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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사랑과 우정 '다시 만난 세계'

‘지상파 드라마, 간판만으로 손님 끌던 시대는 갔다’

이는 9월 20일자 경향신문 한 기사의 제목이다. 다음 날 서울신문에선 ‘날개 잃은 지상파 드라마’ 제하의 기사를 보게 된다. 제목만으로도 짐작되듯 두 기사는 시청률 저조한 주중(월~목) 드라마 실상을 보도하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맨홀_이상한 나라의 필’이 1991년 시청률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인 1.4%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동시간대 SBS 드라마스페셜 ‘다시 만난 세계’의 시청률 6.5%는 양호한 편이라 해야 하나. 9월 21일 종영한 40부작(옛 20부작) ‘다시 만난 세계’는 6.0%로 출발했다. 8회에서 8.0%를 찍었지만, 그 이상 반등은 없었다. 방송 내내 6% 대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볼만한 드라마를 찾지 못해 본방사수했지만, 더러 채널 돌리고 싶은 충동은 자제해야 했다.

일단 소재는 흥미를 끈다. 교통사고로 죽은 19살 성해성(여진구)이 12년 만에 다시 현세(現世)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그것만이라면 ‘푸른 바다의 전설’류 판타지라며 식상해했을테지만, 그게 아니다. 죽어서 살인범이 되었는데, 그게 누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범은? 드라마는 이내 미스터리의 궁금증을 갖게 하는데 나름 성공한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를테면 은근히 미스터리한 멜로드라마인 셈이다. 사실은 죽은 해성이 왜 다시 온 것인지 모호한 전개가 오래 이어진다. 뭘 말하려는건지 우왕좌왕 느낌 끝에 얻은 결론은 사랑과 우정을 찾아 다지기 위해서이다. 응당 진범이 잡히고 모든게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성만 다시 갈 뿐 애인 정정원(이연희)을 비롯 친구와 동생들은 모두 행복한 결말이다.

진실 구현은 덤인데, 그 동안 곳곳에서 파열음이 난다. 우선 해성의 돌아옴 자체가 판타지인데, 너무 나약한 캐릭터 아닐까 하는 불만이다. 그런 모습이 일상적이긴 하지만, 동생 해철(곽동연)을 사채업자들로부터 구해내는데서 느끼는 어떤 카타르시스나 대리만족이 지속되지 않는다. 아주 어쩌다 귀신으로서의 초능력을 발휘할 뿐이어서다.

좀 성긴 구성도 그렇다. 가령 차민준(안재현) 교통사고의 우연성을 들 수 있다. 정원이 해성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극대화를 노린 상황으로 보이지만, 아래로 밀리는 손수레를 막던 민준이 느닷없이 차에 충돌하는 장면은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결구이다. 또 손님이 포장된 음식을 받기만 하고 계산하는 장면은 없다. 판타지라 그런가.

삶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없는 점도 아쉽다. 레스토랑을 그만둔 정원의 태연함이 그것이다. 월세를 못내 집주인을 피해다니던 정원과 상치되는 묘사다. 마트에 취직해놓고 소개팅하는 여유로움은 또 어떤가. 소개팅 현장을 호방(이시언)과 함께 덮치는 해성의 정원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한 의도라 해도 그런 느낌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강한 의문은 과연 정원이 같은 여자가 이 시대에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정원은 고3때 죽은 남자 친구를 12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한다. “스무 살 생일선물로 키스받고 싶었다”는 정원은 31살이 되어서도 “나, 너 없으면 계속 혼자 살거야”라는 다짐까지 한다. 21세기의 순애보라 할까. 진짜 판타지라 할만하다.

그것과 별도로 9년이나 연상인 이연희가 어린 여진구와 키스나 포옹신을 찍느라 꽤 고생했을 법하다. 두 번쯤 발음상 오류도 눈에 들어온다. 11회에서 ‘불꽃이’를 해성과 정원은 ‘불꼬치’라 맞게 발음하는데, 홍진주(박진주)만 ‘불꼬시’라 한다. 33회에서 호방은 “박동석을 범인으로 가르치고 있어”라고 말한다. ‘가르치고’가 아니라 ‘가르키고’로 해야 맞다.

차권표(박영규)의 별 반전 없는 뉘우침이나 해성과 큰아들 민준에 대한 사과 등 개과천선도 좀 아니지 싶다. 조강지처 아들인데 절연(絶緣)까지 하고 사는 민준 부자의 갈등이 좀 소홀히 다뤄졌지 않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다. 흔히 같잖은 드라마가 그렇듯 심지어 2분 만에 바뀌는 잦은 음악이 자주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자막 등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문대통령의 UN총회 기조연설을 20분 넘게 생중계한 ‘SBS 뉴스특보’ 역시 좀 아니지 싶다. 막 결말을 향해 치닫는 중이라 그만 맥 풀리는 시청이 되게 해서다. 반면 MBC는 드라마 ‘병원선’을 그대로 내보냈다. 문대통령의 UN총회 기조연설은 드라마가 끝난 후 녹화중계로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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