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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스승의 날 발행된 ‘교원문학’ 제2호엔 ‘사이코패스들’이란 다큐소설이 실려 있다. 방송의 다큐멘터리나 다큐영화가 친숙한데 비해 다큐소설은 꽤 낯선 용어다. 그런데 그 제목이 ‘사이코패스들’이다. 혹 눈치챈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이코패스들’은 조기 대선을 있게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까발린 글이다.

긴밀한 구성이나 묘사체 문장 등 소설적 요소가 충족되지 않아 다큐를 소설 앞에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00자 원고지 180장을 넘기는 분량이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한 사건의 전모는 나름 밝혀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것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재현된 느낌이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이 그것이다. ‘귓속말’은 3월 27일 시작, 5월 23일 17회로 종영했다. 비교적 높은 13.9%로 시작, 방송 내내 15%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0.3%로 나타났다. 법정드라마 등 장르물은 시청률이 높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뒤집은, 나름 흥행 성공작인 셈이다.

필자 역시 그것에 끌린 시청을 했다. 이미 보고 있던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맞물려 재방을 보다 제6회부터 본방사수로 돌아선 것. 드라마 초반 이런저런 신문의 ‘귓속말’ 보도가 한몫했다. ‘작정하고 만들었다…최순실 드라마의 탄생’, ‘귓속말, 우리 시대 악에 대한 냉철한 탐구’, ‘적폐 청산, 문제는 의지야’ 등이다.

‘귓속말’은 방산비리를 취재하던 기자의 살해장면으로 시작한다. 해직기자 신창호(강신일)가 살인자로 누명쓴 것을 그의 딸 신영주(이보영)와 판사 출신 변호사 이동준(이상윤)이 의기투합하여 벗겨낸다. 그 과정에서 로펌 태백 대표 최일환(김갑수)과 방산업체 보국산업 강유택(김홍파) 회장 등 권력의 민낯이 까발려진다.

마침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져 현직 대통령 파면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조기 실시된 정국이다. 드라마와 현실이 따로 놀지 않는 박진감을 자아낸 것은 그 덕분이라 해야 맞다. 정말 드라마처럼 그렇게 뼛속까지 부패한 사슬인지, 그 기득권 세력에 놀라면서도 숨가쁘게 전개되는 내용에 빨려들 수밖에 없다.

‘귓속말’의 최대 강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딴 생각없이 드라마에 푹 빠져들게 한 점이다. 그만큼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내용으로 몰입도를 높인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뻔한 권선징악일망정 법비 단죄에 통쾌해하고, 일정량 적폐 청산이 이루어진 듯하여 개운하기까지 한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비단 필자만은 아니리라.

그 지점에서 신영주보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이동준이다. 이동준은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다. 자신의 청부재판을 반성하고 진실과 사법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징역살이를 자청하는 이동준이기에 그렇다. 단 신영주와의 사랑을 통해 그런 변화로 이어진 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경찰 신영주의 변호사로의 전직 결말도 굳이 왜 그런건지 좀 의아스럽다.

‘귓속말’의 최대 약점은 너무 심한 말장난이다. 가령 아버지를 죽인 최일환을 대하는 강정일(권율)을 들 수 있다. 진짜 살인에 누명까지 씌운 강정일을 대하는 이동준이나 신영주, 그리고 최수연(박세영) 등 모든 주요 등장인물이 감정부터 앞서야 하는 사안에도 팔짱을 낀 채 말씨름으로 일관해 어리둥절하게 한다.

박진감 넘치는 사회현실 구현과 다르게 좀 황당한 면도 아쉽다. 예컨대 체포영장 집행하러 간 신영주가 이동준과 키스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16회 끝 부분의 그 장면을 17회 시작 화면에서 다시 내보내고 있다. 꼭 그렇게 드라마티를 내야 했는지…. 아들 출소일인데, 그냥 근무지에 있는 엄마(원미경) 모습도 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