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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각자의 빛 찾아주세요

겨우 10살인 아이들…모든 것을 잘 할 순 없어
재능 찾고 키워주며 기다릴 줄 아는 교사 되길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물 왕국에 새 명문 학교가 생겼죠. 달리기와 나무타기, 수영, 하늘 날기 등을 골고루 가르치는 게 자랑이었습니다. 오리는 수영을 잘했지만 학교에서는 달리기 수업을 받으면 지적‧ 정서적으로 좋다고 했습니다. 오리 부모는 수영에 재능을 지녔으니 다른 과목까지 배우면 더 뛰어난 학생이 될 것이라 기대했죠. 그러나 며칠 안 돼 선생님은 그가 달리기를 전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오리 엄마와 상담을 했고 엄마는 그날로 과외선생님을 구해 날마다 운동장에서 달리기 수업을 시켰어요. 결국 오리는 너무 많이 달린 나머지 발이 흙에 마모돼 수영에도 적당치 않은 발을 갖게 됐죠. 학기말 시험에서는 가까스로 수영과목에서 평균점을 받았어요. 다행히 학교에서는 어느 과목이든 보통만 넘으면 됐죠.
 
한편 토끼는 달리기를 제일 잘했어요.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수영을 잘하려고 과외에 시달리다가 신경쇠약에 걸리고 말았죠. 나무 기어오르기에 특출한 재능을 가진 다람쥐는 참새처럼 하늘 날기 연습에 매달리다가 지친 나머지 기어오르기조차 간신히 통과했고요. 학기가 끝나고 우등상은 어느 과목이든 그럭저럭 잘했던 뱀장어가 받았답니다.
 
우리들과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올림픽경기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2등을 한 우리나라 선수들은 대부분 운다는 거죠. 1등이 아니면 꼴찌 취급을 받는 나라의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반에서든 학교에서든 1등 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아이들을 모든 과목을 다 잘해 우등상을 탄 만능 뱀장어처럼 만들기 위해 무작정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작년 3학년 담임을 맡았었죠. 우리 반 26명 아이들의 재능과 흥미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는 준범이, 줄넘기를 잘하는 준석이, 그림을 잘 그리는 소율이, 늘 밝은 얼굴로 선생님의 맘을 살피는 소연이, 힘이 세서 교실 내 어려운 일을 잘 해결해 주는 하율이, 든든한 반장 찬민이, 춤추는 모습이 예쁜 은서, 공기를 잘하는 주성이, 엉뚱해서 늘 우리 반을 웃게 하는 승우 등 모두 각자의 향기를 내뿜었죠.
 
그런데 이 아이들이 성적이라는 틀 안에서 힘들어 해요. 달리기 잘하는 준범이가 그림 잘 그리는 소율이를 따라 가느라 힘들고, 묵묵히 우리 반 기둥역할을 하는 찬민이는 수학을 못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아이들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고 자신감조차 없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누구도 모든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두루 통달할 수는 없어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잘하라고 엄청난 압력을 가하죠. 국‧영‧수에 운동과 그림까지…. 어떤 아이도 이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제 3학년, 초등생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10살이 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성격도 좋다면 그건 이미 아이가 아니고 괴물일 거예요. 10살! 서툴러도 좋은 나이라는 진실을 인정하세요. 그래서 수영 잘하는 오리를 달리기 시키느라, 달리기 잘하는 토끼를 수영 과외 시키느라 그들의 재능과 시간과 열정을 빼앗는 오류를 범하지는 맙시다.
 
교육심리학자 알피콘은 ‘자녀교육에 사랑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부모가 준 사랑이 아닌 아이가 받은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아이가 실수하거나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받아 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아이를 믿고 진정한 관계 맺기를 통해 각자의 재능을 살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빛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고 아이들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릴 줄 아는 교사가 됩시다. 그래서 수영을 잘하는 오리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토끼가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치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이 녀석 정말 힘들다. 학교에 제일 먼저 와서 책상 위를 붕붕 날아다닌다. 녀석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니 늘 난장판이 된다.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나 수학책 안 가져왔다” 자랑하고 빙글빙글 웃기까지 하기에 결국 폭발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날 빤히 쳐다보더니 주르륵 우는 게 아닌가. 아이의 소리 없는 눈물은 너무 아프다. 
 
또 한 녀석, 눈매도 날카로운 것이 3월 한기가 남아있는 날씨에도 맨발로 등교한다. 키도 몸집도 작은데 힘은 얼마나 센지 하루에 한 명은 꼭 피를 본다. 거기에다 입만 열면 나오는 게 육두문자. 3학년이나 됐지만 아직 책도 제대로 못 읽는다. 협박도 회유도 안통하고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반응이 나를 무기력하게 한다.


 
교육복지투자지역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이외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8년차 나름 베테랑 교사라고 자부하던 저도 결국 6월 말 경 귀가 안 들렸어요. 병원에 가니 돌발성 난청이 왔다고 합니다. 극도의 소음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아이들을 자세히, 오래 보다 보니 다 사연이 있었어요.  
 
키가 멀대 같이 크고 비쩍 마른 정훈(가명)이는 7살, 6살 남동생과 그리고 4살 여동생이 있는 집의 맏형입니다. 지난해 아버지의 암 발병으로 간병인조차 쓸 수 없는 가정형편 탓에 엄마가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죠. 아이는 동생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밥을 챙겨주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키만 컸지 마음은 여린 정훈이는 장난 같은 말로 친구들을 웃기면서, 선생님 꾸중에도 실실 웃는 것으로 자신의 힘겨운 마음을 표현했던 거예요. 
 
우진(가명)이는 엄마가 4살 때 가출했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빠, 5살 동생과 살고 있어요. 이 녀석도 아침에 5살 동생을 챙겨 유치원에 보내죠. 방과 후에 동생과 저녁을 먹고 자다보면 아빠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작은 설문지 하나조차 못 갖고 오는 게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보니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어요.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가 없고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문제 행동을 할 때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몸짓인거죠. 아이들이 왜 저러는지 자세히 보면 보인답니다.
 
문제는 늘 어른이었어요. 스스로 문제아가 되는 아이는 없어요. 문제를 가진 아이로 만드는 문제 부모, 문제교사, 문제학교, 문제사회가 있을 뿐이죠. 잘못했다고 꾸짖기보다 옆에서 “할 수 있다, 도와주겠다,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는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만 있다면 아이들이 막무가내 문제아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