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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미국 대학 가요제 1등

대학에서 해마다 열리는 가요제('탤런트 쇼'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노래로 출전하기 때문에 가요제로 칭하겠음)30여 명이 출전해 10여 명이 본선에 올랐다. 요란한 살사 댄싱과 군악대, 음악 등의 식전 행사가 끝난 후에 본선이 시작됐다


행사 규모가 크지 않아 별 것 아니려니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도 음악과 교수를 비롯해 일곱 여덟 명이나 되고 출전한 사람들도 성악과 학생들이나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가수 뺨치는 쟁쟁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옆에 앉은 아내의 얼굴에 걱정의 빛이 역력했다. 등수 안에 드는 것은 고사하고 너무 실력이 모자라 사람들한테 남편이 망신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 역시 그랬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출전 명부에 이름을 올렸는데 저렇게 잘하는 사람들과 대결을 해야 한다니. 후회스러웠지만 이제 돌이킬 수가 없다. 내가 예심을 통과했다는 사실조차 믿기가 어려웠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내 목소리는 변화가 심해 어느 땐 제대로 나오지만 어느 땐 노래가 전혀 시원스럽게 나오지를 않는다. 오늘 그랬다가는 정말로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잘 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도하고 기타를 들고 휠체어를 운전해 무대에 올라갔다. 전주를 하는 동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지 몰라 잠시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 첫 번째 음성이 시작되고 나면 그 날의 목소리 컨디션을 알 수가 있다. 전주가 끝나고 조심스럽게 노래를 시작했다


목소리가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성공이다. 일단 큰 망신은 면했다. 나는 안정된 음성을 바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감동적인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키를 높였고 그로 인해 생긴 다소 위험하다 싶은 높은 음이 시원스럽게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분위기는 자기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노래에 충분히 감동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나의 열창이 끝나자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 외의 갈채에 당황의 빛을 감추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를 내려오는 동안에도 뜨거운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뒤로 사람이 노래를 부른 후에 노래 순서는 끝이 나고 심사가 시작되었다. 등수 안에 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 아내는 행사장을 나갈 채비를 챙겼다. 먼저 삼등을 한 학생이 호명되었고 다음엔 2등 이제는 1등을 부를 차례다. 나가려다 말고 1등 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 무대를 보는 데 사회자가 마지막 페이퍼를 펼치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First place, Sam Kang!"

나와 아내는 깜짝 놀랐다. 아니, 내가 1등이라니... 내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 사람들의 박수가 다시 한번 뜨겁게 터져 나왔고 나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1등 상금을 받으며 나는 감격에 휩쌓였다. 다시 객석으로 돌아오는 동안 많은 교수며 친구들이 끌어안으며 나보다 더 기뻐했다. 아내도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끌어안기고 있었다.


"정말 대단했어, 대단했어!"

", 네가 웬일이야. 너 이렇게 노래 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친구들에 이어심사한 교수들도 다가 와서 축하를 해 주었다.


"대단한 실력이야, 아주 특이한 목소리를 가졌고 아주 감동적인 노래였어."

"외국어로 노래하면 십분의 일로 감동이 줄어 드는 데, 그런 상태에서도 너는 충분히 일등할 수 있는 실력이었어. 정말 잘했어. 축하해."


나와 아내는 수많은 사람들에 쌓여 축하를 받느라 한동안 자리를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 강당을 빠져 나오며 어린 딸아이에게 말했다.


"아빠 1등 했다."

다음 학교에 갔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나를 부르곤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친구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우리 학교에서는 지금 네가 어제 1등 한 것이 화제야."

후로 나는 학교의 행사에는 거의 불려 다니며 노래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영어와 한국어 가요 한 곡씩을 불렀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곤 했다. 행사가 주로 기말 시험과 겹쳐 기말 고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한국의 정서를 알리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거절하지 않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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