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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육자치 강화? 학교 자율부터 높여라

등교시간, 체험 장소, 업무분장
‘권장’ 내세워 사실상 강제 지침
학교 특성 고려 않고 획일화시켜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자치를 내세우며 유초중등교육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가운데 현장 교원들은 학교 자치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도 학교를 지시 대상으로 여기는데 자칫 교육청 권한 독점만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등은 학교장에게 교육과정, 인사, 재정에 대한 권한을 주고 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학부모,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활동을 추진하자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다양한 세부 지침을 통해 체험학습 장소, 등교시간, 숙제 부과 여부까지 간섭하는 등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충남 A초 교장은 "체험학습의 경우 학급 규모 등을 고려해 학교 구성원들이 장소나 일정 등을 세우는데 당국이 ‘천안함, 독립기념관을 찾아 안보의식을 고취하라’, ‘소규모로 운영하라’는 식의 공문을 사사건건 내려보낸다"며 "참고나 권장의 형식이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정 교육과정은 단위학교의 창의적 교육과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매년 100대 우수 학교 등의 형태로 등수를 매기고 표준화시켜 학교 실정에 맞는 운영보다는 보이기 위한 교육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고 말했다. 

경기 B초 교장은 "권유라고는 하지만 교육청이 학교 등교시간까지도 관여하며 지키지 않으면 컨설팅을 하겠다는 상황인데 무슨 학교 자율이냐"며 "방학일정 정도나 학교에서 정할 수 있지, 사실상 학교 권한은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

이어 "유초중등 권한 이양이 어느 수준까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교육감에게 권한이 집중돼 남용이 이뤄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수업, 생활기록부 작성도 행정지침에 의해 제약받고 있다.

서울 C초 D교사는 "교육청이 초등 1,2학년은 받아쓰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숙제를 내지 말라고 하는데, 이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E고 F교사는 "교육부가 매년 학생부 기록 지침을 내는데 교내 대회 참여사실이나 독서 성향 등은 기재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세부 사항까지 정해놓는다"며 "그 지침에 맞추려다보면 결국 학생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생긴다"고 밝혔다.

교원 업무분장, 학교 예산 편성 등도 자율성을 크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G고 교장은 "일반고 역량강화사업, 학업중단 예방 사업 등 목적을 지정해 사업비가 내려오는 것이 대부분이라 인건비, 시설비 등을 제외하면 학교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분장은 학교마다 고유의 문화가 형성돼 있어 학교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 업무 정상화 방안이라며 학년부 체제를 권장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H초 교장도 "교원들의 행정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 업무 전담팀을 구성하라고 하는데 의도는 좋지만 학교 규모나 실정에 맞게 해야지, 획일적으로 강제하면서 수시로 보고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충남 A초 교장은 또 "컴퓨터 유지보수나 청소 용역 등 학교가 외부 업체와 계약할 사항을 시도 교육청에서 일괄해서 하면 비용이 저렴해지는 부분은 있지만 지역 업체가 아니다보니 문제가 생길 때 바로 응급 조치나 대응이 안된다"며 "일정 정도는 단위학교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자율 경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흥주 세명대 교수는 "학교 자율화 정책이 지난 MB정부 때 집중적으로 발표됐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교장은 권한도 별로 없는데 책임만 크고 교사도 생활지도나 학생평가에서 지침에 묶여 자율성이 매우 미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로의 권한 이임을 확대하고 학교 운영 자율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나 지침을 폐지하는 한편, 학교가 위임받은 권한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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