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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 망종 무렵

밤꽃이 무성하다. 비릿한 내음은 흐린 날씨 탓인지 낮게 드리워져 교무실 창을 열고 들어온다. 학교 앞 논은 반쯤 모심기를 하였다. 어린 모들은 연두빛 어깨를 세우고 일렬로 정열해 있다.

멀리 뭉게뭉게 보리타작 검부스러기를 태우는 모습이 보인다. 황금빛 보리밭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빵냄새 인듯 누룽지 냄새 인듯 하다. 이 냄새를 무척 좋아한다. 따뜻한 무엇인가를 내게 주는 듯 기분좋은 구수함이 느껴진다.

내일은 절기상 망종이다. 그래서인지 이제 보리밭을 베지 않은 곳을 보지 어렵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터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 또 이 시기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는 때이다.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이 무렵에는 보리농사가 많은 남쪽일수록 더욱 바쁘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라고 할 만큼 일년 중 제일 바쁜 시기이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며, 농가는 모내기 준비로 바쁘다.

망종에는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어 빨리 거두어 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되어 망종 내에 보리농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곧,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의 보리수확이 늦고 빠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고 하는 속담이 있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서 보리 익을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하니 그때의 삶을 엿보이게 한다. 그래서 망종 시기가 지나면 밭보리가 그 이상 익지를 않으므로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무조건 눈 감고 베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리는 망종 삼일 전까지 베라.”는 말이 있다./세시풍속 사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망종무렵은 무척 바쁜 때였다. 시어른들께서는 휴일이면 전화를 해서 자식들이 내려오라고 성화셨다. 모판을 만들고, 모심기를 준비하고, 마늘을 뽑고, 양파를 수확하고… 시골에 일을 도와드리려 가면 하루가 모자랐다.

그런데 올해부터 혼자계신 시어머니께서 힘에 부치셔서 마늘과 양파는 심지 않으셨고, 모판도 주문해서 하기때문에 일이 없다. 농번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판을 만들기 위해 온 식구가 모여 볍씨 뿌리는 기계에 붙어 흙을 삽으로 떠서 넣고, 기계를 돌리고, 모판을 옮기고, 새 모판을 가져오는 일을 함께 하였다. 어설픈 도시내기인 나도 일를 거들며 조금씩 농촌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망종 즈음의 강마을 중학교 교무실 창문으로 경운기 소리가 들려온다. 뜨거운 여름은 우리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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