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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이 요구하는 수업에 대한 고찰

- 끼와 꿈을 키우는 ‘DNA 수업’ 사례 -

학생부 종합전형, 바뀌는 입시지형 ③

학생부 종합전형의 핵심 평가 평가 요소의 초점은 창의성을 갖춘 학업능력과 인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에 있으므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수업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 한 예로 ‘DNA 수업’ 사례를 살펴보며, 학생부 종합전형에 따라 수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고찰해보겠다. 

‘DNA 수업’의 의미

‘DNA’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정보를 의미하는데, 이를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된 능력, 즉 ‘끼’ 혹은 창의성으로 이해하고, 그와 같은 ‘끼’를 찾는 수업이 ‘DNA 수업’이다. 동시에 ‘DNA’는 협력적 상황을 통해 의사를 공유하고(Discussion), 그 내용을 정리해 효율적으로 설명한 후(Narration), 그에 따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Addition) 이 수업의 각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의 재구성 

주당 2시간씩 9개 반을 ‘DNA 수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수업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변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습자의 활동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바꿀 때 시수에 맞도록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수업의 방식을 무조건 학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교 과정에서는 효율성이나 교과 진도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과지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교사 중심의 수업은 도입 부분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좀 더 심화해 연구하는 부분과 이미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둠원들이 협력해 일정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공동의 작업을 통해 발표하는 부분으로 정리했다.



‘DNA 수업’의 실제

수업 진행은 대단원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진행한다. 도입 부분은 평균적으로 3~4개의 소단원에 걸쳐 교사 중심 수업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되 수업의 속도를 두 배 정도 빨리 진행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주제로 묶인 소단원 3~4개를 교사의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할 경우 평소 같으면 8시간이 필요하지만, ‘DNA 수업’에서는 교사의 설명을 절반 가까이 줄여 4시간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다.

나머지 4시간 가운데 3시간은 모둠활동을 통한 개별학습과 공통학습이 진행되고 그 결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한 후, 특장점 중심의 평가를 거쳐 학생부에 기록한다.

나머지 1시간은 전체 학급에서 이뤄진 발표를 촬영한 영상 가운데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을 골라 편집한 자료를 시청하고 피드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 교과학습 - 교과지식 전수하기

학생 중심 수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단원의 내용을 일정 부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학습자가 예습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 학습 내용을 미리 탐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 모든 학습자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과제는 아니다. 교사가 학생 활동을 중심으로 설계하더라도 참여하는 학습자가 단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만큼 수업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입 부분은 교과 관련 핵심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분량은 평소 교사 중심 수업의 반 정도 수준의 차시에서 마무리하고 특히 학습활동의 경우에는 교사가 개입하지 말고 차후 학생들이 개별과제에서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 2단계 : 모둠활동 - 학습지를 활용한 협력학습

단원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의 전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모둠활동을 한다. 모둠을 구성할 때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둠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학습이 아닌 진로와 진학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둠활동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모둠 학습지를 준비해야 한다. 모둠 학습지는 학습활동 전체를 이끌며 단원의 지식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측면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한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는 전 과정이 수행평가와 연계될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3단계 : 개별과제 - 교과지식의 이해와 정리

활동 중심 수업이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는 교과지식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모둠활동을 하더라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교과지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내용을 스스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습지의 첫 번째 단계는 ‘정리하기’로 정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거나 단원별 학습활동 가운데 특별히 관심 있는 문항을 선정해 풀어보도록 하는 과정이다. 개별지식을 응용하기 위해 문항을 만들어 문제풀이 과정을 서술하도록 할 수도 있다.



◦ 4단계 : 공통과제 - 주제 설정에 따른 교과지식의 응용

개별과제를 통하여 교과지식의 내면화가 이뤄졌다면 다음은 이를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해 활용할 수 있는 생산적인 지식으로 변하도록 하는 단계다. 소규모 학습공동체인 모둠은 공통 관심사를 설정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그 내용의 적절성을 논의한 후,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관계 형성과 상호 이해의 과정을 겪으며 배려와 협력 그리고 관계 지향성 등 다양한 인성적 가치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 5단계 : 과제발표 - 의사소통을 통한 표현력 신장

모둠활동을 통해 정리된 학습지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활동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학습지에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교과지식의 응용 능력을 공유하는 의미가 있다.

발표는 먼저 개별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이어서 공통과제로 넘어간다. 정해진 수업시간 안에서 효율성을 생각하면 모둠별 개별과제는 5분 이내, 공통과제는 7분으로 제한해야 한다. 개별과제는 교과지식을 설명하는 형식이라면 공통과제는 단순한 설명 형식에서 벗어나 연극, UCC, 뮤지컬, 음악, 춤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주제에 맞는 가장 적합한 발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발표 과정에 나타난 창의성과 인성을 정확히 파악해 수행평가와 학생부 자료로 활용한다.



◦ 6단계 : 평가정리 - 피드백 및 자료 정리

학생들의 발표가 마무리되면 다시 학습지로 돌아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교과지식을 내면화하고 모둠원끼리 공통과제를 설정해 의견을 모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은 없었는지 살피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모둠의 발표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찾아보고 장점이 있다면 자신의 것으로 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가의 과정도 상대방의 장점부터 확인한 후,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을 거치고 자신이 무엇을 보완할지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 7단계 : 결과공유 - 모범 사례를 통한 사고력 확장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급에서 발표하지만, 교사는 여러 교실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발표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학급의 학생들은 어떤 내용으로 발표했는지를 공유하는 것은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사는 학급마다 발표의 주요 과정을 녹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추출해 편집한 후, 전체 학급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 8단계 : 자료입력 - 학습 결과를 학생부로 연결

교사는 미리 준비한 평가지를 통해 학습 자세와 태도, 협력학습 참여도와 활동 정도 그리고 주제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등 다양한 측면을 정교하게 관찰해야 한다. 확인된 내용은 평가지에 정확히 기록해 학생부 자료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DNA 수업’의 사이클은 한 학기에 2번, 즉 일 년에 4번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부에도 4번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500자 입력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같은 과목을 나눠 가르칠 경우 등을 고려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DNA 수업’의 효과 

수업의 취지가 좋고 방법이 훌륭하더라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성적 향상과 어긋날 경우는 사실상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수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졸거나 잡담하는 학생이 거의 없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런 면에서 이 수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성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3월 학기 초에는 학생 대다수가 말수가 적고 소극적이어서 수업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다는 현실만으로도 자신이 3년 동안 공부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에 휩싸여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에 두려움을 갖고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학생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타까운 일도 발생해 극도로 마음의 문이 닫힌 학생들이 많았던 상황이었는데, 수업을 진행해 가면서 ‘DNA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필자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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