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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민예총 등을 주축으로 한 문화예술인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것도 서울시⋅세종시⋅나주시에서 일제히 열었다. 알다시피 세종시엔 문화체육관광부, 나주시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필자 기억으론 3곳서 일제히 열린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은 지금껏 없지 싶다.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에서 “탄압을 현장에서 몸소 겪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인들은 릴레이 성명과 기고를 이어가는 한편 예술검열반대 2차 만민공동회 개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주민예총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일반시민 자격으로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블랙리스트를 우리 말로 하면 ‘학살 예비자 명단’이다. 학살 예비자 명단을 만든 나라는 구라파에서 히틀러, 동양에서 일본제국주의, 한국에서 박정희⋅전두환밖에는 없다”(한국일보, 2016.10.19.)고 소리를 높였다.

그렇다. 어감마저 그리 좋지 않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블랙리스트 망령이 이 민주주의 대명천지에 떠돌고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예컨대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식을 50여 일 앞둔 2013년 1월 8일 “방송가에 어른거리는 블랙리스트 망령”이란 제목의 신문사설(한겨레)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인즉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배우 김여진이 방송사 2곳으로부터 출연금지 당한 사실에 대한 개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 해 9월 “정부, 문학창작심사 개입 ‘유신 검열’ 되살아나나”라는 제목의 신문기사(한겨레, 2015.9.11.)도 있었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과 ‘창작산실육성지원’ 연극부문 선정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개입해 특정작가 배제를 요구했다. 희곡 분야에서 100점을 받아 1순위인데도 탈락한 ‘특정작가’ 이윤택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 보도가 있은지 딱 1주일 후 블랙리스트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공식 제기되었다. 그리고 1년이 흐른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실체가 드러났다.

청와대가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 보냈다는 블랙리스트에는 9473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이 들어 있다. 먼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때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다. 또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2015년 5월 세월호 정부시행령 폐기촉구선언에 서명한 594명 등 총 9473명이다.

언론에 공개된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들을 시시콜콜 읽어보니 한마디로 참 쪼잔한 정권이란 생각이 든다. 또 그런 생각이 이내 떠나지 않는다. 틈만 나면 문화융성을 외쳐대면서 그렇듯 다른 한쪽을 콕 찍어 배제하니 놀랍고 두렵기도 하다. 그렇다면 ‘용비어천가식’ 일색의 문화예술만 융성시키자는 것인가?

4가지가 다 그렇지만, 특히 대통령선거 경쟁자에 대한 지지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 삼은 것은 진짜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식이라면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48%의 1469만 2632명 국민에 대한 포용이나 화합은커녕 반감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다시 생각해도 참 쪼잔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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