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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數)를 나타내는 우리말

흔히 우리말은 수 표현이 발달하지 않은 언어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말은 매우 복잡한 형태로 수 표현이 발달한 언어이다. 우리말의 수 표현의 영역이 매우 넓다는 사실을 실제 수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구체적인 용법으로부터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도록 하자.

고유어와 한자어가 혼용된 수의 표현
어떤 언어에서나 수(數)를 나타내는 독특한 언어 형식이 발달해 있기 마련이다. 우리말에는 ‘하나, 둘, 셋, 넷,…’의 고유어 수 표현과 ‘일, 이, 삼, 사,…’의 한자어 수 표현이 거의 대등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 사용 양상이 정확하게 정리돼 있지 못하다. 최근에는 영어식 수 표현인 ‘원, 투, 쓰리, 포,…’ 형식도 꽤 들어와서 우리말 수 표현이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수를 나타내는 말을 흔히 수사(數詞)라고 하는데 수사는 기본적으로 셀 수 있는 명사의 수적 묶음을 대신 나타내는 일종의 대명사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말 수의 표현은 흔히 ‘사과 + 사과 = 사과 둘’, ‘사과 + 사과 + 사과 = 사과 셋’과 같은 형식으로 나타나서 ‘사과’ 등의 ‘묶음’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때 우리말 수 표현 ‘둘, 셋’ 등은 항상 ‘사과’ 등의 명사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의존명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수사가 대명사적 성격을 띠고 있든, 의존명사적 성격을 띠고 있든 그 각각은 하나의 고유한 개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큰 수나 작은 수를 나타내더라도 수 표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로 처리돼야 한다.
이렇게 수를 나타내는 우리말 단어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을 기본 수로 하고 여기에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을 10단위 수로 해 사용된다.
본래 우리말에는 100단위의 수를 가리키는 ‘온’과 1000단위 수를 가리키는 ‘즈믄’과 같은 수 표현이 있었지만 현재는 100단위 수와 1000단위 수를 가리키는 우리말 고유어는 각각 한자어 계열의 ‘백(百)’과 ‘천(千)’에 자리를 뺏기어, 우리말로 수를 나타내는 일은 ‘하나’에서 ‘아흔아홉’까지만 가능하다. 그 다음부터는 ‘백일(百一)’과 같은 한자어 계열 수 표현이나 ‘백하나(百--)’와 같이 한자어 계열과 우리말 계열이 뒤섞인 방식으로 수를 표현하고 있다.

기본수와 단위수만을 국어사전에 등재
어쨌든, 한자어이든 고유어이든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수는 자연수이든 소수점 이하의 수이든 셀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단어의 자격을 갖는다. 즉 ‘하나(1), 둘(2), 셋(3), …’ 뿐 아니라 ‘열하나(11), 열둘(12), …’, ‘백하나(101), 백둘(102), …’, ‘천하나(1001), 천둘(1002), …’, ‘만하나(10001), 만둘(10002)’과 ‘영점일(0.1), 영점이(0.2), 영점일일(0.11), 영점일공일(0.101) 등이 모두 하나의 단어이므로 수사(數詞)만 하더라도 이미 우리말에는 무한대의 단어가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을 모두 국어사전에 등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어사전에는 앞에서 말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의 고유어 기본 수와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의 고유어 10단위, ‘일(一), 이(二), 삼(三), 사(四), 오(五), 육(六), 칠(七), 팔(八), 구(九)’의 한자어 기본 수와 ‘십(十), 이십(二十), 삼십(三十), 사십(四十), 오십(五十), 육십(六十), 칠십(七十), 팔십(八十), 구십(九十)’ 등의 한자어 10단위, ‘백(百), 천(千), 만(萬), 억(億), 조(兆)’ 등의 단위 수만을 국어사전에 등재해 두었다.

서수사의 활용과 국어사전의 등재
수를 단순히 세는 단위가 아니라 서열을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하게 되면 서수사(序數詞)라는 특별한 수 표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여기에도 ‘첫째, 둘째, 셋째, … 열째, 열한째, … 아흔아홉째’까지의 고유어 계열 수사와 ‘제일(第一), 제이(第二), 제삼(第三), … ’의 한자어 계열 수사가 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가운데 고유어 계열은 ‘첫째’에서 ‘열두째’까지와 ‘스무째’만을 등재하고 있고 한자어 계열은 ‘제일(第一)’만을 등재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열세째’나 ‘서른째’, ‘제이십’이나 ‘제백’ 등도 국어사전에 등재되지만 않았을 뿐, 엄연한 우리말 수사에 포함되는 단어들이다.
우리말 서수사들은 서열을 나타내는 특수성 덕분에 일정한 서열의 사람이나 일정한 순서의 사건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의 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첫째, 둘째’ 등은 ‘우리집 첫째, 우리집 둘째’라고 할 때는 ‘맏이’ 혹은 ‘둘째 아들/딸’의 의미로 사용되고 ‘첫째, 이것은…’, ‘둘째, 이것은…’과 같은 용법에서는 ‘맨 처음’ 혹은 ‘두 번째’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서 일반 명사의 용법을 지니기도 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러한 용법의 단어가 ‘첫째, 둘째, 셋째, …’로부터 ‘열째’까지와 ‘열둘째’만 등재돼 있다.
한자어에서는 이러한 용법은 없고 다만 간혹 불교에서 ‘만물(萬物)’을 가리킬 때 쓰는 ‘삼천(三千)’이나 막연히 많은 수를 가리킬 때 쓰는 ‘오만(五萬)’ 같은 수 표현이 단어로 등재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수사가 특수하게 명사화한 것이어서 일반적인 수사와는 다른 일반명사의 예들이다.

