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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눈이 부시도록 고운 햇살이 아지랑이 만발한 3월 하늘 위에 찬란히 내리고 있습니다. 풀 향기 향긋한 새봄에 유리어항에 잠겨있는 물빛처럼 맑고 투명한 3월의 봄 하늘, 그곳에서  꽃잎처럼 진한 그리움으로 선생님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제 저도 선생님과 같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보니 선생님의 그 큰 사랑과 정성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선생님께 이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유난히 말이 없고 내성적이어서 주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았던 아이였지요. 선생님께서는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못 싸오는 학생들에게 빵을 사서 나눠주시기도 했고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저희들과 함께 공을 차시거나 오징어 놀이도 했지요. 당시 아이들은 상수리 같이 잘도 굴러  다닌다고 ‘상수리 선생님’이라는 별명도 붙였답니다. 

“야, 저기 상수리 떴다.”

이구동성으로 외칠라치면 “상수리하고 축구시합 한번 해볼까?”농담을 하시며 저희들의 무례한 행동에 개의치 않으셨지요. 국어 시간에는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슬리퍼로 교실 바닥을 “쾅” 구르면 깜짝 놀라서 엉엉 울기도 했었고 어떤 아이들은 며칠간 혼자 화장실을 못 갔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답니다. 아이들이“선생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주문을 하면 그때 선생님께 배운 귀신 이야기를 가끔 써먹지만 요즘 아이들은 당시의 저희들만큼 놀라거나 감동하지 않는 것 같아 선생님의 이야기 솜씨를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나봅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입학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졸업식 날 우등상으로 사전이나 공책대신 흰 봉투 한 장을 주셨지요.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가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선생님을 생각해본답니다. 교사란 무엇인가? 가르친다는 것의 보람은 무엇일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초임 발령 당시에는 온갖 말썽을 일으키며 방황을 했습니다. 그럴 때 제일 먼저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의 이런 모습을 선생님이 보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다행스럽게도 같은 학교에 '페스탈로찌' 라고 불리는 선생님께서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면서 수많은 권면과 지도조언을 해주셨답니다. 요즈음 그 동안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하는 의미에서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숙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수 3번, 합죽이가 됩시다, 손 허리 하세요” 등 주의 집중을 위한 온갖 방법들을 동원해 4교시가 끝나면 목이 쉬어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하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여러 가지 교육여건이 훨씬 열악했을텐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늘 아빠 같고 삼촌 같은 부드럽고 편한 모습으로 오늘도 때로는 구름도 주고 때로는 밝은 햇볕, 맑은 바람을 주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될 것을 선생님께 조용히 다짐해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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