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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허함을 채우는 길

연이어 많은 비가 내렸다. 황금의 비다. 티비에서 농부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농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쁨을 맛본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가사가 떠오른다. 綠陰芳草(녹음방초) 성한데... 나뭇잎이 푸르게 우거지고 아름다운 꽃, 꽃다운 풀이 파릇파릇하다. 모두가 황금 같은 단비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공허함을 채우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선생님들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이 있는 것처럼 공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달려왔다.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지도해왔다. 학생들의 참된 모습을 기대하면서 얼마나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변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학생들로부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悠悠自適(유유자적) 살아가면 되겠지,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추구하는 것이 학문이 아니고 진리가 아니라 유치한 장난감 같은 것만 추구하는 느낌이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아무리 바른 방향으로 지도하고 이끌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보고도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어?, 하면서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귀를 아예 틀어막고 목을 뻣뻣하게 하고 마음은 굳을 대로 굳어 변하지 않는 이들을 보고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 또한 아닌 것 같다.


공허함을 채우는 길은 무엇일까? 다시 준비하는 것이다. 한 선생님은 방학이 될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방학 중에 읽을 책을 골라 모은다고 한다. 정말 잘하는 일이다. 공허함을 채우는 길이다. 독서다. 독서 없이 공허함을 채울 수가 없다. 지식에 관한 책이든 교양에 관한 책이든 어떤 책이든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독서를 많이 하는 선생님은 지혜로운 선생님이다.


공허함을 채우는 길은 연수를 받는 것이다. 방학 동안 보충수업도 해야 하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야 하고 즐거운 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방학 내내 연수를 받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수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수업의 기법도 배우게 되고 학문이 깊이도 더해갈 수가 있다. 학생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허전함은 순식간에 달아나고 만다.


공허함을 채우는 길은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것이다. 자연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준다. 새로운 것을 가르쳐준다. 새 힘과 능력을 얻게 해준다. 지혜를 가지게 해준다. 자연이 주는 유익이 나의 것이 되면 학생들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바다가 그렇고 산이 그렇고 계곡이 그렇다. 넓은 들이 그렇다. 꽃과 나무와 새들과 온갖 만물들로부터 새로운 생각으로 가득채워 나가 공허함을 물리칠 수가 있다.


지금도 비올 구름으로 가득차 있다. 고마운 아침이다. 물 때문에 걱정이 없으면 좋겠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물 피해도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지금은 완전 방전의 때다. 완전 충전을 위해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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