급훈 역시 담임의 교육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어렵고 추상적이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말을 카피하는 것은 성의가 없다. 벽시계와 달력, 거울 그리고 작은 소품나 그림을 준비하여 아늑하게 환경을 꾸미면 아이들의 정서도 한결 밝아진다. 이런 것들이 귀찮아서 예전 그대로의 공간만 제공한다면 아이들도 선인장처럼 삭막하게 자란다. 아울러 학급생활 규칙을 제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름다운 학급을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인데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하며 도덕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장과 임원을 선출할 때는 입후보자가 과반수를 넘을 때까지 재투표를 해야 한다. 더러 여러 명이 출마해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는데 반장으로 정하면 께름칙하다. 표결로 후보자를 압축하여 과반의 득표를 얻은 아이가 반장이 되도록 하고, 부반장은 따로 투표하여 선출해야 한다. 간혹 반장 선거에서 떨어진 2순위 아이를 부반장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것이다. 반장은 리더십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부도 어느 정도 해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여 반장을 시키면 실망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머지 학예부·봉사부·미화부·체육부 등 필요한 임원을 배정하면 학급이 구조적으로 내실 있게 된다.


책걸상은 실명제로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좋다. 이름 밑에는 좌우명을 쓰게 하여 항시 자신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 아이들의 생활 중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쓰레기 버리는 문제를 비롯해 욕설·복장불량·지각·핸드폰 중독일 것이다. 이러한 것은 학급 내규를 정하고 약속을 지키도록 관리해야 한다. 인성은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보석이 되고 예술품도 되는 것이다.


‘해치우기 위한 상담’ 아닌 인격적 만남

아이와 상담을 할 때에는 미리 기초자료를 받아두는 게 필요하다. 기초자료에 대한 양식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필요한 부분을 편집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중 ‘담임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란을 만들면 아이가 자신의 고민을 말할 수 있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이혼이나 별거 가정도 늘고, 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도 많으므로 교사가 애정 어린 눈길로 찾지 않으면 아이는 그늘 속에서 다른 돌파구를 찾게 된다.


상담은 일회성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상담이란 표현보다 ‘만남(미팅)’, ‘대화’처럼 정감 어린 표현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교사와의 상담을 형식적 각본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만남의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학원 가는 시간을 조정해 오후에 대화하면 좋을 것이다. 담임이 퇴근 후에 남는 것을 피곤하게 여겨 점심시간에 아이와 상담하는 것은 정말이지 ‘해치우기 위한 상담’이지 ‘인격적 만남’은 아닐 것이다. 또한 교무실에서 옆사람이 들리게 대화하고 성적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생각이 부족한 상담이다. 상담은 편안한 자리, 별도의 공간에서 담임이 끓여준 녹차나 음료를 함께 하며 ‘나를 존중해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일어나야 진정한 만남이 된다.


담임은 아이의 또 다른 보호자이다. 학생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여 교실을 둘러보아야 한다. 주로 누가 아침 일찍 등교하는지 살피고 격려하며 필요하면 빗자루를 들고 청소도 할 줄 알아야 진정한 스승이다. 조회를 할 때에는 중요한 사항 전달과 지각생을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소로 마무리해야 한다. 더러 지각한 아이가 있더라도 벌금을 걷어 학급비로 쓰거나 벌칙으로 청소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담임은 점심을 조금 늦게 먹더라도 교실에 들러 급식을 안 먹는 아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는 교실에서 공을 차는 녀석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담임이 할 일이다.


3월은 꽃샘추위가 도사리고 있는 달이다. 교육청에서 쏟아지는 문서도 많아 부장과 계원들은 바쁘고 담임은 담임대로 바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업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결코 교실 수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율학습을 시키거나 수업에 늦게 들어가서도 안 된다. 더욱이 고등학교는 8일 모의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숨 막히는 출발이다. 커피 한 잔 내리면서 교사로 임명되기 전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아직 젊고 할 일 많은 선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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