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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생 교과서 가격 갈등, 합리적으로 풀어야

교육부가 각급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가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강제 인하 명령을 내리자 출판사들이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교육부와 출판사 양측의 갈등으로 교과서 값이 아직 정해지지 않는 바람에 시중 서점에서 초·중·고 교과서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이번 신학기에 학생들이 사용 중인 교과서는 지난달 학교를 통해 공급이 완료돼 수업에는 차질이 없다.

이와 같은 대립과 갈등 속에 출판사들은 교과서 출판 및 공급 중단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추진 중이며, 이에 맞서 교육부는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간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소를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은 양측의 대립으로 학생들이 교과서 분실, 전학, 교류 학습 등에 교과서 구입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최근 교육부는 초등학교 제3~4학년과 고교생이 사용하는 신간본 검정 교과서 중 133개 교과서에 대해 희망 가격보다 값을 대폭 낮추도록 출판사들에게 명령했다. 2009년 8월 교과서 가격 자율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가 직권으로 출판사에 교과서 가격 인하를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교과서 사태의 근본 원인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교과서 가격 자율화 정책’과 이어 발표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으로 인한 교과서 품질경쟁에 따른 가격 급상승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추진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사실 양질의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구매자가 정해진 도서인 교과서가 지나친 가격 인상으로 학생, 학부모의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출판사의 교과서 발행시스템에서 원가 보전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부도 물가 상승,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하여 교과서 구입예산 추가 확보 및 교과서 가격에 대하여 원가를 고려한 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이루어진 교육부의 가격 조정 명령은 지난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교육부가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릴 수 없었던 지난해에는 정부가 출판사들이 희망하는 교과서 평균 가격을 낮추도록 권고했으나 법적 강제나 규제 사항이 아니어서, 출판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 중의 하나인 교과서가 가격 문제로 교육부와 출판계가 크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갖는 자료이다. 그런데 이번에 약 73%의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출판사와 가격조정을 명령하는 교육부, 양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현재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검정 교과서 출판사 측에 초등학교 3··4학년용은 34.8%, 고교용은 44.3%의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명령했다. 올해 새롭게 출간된 초등 3·4학년, 고교 전 학년의 검정교과서 30종 175개 도서(교과서와 지도서) 가운데 171개가 적용 대상이다. 이번 조정명령으로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 평균인 6891원에서 34.8%(2399원) 인하된 4493원, 고교는 희망가격 평균인 9991원에서 44.4%(4천431원) 내린 5560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에 강력 반발한 출판사측은 그동안 교과서를 팔아 이익을 남긴 게 아니라 그에 딸린 참고서를 판매해 수익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 참고서 시장을 EBS 교재가 독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교과서 가격을 올려 적정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교과서 공급업체인 총판에서 무료 견본용 도서배부 및 경쟁적 판촉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과서 자체의 출판, 공급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강변이다.
 
사실 출판사들이 이처럼 교과서 가격에 민감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참고서 매출이 크게 떨어져, 교과서로 매출을 늘려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측은 과거 아주 활황이었던 참고서 시장이 EBS 교재 때문에 고사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교과서 가격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출판사들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처지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과서 가격 현실화는 불가피한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교육부의 인하 조치를 받아들이면 교과서 단가가 공책 단가에도 미치지 못해 손실이 막대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출판사측이 지난해 교과서 평균가격을 6325원에서 무려 1만995원으로 인상한 것은 지나친 폭리라는 지적이다. 그것은 학생을 볼모로 삼아 고스란히 가계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공정거래에 전적으로 위배되는 처사라는 지적인 것이다. 교과서는 수요가 일반 도서에 비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공급 방향을 잡아야 하는 데 출판사측이 학생, 학부모들은 볼모로 폭리를 취해 왔다는 입장이다. 
 
선언적 입장에서 보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등 법령에 따르면, 출판사가 합당한 교육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검인정 합격을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발행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가격자율화 이후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은 출판사의 반발만 살 뿐 이 역시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교육부의 관여 없이 출판사측이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만약 출판사측이 교과서 발행 및 공급 중단하면 교원의 교수권, 학생의 수업권 및 헌법상 보장된 교육의 기회균등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 교과서 발행 및 공급 중단 행위를 선동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출판사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과서 가격 산정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자본주의 경제 원칙, 시장 경쟁의 원리와 미래에 대한 투자 대상인 학생들이 사용하는 자료, 매체라는 거시적 입장에서 자율적, 합리적으로 정해지고 공급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이와 같은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왕왕 있어 왔다. 어느 나라든지 국가에서 교과서를 무한정 무상으로 공급할 수도 없고 정부의 보조에도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태가 법정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아무쪼록 이번 교육부의 가격 조정 명령으로 출판사측이 교과서 출판 및 공급 중단 결정을 내리는 극단적인 사태에 이르지 않기를 기대한다. 출판사측도 교과서가 미래의 기중인 학생들이 사용하는 독점성이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가 머리를 맞대 가격 인상, 가격 조정의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과서 출판의 원가를 적정하게 산출하여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하여 국민적 우려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교과서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학교 현장인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출판사 대표, 교원단체, 교육전문가, 학부모 대표 등이 가칭 ‘교과서가격적정산정위원회’를 구성해 합리적인 교과서 가격을 산정해야 하고, 매년 되풀이될 우려가 있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교과서 가격 사태가 법정으로 가지 않고 대화와 소통, 타협과 양보로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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