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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땅콩리턴 재벌 3세 이야기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대한항공 항공기가 다시 탑승구로 되돌아갔다. 사무장 박창진 씨가 비행기에서 급히 내렸다. 비행기의 1등석에 탑승해 있던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시였다. 조 부사장은 한 여승무원의 ‘땅콩’ 등 견과류를 내놓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서비스 책임을 물어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것이다. 이 사건을 ‘땅콩 회항 사건’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조 전 부사장의 공소장에는 회항 당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전말이 있다. 0시37분 조 전 부사장 1등석에 탑승, 0시43분 승무원이 견과류 봉지 채 쟁반에 받쳐 줌, 승무원에게 매뉴얼 가져오라고 함, 박창진 사무장이 매뉴얼이 담긴 태블릿 PC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 격분, 견과류를 서비스한 여승무원에게 ‘그X’이라고 표현, 이 승무원과 박 사무장에게 무릎을 꿇게 함. 조 전 부사장 ‘비행기 세워.’라고 명령, 박 사무장은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세울 수 없습니다.’ 만류. 조 전 부사장 ‘상관없어.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얻다 대고 말대꾸야.’ ‘당신 잘못이야. 네가 내려.’ 박 사무장을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임.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나고 사흘 뒤인 12월8일 소식은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현아 부사장의 항공기를 되돌린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항공기를 돌리는 일은 비행기 안전 운행과 관련하여 있을 수 없으며 심각한 기계 결함, 납치, 테러 등 비상시나 일어나는 짓을 저지른 한 항공의 부사장 행동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를 되돌린 ‘땅콩 화항 사건’을 조사키로 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물론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린 박창진 사무장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해당 항공은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지만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부사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조 부사장은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을 기내 서비스 총괄업무라는 직위만 사직하고 부사장 직함은 유지시켰다. 그러자 ‘무늬만 퇴진’이라는 항의와 비판이 일자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직도 물러나게 되었다.

이튿날 참여연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항공법· 항공보안법 위반, 직권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한항공 내부 고발자 진술을 바탕으로 조 부사장이 고함과 함께 욕설을 했고 항공기 회항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항공 측이 박창진 사무장을 반 감금하고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12월11일 국토부는 다시 조 전 부사장을 조사했다. 검찰도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마침내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식 교육 잘못한 내 탓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한편 박창진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으며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12월13일 검찰은 사건 당시 항공기 1등석 승객 박 모 씨에게 당시 상황을 듣기 위해 그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박 씨도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고성을 지르며 내릴 것을 강요했으며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진술했다.

12월16일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 결정했다.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박창진 사무장의 국토부 조사 당시 19분간 대한항공 객실 담당 여모 상무를 동석시킨 것으로 밝혀져 국토부의 봐주기 조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로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앞둔 박창진 사무장에게 ‘(국토부가) 무슨 정부기관이냐? 다 여기 우리 대한항공에 있다가 간 사람들이야. 아무 문제 안 돼’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국토부 김모 조사관이 검찰에 체포되어 구속됐다. 한때 자신이 몸담던 대한항공 측에 조사 내용을 알려준 것이다. 국토부 조사의 조사는 믿을 수 없게 됐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주요 사업 영역을 관리하고 감독하며 인허가권도 있는 부처다.

또한 조 전 부사장도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승무원 폭언 및 폭행, 비행기 회항 지시, 증거 인멸 개입 여부 등을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은 대한항공 여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도중 피의자 신문으로 전환했다. 여 상무가 조 전 부사장에게 수시로 증거인멸 상황을 보고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조 부사장은 결국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후 법원은 항로변경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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