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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한국사 교과서 국・검정 체제 결정에 부쳐

최근 다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가 다음 달 내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정 교과서로 전환되면 2015 개정 교과서가 적용되는 2018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檢定)으로 할지 국정(國定)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오는 9월 확정할 계획이다. 현행 교과서 편찬 규정상 교과서는 국정 교과서, 검정 교과서, 인정 교과서 등 세 종류로 구분된다.

검정 교과서는 교육부 고시에 따라 출판사들이 필진을 지정해 교과서를 집필하고 교육부 검정을 받는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학교 역사 교과서 9종이 검정 체제다. 검정 체제에서는 학교마다 배우는 교과서가 다를 수 있다.

반면 국정교과서 체제에서는 정부, 즉 교육부가 교과서 집필진을 선정해 교과서를 만들고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하나의 교과서로 배운다. 인정 교과서는 집필자가 교과서를 집필하여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일선 학교에 채택 여부를 맡기는 체제이다. 
 
교육부는 공청회와 교육과정심의회를 거쳐 금년 9월 중 교과서 발행 체제를 결정한다. 만약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전환되면 오는 2018학년도부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바뀐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는 원래 1974년부터 2001년까지 일원화 국정체제로 운영되다가, 2002년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한국근현대사가 신설되면서 국사는 국정, 한국근현대사는 검정 체제로 이원화돼 운영됐다. 이후 2011년부터 국정 국사 교과서와 검정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한국사로 합쳐지면서 검정 교과서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9~10월 학부모·교사·일반인 등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6%는 국정체제를, 48.1%는 검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는 56.2%, 일반인 52.4%로 국정 교과서 찬성 비율이 높았다. 반면 교사들의 경우 검정 교과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6.3%로 우세했다.

전반적으로 현재 여론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가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현재 검정 교과서로 저자와 출판사마다 서로 다른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대해, 역사학계와 교육 현장에서는 "학설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들 혼란만 부추긴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실제 현행 한국사 교과서 17종에는 고대부터 현대사에 걸쳐 약 30건의 역사적 사실이 교과서별로 다르게 게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수능 등 각종 평가에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사실 중·고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 중 적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저자별, 출판사별로 제각각 기술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는 현재 고교 2학년생이 내년에 치르는 대입 수능부터 필수과목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골격이 불변인데 지엽적인 문제가 교과서별로 다르다고 하여 큰 문제는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으나, 이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에서 교과서의 중요성을 간과한 무책임한 이야기다. 가령, 현행 검정 교과서에는 한반도 구석기시대 시작 시기를 '기원전 100만년 전'부터 '기원전 30만년 전'까지 다양하게 기술했다. 청동기 시작도 기원 전 2000년, 기원 전 1000년 등 제각각인 실정이다.
 
또 영화 '국제시장' 에서 묘사된 흥남 철수 작전 개시 시점도 12월 5일, 12월 9일, 12월 10일 등 중구난방이다. 맥아더 사령관이 철수 명령을 내린 날짜냐, 실제 해상 철수를 시작한 날짜냐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여러 위인들이 생활하던 시대 구분에도 다수 상치 내용이 나타나 있다. 현재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9종, 고교는 8종에 이르는데 저자별, 출판사별로 같은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기술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교과서가 성전(聖典)이 아니므로 교과서별로 서술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검정 기준만 통과했다면 출판사가 다양한 학설을 반영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어떤 사료를 근거로 삼느냐에 따라 교과서마다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고대사든 현대사든 논란거리에 대해 교사가 충분히 설명을 하면 오히려 학생들의 사고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입장 이 있고, 더 나아가 "여러 학설이 있는 역사적 사실의 경우 한 가지로만 가르치면 학생들이 이를 공인된 사실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는 입장과 "오류가 있는 일부 교과서는 검토 절차를 강화해 보완해나가면 된다"는 입장도 상존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학습 자료이자 매체인 교과서의 오류로 인해서 학생들이 수능 준비, 비균형적 역사 감각 터득 우려 등을 타개할 대안을 완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실 학생들이 어떤 교과서로 배우느냐에 따라 역사 인식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역사 인식의 정립이 덜 된 학생들에게는 더욱 더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특히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치러야 하는 현 고2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이 더 혼란스럽다. 교과서마다 내용이 다르면 수능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겠고, 한국사에 너무 시간을 많이 쏟게 돼 불안해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교과서에 공통으로 나오지 않는 부분은 공부하지 않는 절름발이 역사 교육이 될 우려도 농후하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해 전문가 회의를 열어 정리한 뒤에 관련 학회에 검토 작업을 맡길 예정이다.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공청회’를 통해 나온 내용을 종합해 좀 더 구체화·상세화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현행 검정 체제 유지 중의 택일 문제는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즉 국정의 안정성과 검정의 다양성의 충실히 보장하여 그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가 그 동안 오랫동안 국정 교과서로 유지돼 오다가 현행처럼 검정 교과서 체제로 바꾼 이유도 충분히 있다. 또 현행 검정 체제로 인한 학생들의 혼란과 역사적 정체성 혼란의 문제점도 충분히 고려하여 적정한 집필 체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정 전환이든지, 검정 유지든지 일장일단은 있다. 다만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전문가, 교육행정가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하게 수렴하여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편찬 체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절대 한국사 교과서의 국검정 체제 결정은 감정적, 근시안적 접근은 금물이며 국민적 숙고와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과거의 국가주의적 국정 체제로의 회귀로 금물이지만, 현행 이념적 검정 체제로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가치고 교화(敎化)시키는 교육적 죄를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환언하면 검정의 폐해가 심각하니 무조건 국정 전환이라는 시각보다는 우리 현실에서 보다 적정한 대안은 없는지를 모색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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