‘이십일’, ‘삼십일’ 등도 한 단어의 자격 갖춰
우리말에서 이와 같이 수 표현이 일반명사화한 것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표현이나 동물의 나이를 나타내는 표현 등이 대표적이다.
날짜를 나타내는 고유어 표현에는 ‘하루(=하룻날=초하룻날), 이틀(=이튿날=초이튿날), 사흘(=사흗날=초사흗날), 나흘(=나흗날=초나흗날), 닷새(=닷샛날=초닷샛날), 엿새(=엿샛날=초엿샛날), 이레(=이렛날=초이렛날), 여드레(=여드렛날=초여드렛날), 아흐레(=아흐렛날=초아흐렛날), 열흘(=열흘날)’과 ‘보름(=보름날), 스무날, 그믐(=그믐날)’이 있다.
이들은 각각 ‘일일(一日), 이일(二日), 삼일(三日), 사일(四日), 오일(五日), 육일(六日), 칠일(七日), 팔일(八日), 구일(九日), 십일(十日)’과 ‘망일(望日), 이십일(二十日), 회일(晦日)’ 등에 해당하는 데 ‘이십일(二十日)’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일일(一日), 이일(二日), …’ 등과 ‘이십일(二十日)’은 단어의 자격상의 차이가 없다. 결국 ‘일일(一日), 이일(二日)’이 단어로 인정된 상황에서 ‘이십일(二十日)’이나 ‘삽십일(三十日)’도 모두 단어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스무아흐레’와 달리 ‘서른아흐레’는 단어 성립 안돼
이러한 논리를 확장하면 고유어 계열의 ‘열하루(11일), 열이틀(12일), 열사흘(13일), 열나흘(14일), 열닷새(15일), 열엿새(16일), 열이레(17일), 열여드레(18일), 열아흐레(19일), 스무하루(21일), 스무이틀(22일), 스무사흘(23일), 스무나흘(24일), 스무닷새(25일), 스무엿새(26일), 스무이레(27일), 스무여드레(28일), 스무아흐레(29일)’ 등의 날짜 표현이 모두 하나의 단어로 인정돼야 하고 마땅히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어야 한다.
만약 위의 단어들을 ‘열 하루, 열 이틀, 열 사흘, 열 나흘, 열 닷새, 열 엿새, 열 이레, 열 여드레, 열 아흐레, 스무 하루, 스무 이틀, 스무 사흘, 스무 나흘, 스무 닷새, 스무 엿새, 스무 이레, 스무 여드레, 스무 아흐레’과 같이 구의 구성으로 본다면 이로부터 확장된 ‘열하룻날, 열이튿날, …’과 ‘스무하룻날, 스무이튿날, …’ 등도 모두 ‘열 하룻날, 열 이튿날, …’이나 ‘스무 하룻날, 스무 이튿날, …’처럼 띄어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단어들이 ‘열 [하룻날]’이 아니라 ‘[열하루]의 날’과 같은 구성을 가진 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구의 구성으로 보기 어렵다. 즉 ‘열하루, 열하룻날, …’, ‘스무하루, 스무하룻날 …’ 등을 모두 별개의 합성어, 즉 단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날짜를 가리키는 말이 “정월 스무아흐레에 만나자”나 “1월 29일에 만나자”와 같은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정월 서른아흐레에 만나자”든지 “1월 39일에 만나자”와 같은 표현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은 ‘스무아흐레, 29일’ 등이 ‘서른아흐레, 39일’ 등과 달리 단어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잘 말해 준다. 우리말에서 ‘서른아흐레’라는 단어는 성립하지 않으며 ‘39일’은 ‘39일간’과 같이 일정한 기간을 가리키는 구 단위의 수 표현으로 이해할 때만 올바른 용법인 것이다.
해를 가리키는 특수한 표현으로 ‘두 해’라는 뜻의 ‘이태’가 있는데 ‘이틀’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러나 ‘한 해’나 ‘세 해’, ‘네 해’ 등을 가리키는 단어는 따로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해를 가리키는 이러한 특수한 표현은 예외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가축의 나이를 가리키는 특수한 수의 표현
그밖에 소나 말 따위 가축의 나이를 가리킬 때는 ‘하릅(한 살), 이릅/두습(두 살), 사릅(세 살), 나릅(네 살), 다습(다섯 살), 여습(여섯 살), 이롭(일곱 살), 여듭(여덟 살), 구릅(아홉 살)’ 등을 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의 ‘하룻강아지’가 실제로는 ‘하루 된 강아지’가 아니라 ‘한 살짜리 강아지’라는 뜻의 ‘하릅강아지’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하룻강아지’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강아지’라는 뜻을 획득한 것으로 보아 이미 의미가 분화된 다른 단어로 인정돼 있다.
이상에서 우리말 수 표현의 단어들에 대해서 개략적인 소개를 했다. 흔히 우리말은 수 표현이 발달하지 않은 언어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말은 매우 복잡한 형태로 수 표현이 발달한 언어이다.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최근에 새롭게 유입되는 영어식 외래 수 표현까지를 포함하여 우리말의 수 표현의 영역이 매우 넓다는 사실을 실제 수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그 단어들의 구체적인 용법으로부터 하나하나 확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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