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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창을 열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주말! 토요일 아침! 평소와 달리 좀 늦게 학교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다. 창을 여니 맑고도 시원한 가을 바람이 나의 얼굴에 촉촉이 와 닿는다. 새롭게 만든 운동장 농구대가 나에게 미소를 보낸다. 마치 사람의 형상이라도 된 것처럼 하얀 색깔이 고운 여인의 피부를 연상하는 듯 더욱 이채로운 느낌마저 든다. 아무도 밟지 않는 아침의 운동장, 비둘기조차도 내려 앉지 않는다. 가을의 고요한 하늘과 상견회라도 하듯 침묵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나의 손을 잡고 있는 커피 잔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나의 코를 더욱 감질나게 한다. 바람은 더욱더 나의 온 몸을 어루만져 어제의 피로를 다 풀어내는 듯 안마를 계속해 준다. 고맙기도 하다. 내 눈은 먼 산을 쳐다보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다. 높은 산 봉우리에 위치한 학교라 그 누구도 찾아오는 이 드물다. 주변 아파트 사람이 아니면 특별하게 학교를 방문하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공기도 좋고 주변의 고요함은 더욱 가을의 서기향을 느끼게 하는 것만 같다. 아홉 시부터 시작되는 웅비관 자기주도학습이 시간되기 전 1시간. 불현듯 한 편의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번개같이 떠올랐다. 빠르게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판의 콩당콩당 소리가 어린 아이의 숨바꼭질 장난감 놀이처럼 아장스럽게 들린다. 창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바람은 더욱 글의 오타조차도 쓸어가고, 태양의 맑은 빛은 고운 글을 만들어 가는 등불과 같은 역할도 해 준다. 혼자 앉자 자판을 두드리는 기분이 온 교무실 모두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처럼 평소보다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아 미안한 생각조차 든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없다. 다행이다 싶다.

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칠 때는 자판만 보면 한 순간에 한 편의 글이 만들어진다. 어디서 흘어 들어온 이미지인지는 몰라도 어떻게 구성되어 가는지도 몰라도 나의 머리에 전달되는 메시지들은 하루에도 수십 개가 나의 컴퓨터에 전달되어 다채로운 영감이 되어 변화를 거쳐 이모저모를 만들어 가는 조물주의 생각으로 펼쳐진다. 글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생각은 가을 하늘처럼 높기도 하고, 가을 들판에 무르익은 벼와도 같아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을까? 어느 작가가 쓴 한 편의 글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가다 보면 예전에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왜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는지, 왜 그렇게 심오하게 튀어오르는지 참으로 오묘한 영상이 나를 더욱 신비로운 글을 만들어가게 하는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9월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에서도 주말이 더욱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는 산으로 누구는 바다로 어느 누구는 도서관으로 학교로 자신의 주말 여행을 떠난다.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사라져가는 작은 개체를 사각형 컴퓨터 화면에 담아서 펼쳐내 보면 자동차의 시선은 어느 듯 내 손아귀에서 글을 써 나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기에 달리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주말의 멋진 여행을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단 한 시간의 여유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주말을 보내는 행복을 학생들과 약속한 교정에서 보내는 것도 나만이 느끼는 또 다른 가을 맛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가 지시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우리 모두가 스스로 원해서 오늘의 행복을 찾아 온 웅비관의 여정은 한 편의 주말 행복글을 만들게 해 준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단 한 명이라도 웅비관(우리 학교 2학년 도서관)에 나오면 나도 출근하여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였기에 토요일은 변함없이 학생들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9시 15분 전. 웅비관으로 올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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