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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사이코패스 재벌 응징한 후련함, '피고인'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검찰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았다. 글쎄, 탄핵까지 당한 처지에 뭐 잘한 게 있다고 자택 앞 지지자들을 보며 웃는 건지 자세히 알 수야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불려나간 3월 21일은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18부작으로 종영된 날이란 점이다.

언뜻 엉뚱한 글의 문 열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23일 시작한 ‘피고인’의 높은 시청률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무관치 않아서다. ‘피고인’은 첫 방송에서 1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보인 이래 7회 만에 20% 대를 돌파했다. 최종회는 28.3%, 평균 시청률 21.7%의 대박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오히려 30%를 돌파하지 못한 채 끝난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지만, 당초 16작보다 2회가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 사실 미니시리즈는 16⋅20⋅24부작 등으로 방송해왔기에 이례적인 경우의 18부작이랄 수 있다. 그것이 높은 시청률 때문이라면 고무줄 편성 따위 푸념만 늘어놓을 일은 아니지 싶긴 하다.

‘피고인’은 "제작비는 많이 드는데 PPL(간접광고)은 안 되고, 해외판매도 신통찮다"고 홀대받던 장르드라마다. 그 장르드라마가 대박을 쳤으니 작가를 비롯한 관계자들 기쁨이야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터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시간 기다리며 드라마를 지켜보았을 무릇 시청자들에게도 그 기쁨은 공유될 수밖에 없다.

특히 친남매로 알려진 최수진⋅최창환 작가의 기쁨이 그 누구보다도 더 클 법하다. 2015년 ‘SBS극본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수상후 드라마로 처음 제작된 입봉작이 대박을 쳤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물론 시청자들의 기쁨은 다른 데 있다. 사이코패스 재벌을 응징한 후련함 바로 그것이다.

‘피고인’은 정의로운 검사 박정우(지성)가 사이코패스 재벌 차민호(엄기준)를 법정에 세워 응징하는 이야기다. 살인 등 상상조차 안 되는 악행을 연이어 저지른 차민호를 추적하다 오히려 그에 의해 아내 지수(손여은)와 딸 하연(신린아)을 죽인 살인범이 된 검사의 이야기 그 자체가 흥미를 끈다. 사이코패스 재벌 가해자에 계속 진실이 은폐되고 정의가 외로운 박근혜 탄핵정국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물론 현실속 재벌이 다른 나쁜 짓은 많이 할망정 드라마에서처럼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수없이 나타난 사이코패스들이 재벌가에 미만(彌滿)해 있을지 모르겠지만, 차민호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감은 확실하고도 커보인다.

형을 죽이고, 그 범행을 감추려 현직검사의 아내를 죽이고, 다시 형의 내연녀 등을 죽이는 희대의 악마 차민호, 그런 역대급 사이코패스를 박정우 검사가 응징하니 얼마나 후련한 한방이겠는가. 아마 그냥 평범한 사이코패스라면 덜 후련했을지도 모른다. “다들 받는 돈이 얼만데 그것 하나 못막냐” 호통치며 수시로 분노하는 사이코패스 재벌이기에 후련한 것이다.

가령 15회(3월 13일)에서 신철식(조재윤)이 박정우차량 들이받으려는 덤프트럭을 요리조리 가로막는 장면이 너무 후련한 재미를 준다. 그런 후련함은 ‘교도소 드라마’인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미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그 위력을 떨친 바 있듯 교도소내 죄수들의 감방과 운동장 등에서의 티격태격은 또 다른 깨알재미를 준다.

기결수들까지 ‘장발’인 머리 모양의 어색함만 빼고나면 교정공무원들 비리의 요지경까지 생생리포트로 다가올 지경이다. 또 후련함은 입만 벌리면 법과 원칙을 외쳐대지만 그런게 없는 현실과 다르게 정의로운 검사를 구현한데서도 다가온다. 그 점은 15년 친구인 박정우와 강준혁(오창석) 검사 대비를 통해 선명하게 부각된다.

범인으로부터 아내가 살해되기까지 하는 등 박정우가 겪는 공포도 친박단체들의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위협과 겹쳐져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단, 그런 것은 두어 가지 눈감아주거나 모른 체해야 가능한 일이다. 말 안 되는 설정이나 장면이 그것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아쉬움은 탈옥이다.

‘피고인’뿐 아니다. 드라마나 ‘조작된 도시’ 같은 영화 등 대중문화가 감옥 나아가 탈옥을 너무 만만하게 그려내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진실이 가려지고 정의가 죽은 우리 사회라는 반증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재미있게만 볼 수 없는 탈옥하기이다. 현실적으로 탈옥이 밥먹듯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출소 후 모임이라든가 심지어 교도소에 의사로 부임했던 김선화(서정연)와 전과자중 한 명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등 죄수들에 대해서도 너무 온정적으로 그려져 의아스럽다. 아무리 박정우 검사의 정의 구현과 진실 밝히기에 일조(一助)한 그들일지라도 그건 아니지 싶다.

아, 그렇다고 오해없기 바란다. 죄수들을 폄하하자는게 아니라 전과자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한 지적이니까. 박정우 등이 탈옥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기존 멤버 2명만 다정하게 있는 감방 모습도 현실 호도라 할 수 있다. 뭔 죄수가 그리도 많은지 감방마다 신입은 금방 채워지는 것이 필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교정(矯正)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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