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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친일 인명사전 구입 반대 교장 소환, 서울시의회의 적반하장 일탈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 583개교에「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도록 단위 학교에 공문을 시달한 이후 2월말 기준 32개교가 「친일인명사전」구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이번 임시회 회기 종료 시한인 이달 9일 전까지 교육위원회에 친일인명사전을 미구입한 학교 중·고교 교장들의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난잡한 논쟁과 상황의 아수라장 속에서 학부모단체가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의결한 서울시의회와 교내 도서관 비치를 지시한 서울시교육청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혀 향후 긴 법정 다툼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상황이 꼬일대로 꼬일 우려가 큰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등 많은 학교가 정당한 의견수렴을 거쳐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유보하거나 구입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권력의 힘으로 미구입한 학교장을 소환, 징계 운운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 침해와 교육의 정치예속화를 노골화한 것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내외적으로 시의회가 도서 구입과 관련해 학교장을 소환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뿐더러 이를 이유로 징계까지 운운하는 것은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등 각종 법령에 규정한 교원의 신분 보장과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을 무시하고 정치권력으로 신성한 학교 교육권을 억누르려는 잘못된 처사다. 

  현행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학교는 도서구입에 있어 도서 구입 전 일주일간 공포하고,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반대할 경우 교육청 지침을 따르려면 학교장은 법을 위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학교장에게 억지로 불법을 저지르라는 비합리적 논리인 것이다.
  현행 학교의 도서 구입 구조는 절대로 학교장이 마음대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와 학교도서선정위원회에서 면밀하게 분석하여 구입을 품의하고, 절차를 거쳐서 학교장 결재로 구매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 비교육적 도서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특히 교육 관할권도 없고 상부 행정청도 아닌 시의회에서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발상 그 자체가 가소로운 일이다.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소환에 응한다면 향후 이와 유상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장을 ‘오라 가라’하면서 소위 망신을 줄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비교육적 처사다. 

  이미 논란과 쟁점이 된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하여 학교장이 고심 끝에 학교 내 논의와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 사항을 시의회가 학교장 소환과 징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교육감과 이념과 코드가 다른 성향을 가진 관계였다해도 이와 같은 학교장 소환 운운하겠는가? 이와 같은 서울시의회의 일탈은 교육적인 방법의 접근이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 행위를 통해 교육을 정치권력으로 억압하는 비민주적 행위로 정치권력이 신성한 교육권 위에 군림하겠다는 잘못된 행정행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한 헌법 및‘교원의 신분 보장’명시한 교육기본법, 교원지위법 등 각종 법령 위배되는 행위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공정한 학교 경영권을 행사한 학교장 소환 방침을 조속히 철회하고 시민들과 학교장 및 교육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것만이 만시지탄이지만, 그동안의 잘못된 의정행위에 대한 진솔한 자성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해당 학교장을 소환하는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학교와 학교장의 결정을 존중하길 기대한다. 만일   서울시의회가 해당 학교장의 정당한 학교 경영 행정에 대해 강제소환과 징계를 현실적으로 강행한다면 그 이후에 발생할 모든 책임은 서울시의회에 귀책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끝까지 일탈에 대해서 바로잡지 않고 건전한 조언과 호소를 묵과한다면 전 교육계 인사들은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끝까지 투쟁해야 할 것이다. 잘못되게 단추를 꿰었을 때 이를 인지하면 곧 바로 바로 단추를 꿰는 것이 이 시대 건전한 의회상이고 비방의원들의 의정 자세라는 점도 유념하길 바란다. 분명히 이번 친일인명사전 의무 구입 명령은 서울교육청과 서울시의회의 명백한 비합리적 행정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일선 학교장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야말로 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인 것이다. 잘못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좋지 못한 태도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 즈음하여 결자해지 차원에서 서울시의회의 자성과 근심, 그리고 바람직하고 어른스러운 의원상 제고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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