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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라다크에서 배우다

오래된 미래

 


산과 들이 참 고운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빛이 풍성해지는 때입니다. 벚꽃나무는 벌써 물색고운 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산에는 서늘한 빛깔의 가을꽃 여뀌와 꽃향유, 물봉선이 피었고요, 화살나무는 저 혼자 몇 송이 잎을 붉게 물들여 계절을 앞서 갑니다. 저도 벚꽃나무 아래에서 고운 나뭇잎 몇 장을 주웠습니다. 책갈피에 말려서 가을엽서를 보내려고요. 예전에는 엽서나 편지를 쓰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자메일이나 문자서비스나 메신저 등 바로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많다보니 요즘은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계절이 바뀌면 벗과 친지에게 엽서를 아직도 쓰는 고전적인 사람입니다. 교무실 책상에 항상 엽서와 편지지를 곁에 두고 씁니다. 이런 저를 보고 오래된 편지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런 오래된 것이 좋습니다. 책도 오래 묵어서 약간 바래고 냄새나는 헌책을 좋아합니다. 옷도 오래오래 입고 사람도 오래 만나는 편입니다. ^^


오래된 미래라는 책은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라다크와 그 곳 사람들의 오랜 친구인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책입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수 세기 동안 외부의 영향에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지켜온 그 곳 사람들의 행복하고 자립심 강한 삶,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과 배려, 자연과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통 문화가 숨 쉬는 라다크는 현대 서구 사회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공동체 문화로의 귀결이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 본성의 조화, 가족과 공동체의 결속, 남성과 여성의 균등한 지위는 결과적으로 오래전 우리들 곁에 있었던 삶의 한 형태이며 잃어버린 낙원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낡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전통이 어쩌면 새로운 미래를 보는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라다크 사람들은 대체로 일상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합니다. 외부세계에 의존하는 것은 소금과 차 기타 금속 제품뿐입니다. 사람들은 직접 기른 가축에게서 모직용 털을 얻어 실을 잣고 베틀을 이용하며 천을 만들고 염색, 바느질을 하여 옷을 만듭니다. 집을 짓기 위한 벽돌도 진흙을 이용하고 직접 만들어 스스로 집을 짓습니다. 곡식 수확과 같은 모든 일은 오랜 시간 동안 진행 되고 이 모든 일에는 80대 노인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함께 참여하여 거드는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통적 생활을 유지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매우 적어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살아 갑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규칙적이고 충분한 노동을 하며 정제되지 않은 천연 식품을 먹고 살아서 매우 건강하지만, 이들 중 환자가 생기면 암치라고 하는 마을 의사가 치료합니다. 그의 의료 행위는 오랜 관찰을 통한 신뢰와 존경 속에 이루어지며 환자를 치료할 때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땅에서 곡식을 경작합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우며 예전 우리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런 라다크 사람들에게 최우선시 되는 것은 공존입니다. 그들에게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작고 긴밀한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자율적인 조정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경쟁이 아닌 상호 협조를 통해 만들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모든 분야에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며 참여하고 있으며 소외되거나 외로워하는 일이 없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살아갑니다.


라다크의 삶을 읽으며 전통은 결국 미래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가서 벗과 친지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웃이 있으면 송편 한 접시 나누어 먹고,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웃 어른이 없는지 살피는 그런 마음을 가지던 우리의 따뜻한 전통이 되살아나는 사회, 우리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되십시오.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양희성 옮김, 중앙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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